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일본 제작자들이 ‘꽃남’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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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BCWW 2009-3개국 제작자와 함께 하는 <꽃보다 남자> 이야기’

“외모만 보고 루이 역에 SS501의 김현중을 캐스팅했는데 첫 대본 리딩 때 초등학생이 국어책을 더듬더듬 읽는 수준이었다. 결국 선생님 두 명을 붙여 하루 4시간씩 연기 연습을 시켰다.”

“대만에서 처음 <꽃보다 남자>가 방영됐을 때 엄청난 찬반양론을 일으켰다. 심지어 중국에서 방송할 땐 방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일본판 <꽃보다 남자>는 당초 기획했던 드라마가 중간에 엎어지면서 1년을 앞당겨 갑자기 제작하게 된 드라마다.”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를 드라마로 만들어 성공시킨 한국, 일본, 대만 3개국 제작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1일 오후 4시 4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BCWW 2009(국제영상견본시) ‘3개국 제작자와 함께 하는 <꽃보다 남자> 이야기’ 포럼에 송병준 그룹 에이트 대표, 야스하루 이시이 일본 TBS 감독, 위에 쉰 차이 대만 감독 등 3개국 <꽃남> 제작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꽃남>을 기획하게 된 배경, 캐스팅 비화 등 제작 뒷얘기들을 낱낱이 공개했다.

▲ 11일 오후 4시 40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BCWW 2009 ‘3개국 제작자와 함께 하는 <꽃보다 남자> 이야기’ 포럼이 열렸다. ⓒPD저널
이날 청중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 것은 <꽃남>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 비화. 한국, 일본, 대만 모두 <꽃남>에 출연한 배우들은 최고 인기 스타로 부상했다. 그만큼 만화와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위한 제작자들의 고심도 컸다.

송병준 대표는 “이미 일본, 대만에서 <꽃남>이 드라마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한국 배우들이 원작에 제일 가깝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며 “만화 그림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가장 흡사한 배우를 찾았다. 그래서 제일 먼저 캐스팅한 배우가 루이 역의 김현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난관도 많았다. 김현중은 만화 원작과 가장 흡사한 외모를 가졌지만, 문제는 연기력. 송 대표는 “김현중은 처음에 대본 리딩이 뭔지조차 모르던 친구였다”며 “선생님 두 명을 붙여 매일 4시간씩 연기 연습을 시키고, 작가 선생님까지 투입해 가르쳤다”고 말했다.

구준표 역에 맞는 배우를 찾는 데도 애를 먹었다. 실제 186cm 키에 건방지고 고집스러워 보이지만 순수함도 갖춘 양면성을 가진 배우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우연히 탤런트 이민호를 발견했고, 이민호는 만화 주인공과 똑같은 곱슬머리를 만들기 위해 네 번이나 퍼머를 다시 했다.

금잔디 역의 탤런트 구혜선은 캐스팅 과정에서 많이 망설인 경우. 극중 고등학교 2학년으로 나오기에는 구혜선의 나이가 많았다. 송 대표는 “구혜선 얼굴을 자세히 보면 2차원적 느낌이 있고,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생기기도 했다”며 “나이 때문에 망설였지만 5~6번의 오디션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이시이 감독은 “루이 역을 맡은 배우는 연극을 하며 <꽃남> 촬영을 강행해 한때 일본에서 잠 안 자는 사람 베스트 3에 들 정도였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꽃남>을 드라마로 만든 이유는 3국이 각각 달랐다. 지난 2001년 제일 먼저 <꽃남>을 드라마로 만든 대만 위에 쉰 차이 감독은 “당시만 해도 대만 드라마는 200회, 300회, 심지어 600회까지 하는 연속극이 제작되던 때였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어 큰 용기를 내 <꽃남>을 드라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 방송 후 대만에서 트렌디 드라마 시대가 열렸고, 드라마도 상품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등 대만 드라마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시이 감독은 “원래 하려던 기획이 날아가 <꽃남>을 1년 앞당겨 하게 됐다”며 “불과 한 달 만에 캐스팅하고 대본을 만들었다. 2005년 8월 중순부터 방송이 끝난 12월까지 한 번도 제대로 자본 적 없이 힘들게 찍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됐지만, <꽃남>의 반향은 엄청났다. 이시이 감독은 “2005년 <꽃남>이 제작됐을 때만 해도 순정만화는 드라마로 만들면 인기가 없다는 분위기여서 하나의 도박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꽃남>을 통해 그러한 상식을 깼다. 또 <꽃남>의 DVD도 날개 돋친 듯 팔려 그 무렵부터 TV 드라마를 DVD로 만들어도 팔릴 거라는 사실을 통용시켰다”고 말했다.

‘구준표 신드롬’까지 낳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꽃남>의 반향은 컸다. 송 대표는 “이렇게 말 많았던 작품은 없었다. 모든 기록을 갈아 치웠다”면서 “침체된 미디어 산업과 광고계에 활력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또 “스타 작가, 스타 연기자에 의존하는 관행을 불식시킨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3개국 모두에서 <꽃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만화 원작이 갖는 ‘힘’ 때문이라고 제작자들은 입을 모았다. 송병준 대표는 “<꽃남>은 순정 만화의 바이블이라고 할 정도로 초등생부터 40대 이르는 여성까지 이 만화를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원작”이라고 추켜세웠다.

위에 쉰 차이 감독 역시 “너무나 완벽하게 모든 여성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원작을 만들어줬다”며 “어떤 나라에서 제작하든 <꽃남>은 관중의 시각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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