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편견 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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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주년 맞은 KBS ‘개그콘서트’ 김석현 PD

▲ 김석현 KBS PD ⓒPD저널
개그맨들이 입을 모아 “개그맨보다 개그감이 뛰어나다”고 말하는 PD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정말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좌중을 웃기는 입담의 소유자거나, 시종일관 냉랭한 표정으로 남의 개그를 평가하는 사람. 둘 중 하나일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김석현 PD를 만났다.

직접 만나본 김 PD는 두 가지 기대를 적절히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얘기했지만, 가끔 던지는 농담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개그감’을 묻는 질문에 김석현 PD는 “개그맨들과 말이 잘 통하고 ‘코드’가 맞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유연하게 사고하고, 진지한 걸 싫어한다”며 “진지함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PD는 지난 6일 10주년을 맞은 <개콘>의 중흥기를 이끈 연출자로 꼽힌다. 그는 2000년 조연출을 시작으로 총 500여회 가운데 350회 이상 <개콘>에 참여했다. 김석현 PD가 꼽는 <개콘>의 꾸준한 인기비결은 ‘소통의 건전성.’ 제작진과 연기자, 선·후배간의 의사소통이 어느 집단보다 활발한 것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김 PD는 말한다.

“개콘PD 해봤어? 안 해봤음 말을 하지 말어~”

물론 여기에는 <개콘>만의 ‘무한경쟁’ 시스템도 한몫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연기자들은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와 연기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삭막한 경쟁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지만 <개콘>이 알력 다툼으로 내홍을 치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김석현 PD는 “제작진과 연기자가 모두 모여 오디션을 보고 리허설을 하는 투명한 구조”라며 “타율적 경쟁이 아니고 자율적 경쟁체제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도 PD를 원망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연기자들이 경쟁에서 탈락해 뒤로 밀릴 때는 김 PD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 친구들이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남보다 조금 뒤쳐졌을 뿐인데 ‘해고 아닌 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난감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으로 프로그램이 몇몇 개그맨의 소유가 되면 나머지는 뭐가 되나. <개콘>이 ‘우리 꺼’라고 생각하면 프로그램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김석현 PD는 ‘개그 PD’가 되고 싶어 지난 1997년 KBS에 입사했다. 줄곧 개그 프로그램을 맡아온 그에게 방송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자 김 PD는 “종교적·정치적·문화적 편견을 깨는 것”이라고 답했다.

“출산드라 코너가 나갔을 때 기독교 단체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소재로 삼으면 해당 단체에서 난리가 난다. 그런 도그마와 권위를 깨나가는 작업을 하고 싶다. 저나 개그맨들 모두 엄숙주의 자체를 싫어한다. 왕비호가 ‘빠돌이·빠순이’ 문화를 많이 깼다. 개그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거나 계몽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그냥 달리 생각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주고 싶다. 그게 코미디의 시작 아닐까.”

김석현 PD는 “사회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너무 경직돼 있다”면서 “정치·언론 표현의 자유보다 문화적 표현의 자유에 좀 더 관대해졌으면 좋겠다. 종교, 정치에 대해 옳다, 그르다 얘기하는 것보다 대중의 눈높이로 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는 코미디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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