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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BS 사장 면접 생중계를 보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방통위)가 EBS 사장 후보자 면접과정을 어제(10일) 공개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라는 방통위의 의도는 좋았지만, 공개된 5명의 후보자는 공영방송 EBS 사장후보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EBS 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 21조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 중 내년 10%,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까지 20%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BS 사장 공모를 앞둔 것을 감안하면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후보자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실제 후보자들은 EBS를 사교육시장에 맞설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만 각자의 해법을 제시했다.

일부 후보자들은 다큐·교양·문화·음악 프로그램 폐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노사 편성규약 조차 무시하는 발언도 쏟아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통합방송법 제4조 4항에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장이 마음대로 프로그램 폐지를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다. 편성규약의 명백한 위반이다.

▲ 서울 도곡동 EBS 사옥 ⓒEBS
그동안 ‘교육’ 방송으로서 EBS의 성과도 그리 나쁘지 않다.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사교육시장에 당하고 있는 동안 EBS는 공교육의 보완적 차원에서 시청자들에게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나름 노력해왔다는게 방송계 안팎의 평가다. 여기에 사회탐구, 과학탐구와 직업탐구 과목 같이 소수 학생들이 요구하는 강좌도 개설했다. 이러한 강좌들은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업체나 학원에는 개설되지 않는다. EBS가 서비스하지 않으면 이들 수험생들은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다.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는 KBS, MBC, SBS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이런 성과에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최 위원장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입시위주의 ‘교육방송’에만 방점을 찍었고, 국제중·특목고 맞춤형 강의 신설이나 스타강사 영입 등의 공약을 내놓기에 바빴다. 오히려 기업체 출신 한 후보가 “교양 문화 장르별 프로그램은 평생교육을 위해 확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언한 것이 돋보일 정도였다.

EBS 재원 악화는 수신료 중 EBS 몫으로 돌아오는 비율이 3%로 극히 낮다는 데 있다. 지난해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앞으로 통합사옥건립. 디지털전환비용 등 과제가 산적하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EBS는 5분 다큐 〈지식채널e〉, 대작 다큐 〈한반도의 공룡〉, 주5회 무료공연 제공하는 〈스페이스 공감〉, 어린이 프로그램 〈뽀롱뽀로 뽀로로〉, 〈방귀대장 뿡뿡이〉. 〈다큐프라임〉 등 국내외 시상식에서 수상은 물론 프로그램 해외 수출까지 이뤄내며 수익창출에 기여했다. 모두 구성원들이 노력해 이룩한 결과다.

면접을 지켜보던 EBS 한 간부는 “EBS를 교육과학기술부에 딸려있는 방송국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게 이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상식 밖의 후보자를 보니 화가 나고 서글프기까지 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를 개최한 다음 15일 EBS 사장 임명식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함량 미달의 후보라면 EBS 정문을 쉽게 통과할 수 있을까. 당장 EBS의 앞날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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