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정연주 때문에 못해먹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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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KBS 사장 특강…“엄기영 MBC 사장에게 격려 전화를”

지난해 8월 이명박 정권에 의해 해임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한나라당 등으로부터) KBS 사장을 관두라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2007년 대선 이후 완전히 강도가 달라졌다”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김금수 당시 KBS 이사장을 만나 (저에 대한) 사퇴 압박을 하면서 ‘정연주 때문에 못해먹겠다’고 했다”고 7일 밝혔다.

정 전 사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초청 특강에서 지난해 자신의 해임을 위해 현 정권이 검찰과 경찰, 국세청, 감사원, 방통위 등 권력 기관을 어떤 방식으로 동원하며 압박을 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 정연주 전 KBS 사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향후 언론지형에 대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

특히 정 전 사장은 자신의 해임을 위해 현 정권이 KBS 당시 이사회를 친여(親與) 구도로 바꾸려 교육과학기술부 등을 동원, 신태섭 동의대 교수(신문방송학)를 어떻게 교수직과 KBS 이사직에서 해임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자세히 언급했다.

정 전 사장은 “저를 쫓아내기 위해선 당시 KBS 이사진을 친한나라당 성향으로 바꿔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제 해임을 반대했던) 신태섭 교수를 (학교와의 양해 없이 KBS 이사직을 맡았다는 등의 이유로) 교과부를 동원해 교수직에서 해임했고, 이후 교수직 해임을 이유로 KBS 이사직에서도 해임했다”며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나. 이것이야 말로 <개그콘서트> 소재 아니냐”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법원 조정에 따른 국세청과의 조세소송 포기로 KBS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감사원 보고에 따라 지난 8월 정권에 의해 강제 해임됐고 이로 인해 검찰에 기소까지 됐지만, 최근 법원은 일련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사장은 “1심 판결문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그와 같은 혐의로 기소를 할 수 있는지, 상식을 갖고선 불가능하다는 게 나와 있다. 최근 만난 원로 법조인은 법조인 생활 40년 동안 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이렇게까지 조목조목 반박한 판결문을 내놓은 것을 본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무리한 기소였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 과정에서 저는 인격파탄자가 됐고 무능한 경영인에 현저한 비리를 저지른 파렴치범이 됐는데, 당시의 검찰 지휘부는 최근 다 승진을 했다. 한 개인을 무참히 짓밟고 인격파탄자로 만들면서 1년 동안 다른 일을 전혀 못하게 한 권력이 승진되는 국가기관의 만행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시간 날 때 엄기영 MBC 사장에게 격려 전화하시라”

최근 정 전 사장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를 통해 1년 전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엄기영 MBC 사장을 격려하는 공개편지를 썼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사장은 “지난해 6~7월 제가 (KBS 사장으로서) 마지막 고비에 있을 때 리영희 선생과 백낙청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받았다. 제가 의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고 장렬히 싸우다 죽으라는 얘기들이었다. 당시 어른들로부터 듣는 그와 같은 격려는 참으로 많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들 KBS 사장이고 MBC 사장이니 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할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사실 격려를 잘 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고 보니 그와 같은 격려와 지원, 사랑이 큰 힘이 된다”면서 “이 자리에 있는 의원들도 시간이 되면 엄기영 사장에게 (격려)전화를 많이 해주길 바란다. 또 언론인 후배들에 대해 ‘외롭지 않다. 역사가 함께 하니 장렬히 싸우라’는 격려를 많이 해줘야 한다. 그러면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NHK와 같은 공영방송? NHK사장 ‘온갖 정치적 타협 다 했다’고 말해”

정 전 사장은 지난 7월 여당의 언론관계법 날치기 처리 이후의 언론지형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KBS와 MBC, SBS와 신설되는 종합편성채널 모두가 권력에 대한 비판은 없이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언론 지형은 사실상 (보수 대 진보가) 9대 1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사회 구성이나 미디어 분포 상황이 5대 5로 돼있다. 폭스뉴스 등이 한 쪽의 일방 목소리를 전한다고 하지만 균형을 잡아주는 다른 여러 언론들이 있고 젊은 층들이 많이 보는 케이블 코미디 채널 등은 폭스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사장은 “9대 1의 언론구조인 우리나라가 조·중·동 방송까지 허용하면 어떻게 될까. 참 끔찍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방송마저 한쪽으로 무너져가고 있는데 MBC의 경영진마저 바뀌면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이다”라면서 친여·뉴라이트 출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엄기영 사장 등 MBC 경영진에 대한 사퇴 압박을 비판했다.

▲ ⓒ민주당
현재 정부·여당은 언론법 개정과 함께 KBS 수신료 인상을 언급하며 공영방송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사장은 “현재 방송광고 시장은 3조 5000억원 규모인데, 모든 규제를 다 풀어도 5000억~6000억원 정도의 추가 수입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보수적 견해”라면서 “현 정권은 신·방 겸영으로 (수요가 늘어날) 광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영방송법을 제정, KBS 2TV 광고의 전부 혹은 80% 가량을 옆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사장은 “제한된 방송시장 내에서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과 3개의 종편 채널 등 6개 이상의 매체들을 경쟁토록 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저질 상업방송이 판치게 될 게 빤하다. 대표적인 게 일본의 예로, 최근 (정부·여당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자주 언급하지만 일본은 공영방송과 신·방 겸영 체제에 있어 가장 실패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정파가 있는 국회에서 NHK의 예산을 승인하다 보니 온갖 정치적 타협을 다 했다는 게 NHK 사장의 말이다. 제게 직접 한 얘기”라면서 “실제로 NHK는 ‘비판하는’ 언론의 기능이 거세된 조직이란 평가를 언론계 내부에서 받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을 잘 할 뿐 언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비판 기능을 못한다. 거대 신문들이 하나씩 꿰차고 있는 민방들은 거의 오락 기능만 하면서 경쟁을 하다 보니 낯 뜨거운 프로그램들이 다수다. 결코 우리의 모델이 돼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MB정권 출범 후 진보 매체에서 정부·대기업 광고 어떻게 사라졌는지 봐야”

정 전 사장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악화되고 있는 진보 성향 매체들의 경영상황에 국민과 함께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정부광고와 대기업 광고가 어떻게 줄어들고 있는지를 국정감사 등을 통해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향신문> 등 진보 매체들이 고사 직전에 있는데, 이 같은 절박한 언론의 현황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현 정권 출범 이후 진보매체라고 불리는 인터넷 매체들에서 대기업 광고가 거의 사라졌고 <경향신문>, <한겨레> 등도 정체되고 있다.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 말할 때 다들 빤한 이유 아니겠냐고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선 안 된다. 누가 전화를 해서 광고를 사라졌는지, 어떤 권력이 작용했는지 다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전 사장은 정치와 언론 등의 민주화를 위한 직접 행동의 방법으로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moveon.org)에서 펴낸 ‘나라 사랑 50가지 방법(50 ways to love your country)’을 소개하면서 △연대의 힘 △한 표가 중요하다 △미디어의 여러 얼굴들 △정치적 활동은 개인적인 것이다 △개인적 활동은 정치적인 것이다 등의 분류 속 구체적 행동강령을 세워 실천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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