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 ‘MB 언론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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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인수 ‘MB 언론관’ 논란
“방송, 정치문제에 몰두”…언론계 “방송장악 현실, 대통령 인식만 달라”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9.08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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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지만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아무도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중략) 우리 사회와 세계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방송은 아직도 정쟁 등 정치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일 KBS 신임 이사진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이 같은 발언은 여당의 언론관계법 날치기 처리와 맞물려 최근 여권·뉴라이트 일색으로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이 이뤄지면서 정권의 방송·언론 장악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것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과 언론계 안팎에선 “해당 발언 자체가 방송·언론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이 대통령‘만’의 언론관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KBS 신임 이사진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청와대>
이 같은 비판을 제기하는 쪽에선 우선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KBS 이사진 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해당 발언이 나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여당이 수신료 인상을 명목으로 KBS 예·결산의 국회 승인을 의무화하는 공영방송법(방송공사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색깔 없는 KBS 뉴스 만들기”를 얘기하는 상황에서 “방송이 정치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예사로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8일 “그간 대통령이 직접 KBS 이사진에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지 않은 것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이례적으로 신임 이사진을 청와대로 불러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그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은 (KBS 등) 방송이 정치 문제를 다루지 말라는 교시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성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대통령이 진정 방송독립을 원한다면 지금까지 선례가 없던 임명장 수여까지 고안, KBS 이사진들을 특별대우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권의 방송 장악 논란을 부정한 이 대통령의 발언도 논란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현 정권 출범 이후 YTN·OBS 등 방송사 및 유관기관 수장들이 줄줄이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들로 교체됐고, 권력기관을 동원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해임한 이 대통령이 얼굴색 하나 변치 않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KBS 신임 이사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들은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방송장악을 할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현실과는 별도로) 일상적인 형식화된 표현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KBS와 YTN 등에서 알 수 있듯 실질적으로 정치권의 방송 통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일련의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통상의 인식과는) 다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도 “방송이 정치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에 대한 지나친 예민함일 수도 있다”면서 “언론의 공공성보다는 시장성에 집중한 언론법 개정이나 공영방송에 대한 ‘무색’ 강요는 이런 인식의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 7일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특강에서 “현재 속도전, 이미지전으로 상당 부분 가려지긴 했지만 정권의 방송장악은 현재 진행형인 만큼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국민의 깨우침 등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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