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MBC 비판…무고죄로 고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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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김우룡 이사장 면담 … 공개질의서 전달

뉴라이트, 친여성향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가 MBC를 ‘부실조직’ ‘노영방송’ 등으로 규정하며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퇴진을 압박해 MBC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지난달 업무보고 과정에서 MBC가 “총체적 부실 조직”이라며 강하게 비판해온 김우룡 이사장에 대해 “근거 없이 MBC를 부실조직으로 폄하하고, 노조가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무고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은 “엄기영 사장을 해임시키려는 방문진의 의도가 현실적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반대여론이 비등한데 무모하게 해임 수순을 강행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과정에서 봤듯이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엄기영 사장의 퇴진을 반대하는 이유는 엄기영 사장과 뜻을 같이 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엄기영 사장의 진퇴 문제가 MBC의 독립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도 해임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5분 기다린 끝에 김우룡-이근행 면담…노조 공개질의서 전달

MBC노조는 2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 앞서 김우룡 이사장을 면담하고 일부 이사들의 MBC 공개 비판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 이근행 위원장이 MBC노조 조합원 20여명과 함께 2일 오후 1시 방문진을 찾아 김우룡 이사장과의 면담과 공개질의서 전달을 요청하고 있다. ⓒPD저널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일부 이사들이 근거 없이 MBC와 노조의 명예를 훼손하고 경영권 및 인사권 침해 운운하면서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MBC의 명예를 해치는 여러 가지 발언들이 나온 시점에서 충분히 해명돼야 한다”며 “김우룡 이사장의 해명을 직접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김 이사장은 근거 없이 MBC를 총체적 부실 조직이라고 발언했다. 학자라는 분이, MBC에 몸담았던 분이, 그리고 MBC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분이 어떤 근거로 얘기한 것인지 묻고 싶다. 총체적 부실 조직이 신뢰도와 경쟁력에서 1위가 될 수 있나”고 물었다. 그러면서 “일부 이사들이 MBC 노조를 ‘노영방송’이니 이념적 편향집단으로 매도하는데 여기에 제동을 걸고 오해가 있다면 분명히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이사장과의 면담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오후 1시부터 30분간 기다린 끝에 방문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으나, 전종건 방문진 사무처장은 “이사장을 대리해서 (질의서를) 받아 전달하고 답신이 있으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MBC노조는 “이사장께서 전향적인 의지가 있다면 못 만날 이유가 있나”라며 직접 면담을 거듭 요청했다.

전종건 사무처장은 “프로토콜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나중에 날짜를 다시 잡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근행 위원장은 “MBC 구성원을 대표하는 조직의 대표자가 이사장을 뵙겠다고 왔는데, 그런 프로토콜이 필요한가”라며 “온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결국 45분을 기다린 끝에 오후 1시 45분경 김 이사장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이근행 위원장은 “오늘 MBC 경영진에 대한 총평을 내린다고 들었는데, 평가하기 이전에 주관적인 판단으로 근거 없이 MBC를 총체적 부실 조직으로 정의한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노조에선 내가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처럼 얘기하는데, 위원장은 근거 있는 얘기를 하는 것인가”라고 맞섰다.

▲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과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이 2일 오후 1시 45분부터 약 5분간 면담을 가졌다. ⓒPD저널
신경전 속에 김 이사장과의 면담은 약 5분 만에 끝났다. 면담을 서둘러 마무리하며 김 이사장은 이 위원장을 토닥이듯 하며 “말씀을 조용히 해라”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방문진 이사회는 별다른 안건 없이 그간 진행해온 MBC 업무보고에 대한 평가와 소회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MBC 임원들이 참석해 추가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오후 1시 40분께 전종건 사무처장은 “김우룡 이사장과 고진 이사의 논의 하에 MBC 임원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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