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부사장 사퇴, 불신임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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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사장 사퇴, 불신임 피하기?
[미디어클리핑] tvN ‘막장’ 채널에서 ‘종합오락’ 채널로…
  • 원성윤 기자
  • 승인 2009.09.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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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자마자 부사장 2명이 전격적으로 중도하차하는 등 경영진 재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경향신문〉은 “KBS 부사장의 동반 사퇴는 조직 내부에서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이례적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일 방송계에 따르면 KBS 김성묵·유광호 부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일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과 함께 지난달 31일 6명의 본부장도 사표를 제출, KBS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기 이사진이 출범하자마자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먼저 이병순 사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에 대한 새 이사진의 ‘불신임’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사진들이 극구 부인하고 있다. 황근 이사(선문대 교수)는 “김성묵·유광호 부사장의 사표가 수리됐다는 얘기는 지난 1일 첫 이사회가 끝나고 처음 들었다”며 “두 사람의 사퇴는 이사회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부사장의 교체를 앞두고 어떤 형태로든 사전협의도 없었고, 이 사장으로부터는 ‘이사 취임을 축하한다’는 전화를 받은 것 외에 일절 접촉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BS 내부에서는 오는 11월 임기만료를 앞둔 이 사장이 연임을 의식해 본부장에 대한 신임평가를 앞두고 ‘자기색깔’을 내기 위해 선수를 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오는 16~17일 본부장에 대해 노조가 신임투표를 해야 하는데 80% 이상 불신임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 사장이 연임을 위해 먼저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 사장이 자신의 ‘오른팔’로 통하는 유 부사장을 내친 것에 대해서도 취임 후 사사건건 부딪쳐온 김 부사장을 포함해 본부장들의 ‘일괄사표’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BS 이사회는 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부사장 선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우룡 “MBC 사장 진퇴여부 판단할 때 됐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2일 MBC 경영진의 보고를 받은 뒤 이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MBC 경영진으로부터 수차례 업무보고를 받았고 엄기영 사장의 입장도 들었다. 이제는 엄 사장의 진퇴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MBC 경영진의 진퇴 여부에 대한 본격 논의에 착수했다”고 분석하며 “하지만 최근 네 차례에 걸쳐 이뤄진 업무보고를 통해 대다수 방문진 이사들은 현 경영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차기환 이사는 간담회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엄기영 MBC 사장에 대한 재신임을 평가할 시점이 아니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김 이사장도 ‘며칠 동안 심도 있게 생각해 보자’고 얘기했다. 재신임의 방법이나 시기는 9일 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경영진의 보고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이사는 “MBC가 경영 컨설팅을 하기 위해 ‘딜로이트’와 맺은 계약서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니 이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MBC 경영진은 “영업상 비밀”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 9월 3일 한겨레 2면
이날 보고는 엄 사장 등이 방송의 날(3일) 행사 준비 관계로 참가하지 못해 서면으로 대체됐다. 〈경향신문〉은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에 대한 업무보고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경영진 평가에 들어갔다”며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 진퇴와 관련해서 ‘결정’만 남았다는 분위기지만 역풍을 우려하는 호흡조절도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이사회에서는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 등 비판이 이어졌지만 ‘심사숙고’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지난달 31일 엄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정도를 가겠다”며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데다 국회 문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김 이사장을 항의방문하면서 정치적인 부담도 적지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 10여 명은 이날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김 이사장을 찾아가 “MBC를 총체적 부실조직으로 정의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항의했다.

방통심의위, 민간특위 기능 축소

방송통신심의위(위원장 이진강)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심의에 대한 민간 특별위원회의 사전심의 기능을 축소(경향신문 8월24일자 12면 보도)하는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방송심의 안건이 올라오면 특위의 사전자문 여부를 소위 위원장이 판단하게 된다. 심의위는 대신 방송(5명), 광고(3명), 통신(3명) 분과별 소위 운영을 3분의 2 이상 출석에 위원전체 동의로 의결하도록 했다.

하지만 특위기능 축소로 방송심의에서 일반여론이 반영될 기회가 줄어들고 ‘정치심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방송심의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위의 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해 특위가 소위나 전체회의에서 여당추천 위원들에 의한 일방적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단양·울진·강진, 내년 아날로그방송 중단
제주는 2011년부터…방통위 “디지털 변환기 지원”

충북 단양, 경북 울진, 전남 강진 지역 시청자들은 2010년 하반기부터, 제주 지역 시청자들은 2011년부터 디지털TV 방송만 시청할 수 있다. 이때부터 이들 지역 주민들은 기존의 아날로그 티브이 수상기로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3년 본격 시행되는 디지털 전환에 대비해 전국 4개 지역에서 2010년부터 순차적으로 디지털 방송을 개시하는 ‘시범사업 정책방안’을 2일 의결·발표했다.

2010년 상반기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는 단양·울진·강진에선 아날로그 방송 종료가 같은 해 하반기에 완료된다. 상당 부분 디지털 방송이 시행되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2011년 상반기에도 아날로그 방송 중단이 가능할 것으로 방통위는 전망했다. 구체적인 아날로그 방송 종료일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 후에도 한 달 정도 임시방송 형태의 아날로그 방송을 운영하며 디지털 방송 시청정보 및 전환 안내 정보를 내보내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들 지역 주민 중 안테나를 통해 아날로그 티브이로 계속 방송을 보려 하는 시청자들에겐 정부가 디지털 컨버터(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와 디지털 수신용 안테나를 일부 또는 전부(저소득층)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컨버터 지원은 2010년엔 현물로, 2011년엔 쿠폰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지율스님, 조선일보 상대 ‘10원 소송’ 승소
 
〈한겨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조원철)가 2일 지율 스님이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 단식농성을 악의적으로 다뤄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선일보사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당시 터널공사는 계획을 상회하는 공정률을 보였지만 〈조선일보〉는 공정률이 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으며, 공사 지연에 따른 직접 손해가 145억원 수준인데도 ‘2조5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며 “이는 관계기관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율 스님이 ‘생태와 환경을 무시한 경제 중심의 관념에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로 청구한 위자료 10원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하며 2003~2004년 벌인 단식농성에 대해 조선일보가 왜곡보도를 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냈다.

tvN “막장 케이블 대명사에서 앞서가는 오락 채널로”
 
케이블 채널 tvN이 심상치 않다. 7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코미디 프로그램 〈재밌는 티브이 롤러코스터〉(이하 ‘롤러코스터’)는 방송 3회 만에 1.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특히 남녀의 차이를 소개팅, 쇼핑, 목욕 등 일상을 통해 비교하는 코너 ‘남녀 탐구생활’은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높은 입소문의 반향을 낳고 있다. 과거의 코미디 트렌드였던 콩트 연작 포맷을 감각적인 연출 기법으로 일신하고, 거기에 인터넷 세대의 감성과 코드를 성공적으로 버무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송창의 tvN 대표는 〈롤러코스터〉에 대해 “지상파였다면 〈개그콘서트〉를 제치고 대세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보기에는 콩트지만 예전의 콩트와는 다른 감성이다.  ‘왜 모든 공중파에서 스탠딩 개그 포맷에만 집착하나?’라는 문제의식이었다”면서 “1등을 하고 있는 〈개그콘서트〉는 몰라도, 타 방송사까지 그걸 몇 년째 따라 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형돈 외에는 출연자 중 코미디언을 배제했고, 마치 드라마를 찍듯 한 코너 한 코너, 공 들여 만들었다는 것.

▲ 9월 3일 한겨레 Z1면
이외에도 독특한 성향의 일반인을 패널로 초대하는 토크쇼 〈화성인 바이러스〉나 과거 MBC의 히트 시트콤이었던 〈세 친구〉의 느슨한 속편 〈세 남자 2009〉 등도 매회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일찍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와 토크 프로그램 〈택시〉, 뉴미디어 대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월드 스페셜 러브〉도 여전히 순항중이다.

선정성 논란과 조작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리얼스토리 묘〉는 자극적인 소재에서 탈피하여 시청 등급을 15살로 낮추었다. 최근 프로그램 개편과 함께 ‘지상파와 경쟁하겠다’는 호언대로 tvN은 케이블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속속 지워 나가는 중이다.

〈한겨레〉는 문화면 ESC를 통해 tvN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 tvN의 자체 제작 붐에 처음 돌아온 반응은 선정성과 조작 논란이었다.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게임을 진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tvNgels〉는 선정적인 춤동작과 과도한 노출을 이유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수차례 제재를 받았다. 방송되는 내용이 조작된 것임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독고영재의 스캔들〉과 지하철 성추행의 실태 취재를 조작하여 방영한 〈리얼스토리 묘〉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다큐 드라마라는 새로운 기법을 통해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막돼먹은 영애씨〉나 시한부 환자의 삶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조명한 휴먼 다큐멘터리 〈소풍〉 등 티브이엔의 유의미한 시도들은 거센 논란의 틈새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오히려 ‘두 얼굴의 채널’이라는 오명만을 더했다. 그리고 마침내 개국 1년 만에 방송사 대표가 국회 문광위에 증인으로 소환되기에 이르렀다.

막장 케이블의 첨병, 두 얼굴의 방송사, 그리고 가족채널로의 변신. 지난 3년간 티브이엔을 규정짓는 말들의 내용은 점차 달라졌지만 사실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에서 보여준 그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언제나 티브이엔은 ‘새로움’과 ‘재미’라는 가치만을 지상과제로 삼고 맹렬히 매진해 왔다는 점이다.

이것은 tvN의 숱한 연예오락 콘텐츠뿐만 아니라 KBS 1TV에 편성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소풍〉이나 〈에어포트〉, 〈월드 스페셜 러브〉 등 교양 프로그램에 가까운 프로그램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재미’라는 말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한다. 눈물이나 안타까움도 모두 재미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차마고도〉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라. 얼마나 재미있는가”라는 tvN 송창의 대표의 말이 이를 대변한다. 이처럼 재미와 새로운 것에 대한 tvN의 극단적인 추구는 〈tvNgels〉, 〈스캔들〉, 〈엑소시스트〉 등 논란의 프로그램들을 통해 곧바로 비난의 화살을 받기도 했다. 〈한겨레〉는 “아무리 케이블이라 할지라도 시청자들에게 ‘방송은 공공재’라는 인식의 뿌리가 깊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가족 오락 채널이라는 tvN의 노선 변경도 결국 재미라는 키워드에서 나왔다. 송 대표 역시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택시〉나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도 그런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선 변경을 통해 tvN은 최근 광고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방송사로서는 유일하게 경영 계획을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한겨레〉는 “끊임없는 논란과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가 재생산되고 있는 케이블 환경에서, 시나브로 이루어지고 있는 tvN의 변화상을 주목해야 한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웃음 찾을까

▲ 9월 3일 동아일보 B11면
SBS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목 오후 11시 15분)이 다시 웃을 수 있을까. 〈동아일보〉는 “〈웃찾사〉는 ‘택아’ ‘행님아∼’ ‘만사마’ 등 인기 코너가 방영된 2005년 1월 전국 기준 28.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5% 내외까지 시청률이 떨어지자 지난달 대규모의 개편을 했다”고 보도했다. 5년 전 ‘웃찾사’ 전성기를 이끌던 심성민 PD와 개그맨 출신의 박승대 기획 작가가 다시 손을 잡고 10여 개의 새 코너를 선보였다. 박 작가는 “11월까지 시청률 12%를 기록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웃찾사’는 지난달 13일 개편 첫 방송에서 시청률 5.8%(AGB 닐슨미디어)를 기록했다. 두 번째인 27일 방송에서는 4.8%로 떨어졌다. 개편 초기 시청률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심 PD는 “그동안 ‘웃찾사’란 브랜드 가치가 많이 떨어져 시청자의 신뢰도도 예전보다 훨씬 부족한 것 같다”며 “새 코너가 웃음을 주기 위해 시청자의 눈에 익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코너 중에서는 영화 ‘워낭소리’를 패러디한 ‘암소소리’가 눈길을 끈다. 개그맨 박영재가 말 못하는 ‘암소’로 출연해 동네 꼬마들(김범준, 김영)의 짓궂은 장난을 임기응변으로 넘긴다. ‘마이파더’는 아들 역을 하박으로 교체한 뒤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버지(김진곤)가 난처한 상황에 빠질 때 내뱉는 ‘음마, ∼한 겨’는 호응을 받는 멘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복귀한 ‘만사마’ 정만호와 윤성한이 출연하는 ‘뻐꾸기 브라더스’는 만담 형식의 말장난 개그에 그쳤고, 지난달 27일 방송에서는 윤성한이 “뭐 잘했다고 쳐 웃고 난리예요”라는 과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 ‘오봉이’의 한승훈은 기존 인기 코너였던 ‘웅이 아버지’에서의 여성 캐릭터를 재탕하는 데 그쳤다.

심 PD는 “돌아온 개그맨들이 고향인 웃찾사를 아직 낯설어한다”면서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다음 주 해병대 캠프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키워드로 본 개그콘서트 10년

▲ 9월 3일 한국일보 31면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변하고 그 변화에 적응해야만 살아 남는 예능계에서 한 프로그램이 10년 이상 사랑 받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국일보〉는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가 6일로 10주년을 맞는다”면서 “최근 출연진의 잇단 비리 사건 등 악재에도 여전히 20%대 시청률로 사랑받는 개콘의 지난 10년을 키워드로 돌아본다”고 말했다.

KBS 방송문화연구소는 최근 3개월 내 개콘을 시청한 전국의 만 12~69세 남녀 9,500명을 대상으로 ‘최고의 유행어, 코너, 캐릭터’ 등에 관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개콘의 간판 코너인 ‘봉숭아 학당’의 경비원 장동민의 “그까이꺼 뭐 대~충”이 최고의 유행어로 꼽혔다. 뭐든지 대충하면 못할 게 없다는 식으로 현 세태를 무겁지 않게 꼬집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장동민은 “처음에는 의사나 판사 같은 직업을 비하한다고 욕을 먹었지만 따라 하기 쉽고 재미있어서 좋아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들 역시 “그까이꺼 대충”을 1위로 꼽았다.

김대희와 신봉선, 장동민의 ‘대화가 필요해’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신경질적인 어머니, 공부 안하고 말썽만 부리는 아들을 통해 점점 대화조차 사라져 가는 우리 사회 가족에 대한 아쉬움을 개그로 표현했다. 김대희가 녹화 도중 실제 삭발을 감행해 화제를 낳았고, 신봉선은 이 코너를 통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입지를 다졌다.

쇼 호스트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어벙한 사장(안상태)에게 “어느 나라 제품이냐”고 묻자 “마데(made in korea) 전자”라고 답하며 웃음 폭탄을 안긴 ‘깜빡 홈쇼핑’은 동료들이 뽑은 코너 1위였다.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캐릭터. 그 중 시청자들은 정종철이 연기한 ‘옥동자’ 캐릭터를 단박에 꼽았다. 그는 ‘봉숭아 학당’에서 “헤헤헤 얼굴도 못 생긴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 적어도 내 얼굴 정도는 되야지~”라는 역발상 개그로 옥동자를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에서 “니들이 고생이 많다”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강유미. 예전 코너에서 중성적인 보이스와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던 그가 알고 보니 의외로 여성스러워 동료들로부터 ‘방송과 실제가 가장 많이 다른 사람’ 1위에 꼽혔다.

봉숭아 학당에서 “멱살을 잡아달라”고 애원하는 박휘순은 ‘최고의 짠돌이’로, ‘박대박’ 코너로 이름을 알린 박영진은 ‘10년 후 최고의 스타’로 예상됐다.

“밤바야~”를 외치며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심현섭의 ‘사바나의 아침’ 등 오랜 세월만큼이나 명작 코너도 많았다. ‘바보삼대’ ‘갈갈이 삼형제’ ‘마빡이’ ‘언저리뉴스’ ‘사랑의 카운슬러’ ‘수다맨’ ‘고음불가’ 등은 지금도 시청자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10년 간 개콘의 음악을 담당해온 이태선 밴드 역시 예나 지금이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개콘을 총기획했던 개그우먼 김미화는 “못 웃긴 날은 속상해 울기도 했다”며 “후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가슴 터질 듯한 벅찬 희열을 느껴 행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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