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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장, ‘MBC 개혁’ 추진 계획 밝혀

MBC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드러내며 엄기영 사장 등의 퇴진을 압박해왔던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가 엄 사장의 MBC 개혁 의지를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재신임’을 결정해 주목된다.

방문진은 9일 임시 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이 구조조정, 단체협약 개정, 공정성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한 ‘New MBC Innovation Plan’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발표한데 대해 책임 있는 개혁 추진을 주문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달 19~20일 이사회를 열고 MBC 업무보고를 진행하는 모습. ⓒPD저널
김우룡 이사장은 “엄 사장이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많이 제시했으니 방문진 이사회는 엄기영 사장에게 그러한 플랜을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며 “항간에 단순한 시간끌기라는 오해가 있으나 그러한 오해를 불식할 수 있도록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적어도 내년 2월 주주총회까지는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영진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던 기존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방문진은 지난 2일 이사회까지만 해도 엄 사장의 ‘New MBC’ 계획에 대해 “알맹이 없는 선언적 조치”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김우룡 이사장을 포함한 일부 ‘뉴라이트’, 친여 성향 이사들은 공개적으로 경영진 퇴진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2일 이후, ‘중도성향’의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내정되는 등 정국 분위기가 변화하면서 방문진이 엄기영 사장의 해임을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우세해졌다.

한편으론 엄 사장이 구조조정, 단체협약 개정 등 방문진이 지적한 사항을 대부분 반영해 개혁 방침을 밝힌 만큼, 엄 사장을 해임하는 대신 ‘회유’하는 방식으로 MBC ‘길들이기’를 시도할 것이란 예측도 힘을 얻고 있다.

엄기영 “공정성위원회 시행, 11월까지 단체협약 개정”

▲ 엄기영 MBC 사장 ⓒMBC
엄기영 사장은 9일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MBC 개혁과 관련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엄 사장은 모든 임원과 라디오본부장, 경영지원국장 등이 참여하는 ‘뉴 MBC 플랜 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추진협의회(미래위원회)를 이달 중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중순 공정성위원회 시행과 오는 11월 2차 명예퇴직 실시 및 미래전략 수립 완료 등의 구체적인 시한도 밝혔다. 11월까지 단체협약을 개정하고 상향평가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노사관계 변화도 예고했다. MBC는 앞서 지난 8일부터 엄 사장을 중심으로 한 ‘리뷰 보드’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심의 제도 또한 강화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정상모 이사는 “추진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고, 고진 이사도 사전·사후 모니터링 제도 운영과 관련해 “그것이 내용 자체에 간여하는 것이 되어선 안 되며,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오류를 지적, 수정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고 이사는 이어 “오늘 보고한 대책도 구체적인 목표 제시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점유율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보도본부장이나 경영진이 책임을 지겠다는 정도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뉴라이트’ 출신의 차기환 이사는 “단체협약으로 경영진의 인사권, 편성권을 제약하면 노조의 의견이 지나치게 반영되어 국민의 방송이라는 취지를 허물기 쉽고, 상향식평가제와 맞물려 데스크 기능이 유명무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 감사도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한 것처럼 노조로부터의 독립 역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방문진 8기 이사진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 MBC 경영진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MBC 경영 현황에 대한 구두 및 서면 보고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경영실적, 일부 프로그램의 공정성 및 데스킹 문제, 노사 단체협약의 문제 등을 지적하고 책임과 개선을 요구했다.·이에 엄기영 사장은 지난달 26일 “프로그램 공정성을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며 빠른 시일 안에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신임을 물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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