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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스타일’ 몰입 깨는 과도한 간접광고 논란

SBS 특별기획 〈스타일〉(극본 문지영, 연출 오종록)의 과도한 간접광고가 논란이다. 이른바 PPL(Product Placement)이라 불리는 간접광고가 〈스타일〉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이야기 맥락은 툭툭 끊기며, 노골적이고 어설프기까지 한 PPL은 실소를 자아낼 정도다.

패션잡지가 주 무대인만큼, 배경이 되는 잡지사는 물론, 주인공들이 착용하는 의상과 액세서리 등이 대부분 광고판이다. 실제로 〈스타일〉은 패션지 ‘인스타일’의 도움 아래, 원형의 로고까지 비슷하게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스타일〉의 메인 제작지원 업체가 10개 안팎. PPL의 빈도가 잦은 것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데 있다. 〈스타일〉은 출연진이 온몸으로 CF를 찍는 수준이다.

몇가지 사례를 나열해보자. 로드숍 취재를 다니던 서정(이지아)은 뜬금없이 정수기 시음장에서 물 한 잔을 마신다. 출연자들 또한 대부분 이 정수기를 사용하고, 우진(류시원)은 자신의 레스토랑 직원들에게 음식물 처리기 사용법을 설명하며 “이렇게 처리해서 말린 다음에 퇴비로 만들면 된다”고 말한다. 모두 협찬사인 웅진코웨이 제품이다.

▲ SBS '스타일'의 주인공 김혜수(왼쪽)와 이지아 ⓒSBS
기자(김혜수)는 늘 ‘허니 커피’를 즐겨 마시고, 패션지 포토그래퍼인 민준(이용우)은 ‘허니 커피’ 시음회를 촬영한다. 협찬사가 ‘할리스 커피’이기 때문이다. 또 ‘스타일’ 직원들은 휴대폰 화보 촬영 도중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폰 ‘매직홀’의 ‘도트 편집기능’을 손수 선보이고 카메라는 이를 친절하게 클로즈업까지 해준다. ‘스타일’의 발행인이었던 손병이(나영희) 회장의 회사 이름은 ‘환희건설’. 메인 협찬사인 한화건설에서 따온 것으로 로고마저 흡사하다.

협찬사에 일반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천세계도시축전, 농림수산식품부 등 공공분야도 빠질 수 없다. 막걸리 주조 장면으로 시작된 10회. 우진은 손님들을 향해 “우리 레스토랑하고 어울리는 오리지널 전통주를 만들어 보려 한다”며 “이른바 막걸리 트랜스포머”라고 소개한다. 농수산식품부가 최근 ‘세계인이 사랑하는 우리 술’을 비전으로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 것과 겹치는 맥락이다.

또 ‘스타일’ 발행인의 취임식 장소는 세계도시축전이 열리는 인천이다. 송도 신도시를 향하며 손병이 회장은 “지금은 현장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지만 완공되면 환상적인 스카이라인이 될 것 같지 않니”라며 굳이 달콤한 말을 내뱉는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송도 신도시의 곳곳이 화면을 장식하고 ‘스타일’ 편집부원들은 도시축전을 배경으로 화보 촬영까지 한다.

또한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자문을 해주는 덕인지 ‘보헤미안 한식쉐프’인 우진이 만드는 요리의 대부분은 한우를 이용한 것이다. 압권은 지난 5일 방송분이었다. 마트 한우매장에서 사골을 고르던 서정이 직접 ‘쇠고기 이력 추적 시스템’을 활용하는 장면이 방송된 것. 드라마 맥락과는 전혀 상관없이 ‘광고’만을 위해 존재하는 이 같은 장면들 때문에 드라마에 몰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46조 간접광고 관련 조항에 따르면 앞서 지적한 장면들 대부분은 이미 위험수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스타일〉의 간접광고에 대한 심의에 착수한 상태다.

▲ SBS 드라마 '스타일'에선 김혜수가 타는 차부터 마시는 커피와 정수기까지 모두 '협찬'이다. ⓒSBS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 PPL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의규정상 간접광고는 불가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수준까지의 간접광고는 허용된다. 스타들의 출연료와 제작비가 치솟으면서 협찬 없이는 드라마 제작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PPL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껏, 요령껏 한다면 심의 제재를 피하는 것은 물론, 드라마 전체 맥락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끌고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스타일〉은 광고에 거의 잠식된 상태에 다름 아니다. 비슷한 사례로 올 초 방영된 KBS 〈꽃보다 남자〉가 있다. 〈꽃보다 남자〉 역시 특정 휴양지와 아이스크림 업체 등을 노골적으로 ‘홍보’해 물의를 일으켰다. 〈스타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지난 6일 12회 방송분부터 ‘광고’가 줄어드는 양상이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다.

극중 박기자는 에디터에게 도시축전에서의 취임식과 취재를 지시하며 “인천이랑 협찬 뚫어볼 테니까 어떻게든 패션코드랑 연결시켜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 “취임식 취재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도록 동선 잡아. 100% 실크 블라우스처럼 자연스럽고 엣지 있게.”

이 대사는 〈스타일〉 제작진의 자기 고백이자 주문이다. 기자의 말대로 PPL을 하더라도 “100% 실크 블라우스처럼 자연스럽고 엣지 있게” 할 수 없을까. 그래야만 ‘협찬’과 ‘이야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걸, 기자만이 아니라 제작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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