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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띄우는 언론의 불감증

[비평] 허경영은 개그맨이 아니라 정치인이다 김세옥 기자l승인2009.08.28 17: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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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 싱글 ‘콜미’를 발표한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가 내달 지상파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에도 도전을 한다고 한다. OBS경인TV <코미디다(多) 웃자고(GO)>의 정치풍자 코너 ‘100날토론’에 출연해 개그맨들과 입담을 겨루고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와 조소를 함께 받았던 ‘무중력춤’도 선보인다는 것이다.

허 총재는 지난 2007년 치러진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결혼하면 1억원 지원(남녀 각각 5000만원씩) △출산 시 3000만원 지원 △노인에게 매달 70만원 지급 △유엔본부 판문점 유치 등의 공약으로 인기를 끌었다. 누가 봐도 허황된 것이지만 진지하게 ‘삽질’을 공약하는 것보단 차라리 재미있다고 생각한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즐거움은 거기까지.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 역을 역임했다’ 등의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다가 그는 공직선거법위반, 명예훼손 등으로 구속 기소돼 1년 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지난 7월 출소했다.

이후 그의 행보는 거칠 게 없다. 지난 대선 당시 그의 ‘스타성’을 실감한 케이블 방송사들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출연시켰고, 허 총재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마이클잭슨 사망 사흘 전 그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흘 전 꿈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는 등의 말로 화제를 끌려 했다. 여전히 허무맹랑하고 명예훼손의 여지마저 있지만 어쨌건 대중은 그를 조롱하면서도 즐거워했고, 그만큼 그의 발언과 행동은 기사화되고 전파를 타고 있다.

허 총재는 자신이 조롱당하는 즐거움의 대상이라는 것을 모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지난달 29일 그는 <중아일보> 인터넷 신문인 조인스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도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도전할 것이다. 다음에는 인기가 좀 있을 것이다. 지난번엔 내가 갑자기 뜨니까 표로 연결이 안 됐다고 하는데 대선은 금방 돌아온다.”

결국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과 정치인의 공통점이라고 하는, 욕을 먹든 칭찬을 듣든 화제를 낳고 언론을 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제로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3번이나 스스로의 말을 뒤집고 주군을 바꾸는 등의 행태로 대중의 비판을 받았던 정치인은 지난해 총선에서 보란 듯 재선에 성공했다. 허 총재 역시 지난 17대 대선에서 10만(0.4%)에 가까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17대 대선 전후 정치·문화평론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대중의 상당수는 현실 정치에 대한 풍자적 의미로서 허 총재의 허무맹랑함을 즐기는 것일 테다. 그의 기형적 인기는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 특히 정치에 대한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정부·여당에 대한 유권자 대중의 혐오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거부감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대한 대중의 냉소를 자양분으로 허 총재는 차기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 있다. 당장은 조롱의 대상일지라도 미디어를 통해 그의 황당한 행동들이 계속 비춰지면 지난 대선 당시와 마찬가지로 의도 여부를 떠나 그의 모습은 현실정치에 대한 일종의 안티테제로 해석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008년 11월 21일 <경향신문>의 ‘허경영 항소심 선고 한 달’ 기사에 따르면 대선 기간 동안 “허 총재의 공약이 마음에 들어”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다던 어떤 이는 그의 말이 모두 허황된 것이었음을 알고 더없는 실망감을 표시했다. 진지하게 그의 행동을 받아들인 피해자가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정치를 풍자하는 개그맨으로서의 허경영이라면 몰라도 현실에서의 정치를 꿈꾸는 허경영을 단순한 재미를 위해 공중의 자산인 전파까지 사용해가면서 띄워야 하는지 의문을 품게 되는 이유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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