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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야말로 “불과 세 달 사이에 두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참 가혹하고 혹독한 시대다.”(정연주 전 KBS 사장) 오만한 권력은 반세기 이상 국민들이 치열한 희생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능멸하였다. 이들은 권력에서 소외된 ‘잃어버린 10년’의 박탈감에 사무쳐 다시는 정권을 넘겨주지 않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자파와 지지 세력에게는 보상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이들에게는 보복을 가해 왔다.

그 결과 이 땅의 민주주의는 현저히 쇠퇴했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정권에 동원되고 국회는 대리투표, 재투표의 소란 속에 미디어 법안을 날치기했다. 방통위 등 정부 기관이 여론을 외면하고 국민을 겁박하는 것은 이제 일상다반사다. 반서민적인 경제 정책, 반통일적인 통일부, 반인권적인 인권위 등 역류로 치닫는 이 정권의 행태는 일일이 예거할 수조차 없다. 사법부의 독립성, 학계의 자율성도 흔들리고 있다.

폭주의 극치는 언론 정책이다. 현 정권은 KBS 사장을 비법적으로 몰아내고 KBS를 순치시켰다. YTN에 캠프 출신 사장을 보냈다가 여의치 않자 이제는 직대를 내세워 조직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MB 정권 이후 연합뉴스와 언론재단도 달라졌다. 한마디로 언론계의 공적 시스템이 농단되고 있다. 이 모든 수순의 절정에 MBC가 있다. 40대 이사들을 행동대원으로 앞세운 새 방문진은 지난 20년 동안 신뢰도를 쌓아온 공영방송 MBC를 압박하고 있다.

DJ 서거 이후 정권은 돌연 화해와 통합을 마법의 주문처럼 늘어놓는다. 그것을 곧이 듣기에는 지난 18개월 동안 당한 바가 너무 끔찍하다. 이 정권이 겸손과 소통으로 개과천선하리라는 것은 연목구어다. 정권을 쟁취했으니 임기 동안은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식의 천박한 인식과 행태에 분노할 뿐이다. 도무지 해결책이 없는가.

답은 우리 안에 있다. 지금 이곳이 전선이다. 방책은 ‘깨어있는 방송, 행동하는 PD’다. 이는 잔인한 2009년에 서거한 두 전직 대통령의 통절한 깨우침이기도 하다. 다시 암울한 시대로 돌아가 수신료 납부를 거부당하고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던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지금 이곳에서 불퇴전의 각오로 우리의 방송을, 우리의 프로그램을 지켜야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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