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장 후보자, 방송전문가 1명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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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출신 다수…일부 후보자 “EBS 교양·문화 프로그램 폐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방통위)가 EBS 사장 후보자 면접과정을 10일 공개했다. 그러나 공개된 5명의 후보자는 교육계나 기업체 출신으로 방송전문가는 1명도 없는 데다 대부분 노조에 대한 강경발언을 쏟아내 후보 적합성 등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부터 EBS 사장 후보자로 나선 박경재 동우대학 총장(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과 이명희 국립 공주대학교 부교수(자유교육연합 운영위원장 및 상임대표), 이원창 전 한나라당 의원(프런티어타임스 부회장 겸 주필), 임영학 CJ홈쇼핑 글로벌전략위원회 부사장(전 CJ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최현섭 전 강원대 총장(전 KBS춘천총국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등 5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 이 과정을 CCTV를 통해 방통위 기자단에게 공개했다.

▲ 서울 도곡동 EBS 사옥 ⓒEBS
EBS 사장 후보에 대한 면접은 프레젠테이션(10분)과 질의응답(20분) 등 각 후보당 30분씩 이뤄졌다. 이날 후보자들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과의 전쟁’을 1순위로 꼽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경재 동우대학 총장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e-러닝 사업의 확대 및 내실화 △학교 교육과의 전략적 연계 △EBS 영어교육 전용 방송의 활용도 제고 (특모고 대비 등) △디지털 교육자료 시스템 구축 △교육용 IPTV 콘텐츠 구축 △IPTV 교수 학습모델 개발 등을 제시했다.

또한 박 총장은 “EBS에는 국제중, 특목고 대비 프로그램이 특화 돼 있지 않다”면서 “국제중, 특목고 대비 학생들을 위한 고급 프로그램을 만들고, 유아교육에서 대상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사관계를 묻는 질문에 박 총장은 “노조 협조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지만 정 안되는 것은 안 된다고 잘라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EBS가 국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국민들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EBS가 일반방송으로 편성된 점이 있어 교육 내용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명희 공주대 부교수는 “EBS는 정체성 위기에 빠져있다”며 “공익교육 방송으로서 방송서비스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회적 요구인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방송사업자로서 자립적인 경영기반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혁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EBS 교육 콘텐츠를 명품으로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며 “재원 확보를 위해서 EBS의 교양문화 음악프로그램을 축소 또는 폐지시키겠다”고 언급,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다각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지난 7년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교육 개혁을 위한 아젠다 생성, 기구통폐합을 통한 비용 절감, 콘텐츠 개발 사업에 대한 집중투자, IPTV를 통한 양방향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노사관계를 묻는 질문에 그는 “노동조합이라는 것도 대한민국 헌법 체제 속에 기능할 수 있는 이념에 바탕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사회 구성원과 다른 목표로 노조가 활동하려면 단호하게 대처해서 근본적인 질서를 만들겠다”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재원조달 계획과 관련해 이 교수는 교육 콘텐츠를 산업화 해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방안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경자 방통위 위원이 “사교육비 절감 교육 콘텐츠가 세계적 콘텐츠가 어떻게 될 수 있나. 이게 현실성이 있냐”고 묻자 이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낮은 게 아니다. 교육 콘텐츠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하며 논란을 피해갔다.

이원창 전 의원은 “EBS 사장직에 응모한 것은 이대로 사교육을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경향신문과 MBC에서 사회부 기자로 오래 근무한 경력을 살려 숨어드는 고액과외, 파파라치가 쫓아야 하는 강사를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현재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의 제작을 대폭 줄이고, 이를 통해 집중적인 교육 프로그램 육성에 나서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우수강사와 프리랜서 제작진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해 열의를 높이고, 유아 및 초·중·고에 대한 실용적인 교육정책을 대폭 강화하며, IPTV 반복학습 등으로 사교육비 경감에 나서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또 그는 “PD들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려고 하고, 칠판방송 PD는 안하려고 하는 저항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수한 PD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타사에서 스카우트라도 해서 교육 강의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방송사 노조들은 미디어법 파동 당시 정치를 목적으로 파업을 벌였다”면서 “불법 파업을 벌일 시에는 과감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영학 CJ 홈쇼핑 부사장은 EBS의 발전 방안으로 “교육불평등 해소, 방송융합의 주도적 역할 위한 멀티미디어플랫폼 구축, 공교육 정상화, 평생교육의 기본 인프라 구축, 미래환경에 따른 교육 인프라 구축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 부사장은 “EBS 설립목적에도 나와 있듯이 EBS는 학교교육의 보완이 돼야 한다”면서 “EBS가 공교육 정상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양 문화 장르별 프로그램은 평생교육을 위해 확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축소·폐지를 언급한 타 후보와 의견을 달리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최현섭 명예교수는 3년 내 사교육비 30% 절감, 우수강사 발굴, EBS 시청률과 만족도 2배 이상 증대, 상시 만족도 조사체계 확립 등을 후보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면접 결과를 놓고 오는 14일 사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달 27일 “EBS 사장은 정치적 고려 없이 교육문제에 대한 식견과 경험, 애정, 열정을 갖춘 개혁적 인사를 선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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