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경영성과 미흡, 비전 부족”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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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선언 알맹이 없다”…업무보고 끝, 경영진 교체 현실로?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가 MBC 경영진에 대해 “경영 성과가 미흡하고 MBC의 장래 비전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고 총평했다. 그동안 경영진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퇴진을 압박해온 방문진이 MBC 업무보고를 마친 시점에서 이 같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점에서 경영진 해임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문진은 2일 오후 2시 정기이사회를 열고 이사들이 각자 소회를 밝히는 형식으로 MBC 업무보고와 경영진에 대한 평가 시간을 가졌다. 방문진은 당초 MBC 임원들의 참석 하에 추가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사회를 앞두고 임원들의 참석을 취소한 채 서면 답변서로 추가 보고를 대신했다. 방문진은 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MBC 계열사 등 관계회사 업무보고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사실상 MBC 본사의 업무보고는 거의 끝난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MBC 경영진의 공과를 짚어볼” 절차만이 남은 셈이다. 이사회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차기환 이사에 따르면 김우룡 이사장은 이날 MBC 경영진 진퇴와 관련해 “며칠 심사숙고 해보고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독자적으로 판단하자”고 제안해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우룡 “심사숙고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하자”

이날 이사회는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MBC 업무보고에 대한 평가와 개인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진행됐다. 오후 2시 시작된 이사회는 오후 3시 45분경 끝났다. MBC 논설위원 출신인 정상모 이사는 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업무보고와 관련된 얘기만 있었다”며 “업무보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고 전했다.  

▲ '뉴라이트' 출신의 차기환 이사가 2일 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D저널

경영진 진퇴에 대한 구체적인 안건은 없었다. 한상혁 이사는 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영진 진퇴와 관련해) 개인적인 의견 표명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건 없었다”고 전했다. 차기환 이사도 “(진퇴와 관련해) 정식 안건으로 통지를 받은 건 없다”며 “각 이사들이 소감을 얘기하는 가운데 관련 발언이 있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업무보고 등의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본격적으로 엄기영 사장 등에 대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차기환 이사는 “MBC 경영진이 잘해보겠다고 하는데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고, 김광동 이사 또한 “적절한 시기를 봐서 MBC 경영진이 계속 맡아야 되는지 얘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임기만 보장해 줘서야”

차기환 이사는 경영진 해임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강한 불신과 불만은 숨기지 않았다. 또 경영진 교체의 정당성에 대해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MBC 경영진의 경영 성과가 미흡하고, MBC의 장래 비전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방송사의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임기를 보장해주는 건 논리적으로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진 평가는) 방문진만이 아니라 MBC 경영진에도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방문진의 MBC 경영진 교체 시도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오히려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문순 사장 재임 시절 임원이 20명 교체됐고 엄기영 사장은 5명을 교체했다. 그런데 독립성이 훼손됐나. 대주주가 교체하는 것과 사장이 교체하는 게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New MBC Plan’? 알맹이 없는 선언 아닌가”

방문진은 최근 업무보고를 통해 경영 실적과 노사 관계 등을 문제 삼으며 획기적인 경영 개선안, 단체협약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에 엄기영 사장은 지난달 31일 이른바 ‘New MBC Innovation Plan’을 천명하고 MBC 개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방문진은 엄 사장의 MBC 개혁 선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차 이사는 “엄 사장께서 ‘New MBC Plan’을 선언했는데, 알맹이 없이 선언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신뢰할만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그냥 ‘말’에 그치기 때문에 회의적이란 분위기가 있는 반면, 지켜보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 MBC노조가 2일 이사회가 열리기 앞서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을 면담했다. ⓒPD저널
일부 이사들은 “현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차 이사는 “2차 보충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을 오늘 받았는데 지난번 구두로 보고한 내용과 상충되는 게 몇 가지 있다”며 “말을 바꾸는데서 신뢰성의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답변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특히 “〈PD수첩〉과 〈100분 토론〉과 관련해 지난번 받은 보고와 상충되는 내용이 있다. 지난번엔 〈PD수첩〉건에 대해 법원에 증거 제출이 가능하다더니 이젠 재판 중이라 안 된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방문진이 노조와 질의답변을 주고받을 위치인가”

그러면서 “지난 1년 6개월의 임기 동안 국민적 관심을 받은 게 〈PD수첩〉과 〈100분 토론〉 사건이다. 그런데 MBC 이사회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이사회가 아예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면 경영진은 어떤 식으로 문제를 처리하는 것인가”라며 “과연 남은 1년 반 동안은 다르게 운영할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C가 딜로이트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은 게 있는데,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했더니 영업비밀이라며 거부했다. 그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이사들이 있었다”며 “오히려 보고서가 대외비라 유출을 막아달라고 얘기하면 이해하겠지만, 계약서를 방문진에도 공개 안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 앞서 MBC노조가 일부 이사들의 발언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한데 대해 차기환 이사는 “방문진이 노조의 질의에 답변을 주고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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