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과 ‘내 귀에 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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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과 ‘내 귀에 캔디’
[차우진의 내키는대로 듣기]
  • 차우진 대중음악웹진 'weiv' 에디터
  • 승인 2009.09.07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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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진 대중음악웹진 'weiv' 에디터
여름이 다 지나가고 있지만 주류 가요계의 트렌드는 여전히 아이돌이다. 포미닛의 새 앨범이 나왔고 지드래곤의 앨범도 논란 속에서 여전히 잘 팔린다. 카라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강세가 쉽게 사그라지진 않을 거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곡이 있으니 백지영의 ‘내 귀에 캔디’다. 댄스 그룹 속에서 두각을 보이는 솔로란 점에서 흥미롭다. 에스닉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니카 댄스곡인 ‘내 귀에 캔디’는 ‘짐승 아이돌’ 2PM의 택연과 함께 불렀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곡 전반에 동물적인 섹시함이 흐른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게 아니다. 페로몬이 줄줄 흐르는 동물적인 섹시함이다.

‘내 귀에 캔디’의 첫 무대를 봤을 때 조금 충격을 받았다. SBS <김정은의 초콜릿>에서였다. 제천영화제에 들렀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들린 휴게소에서 그 무대를 보느라 커피를 마시다말고 꽤 오래 머물렀다. 내 생각에 이 노래는 올해 나온 댄스 곡 중에서 채연의 ‘흔들려’와 함께 가장 끈적끈적하다. 끈적끈적한 댄스곡은 좋다. 이것저것 재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가 명확하다. 널 춤추게 만들겠어, 섹스어필하겠어,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들겠어, 뭐 그런 목표들. 개인적으로 댄스곡은 자고로 끈적끈적함이 생명이라 생각한다.

그걸 세련되게 보여주는 게 성공한 댄스곡인데 팝과 가요를 막론하고 그 기준에 맞는 곡이 요새 좀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노래가 인상적인지도 모르겠다. 백지영은 야하고 압도적이고 자신만만하다. 그러니까 어른 여자가 부르는 댄스곡이다. 물론 ‘내 귀에 캔디’를 굉장히 잘 만든 댄스곡이라고 말하진 못하겠다. 촌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사실 그건 취향의 문제기도 하다. 내 귀에 캔디, 내 귀에 촌스러움. 하지만 이 끈적끈적한 노래가 당장 시선과 귀를 잡아채는 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내 귀에 캔디’는 성공한 댄스곡이다.

▲ 백지영과 2PM의 택연 ⓒSBS
이제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 백지영이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택연은 초등학교 5학년 정도였다고 한다. 누님도 아니고 이모뻘인 셈이다. 그런데 무대의 두 사람을 클로즈업할 때 백지영은 확연히 나이든 티가 난다. 그녀가 데뷔한 게 10여 년 전이니 그럴만하다. 이 두 사람의 조합은 작년, 엄정화가 T.O.P와 부른 ‘D.I.S.C.O’를 떠올리게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백지영과 엄정화는 여러 가지로 닮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댄스 가수들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두 사람이 닮았기 때문에 둘을 좋아하는 셈이다. 엄정화는 그 많은 논란(노래 못한다, 성형중독이다, 노출증이다 등등)에도 불구하고 쇼 비즈니스계에서 살아남았고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엄정화가 마돈나와 비교될 수 있는 건 댄스 가수라서가 아니라 바로 살아남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백지영도 마찬가지다. 그녀야말로 ‘생존’에 있어서 독보적인 과정을 거쳤다. 끔찍한 사건의 당사자가 되었고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온갖 도덕적 비난을 받아야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정면 돌파했고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피해자로 동정을 받은 게 아니란 것도 중요하다.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잘못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모범적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섹시한 댄스 가수다. 나는 그게 좋다. 뿐만 아니라 중요하다고도 생각한다. 그녀의 강함은 그런 압도적인 것에서 나온다. 백지영의 무대 퍼포먼스는 그녀의 삶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백지영이 여성스럽고 섹시한 춤을 출 때 택연이 구애하는 퍼포먼스를 보는 게 즐겁다. 그건 백지영이 얼마나 강한 여자인지 말해주는 순간이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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