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을개편에 ‘시사360’ 폐지 파문
상태바
KBS, 가을개편에 ‘시사360’ 폐지 파문
[단독] PD들 "권력비판 프로 없애 '색깔없는 방송' 만들겠다는거냐" 반발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9.17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가 다음달 19일로 예정된 가을 개편에서 시사 프로그램 <생방송 시사360>을 사실상 폐지하는 안을 마련해 파문이 일고 있다.

<PD저널>이 입수한 ‘2009 가을 개편안’에 따르면 KBS는 2TV <생방송 시사360> 시간에 <생방송 세상은 지금(가제)>을 신설할 계획이다. KBS는 18일 오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 내용이 포함된 가을 개편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 <생방송 시사360> ⓒKBS

KBS 구성원들은 “권력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생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폐지에 이은 ‘권력 비판적’ 프로그램 없애기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시사360>은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된 지난해 가을 개편 때 <시사투나잇>의 대체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KBS PD협회(회장 김덕재)는 17일 성명을 통해 “<시사360> 폐지는 미흡하나마 권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지키려던 몇 안 되는 시사 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병순 사장은) 아마도 KBS를 확실하게 ‘바보상자’로 만들어 연임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싶은 듯하다”고 비판했다.

PD협회 “이병순 사장, KBS ‘바보상자’ 만들어 연임 꿈꾸나” 

교양제작국의 한 PD는 “이번 개편으로 PD들이 제작하는 권력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라며 “마지막 하나 남은 시사 프로마저 없애 MB정권이 강조하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말한 ‘색깔 없는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사투나잇> 등 정권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폐지한 지난해 ‘1차 관제개편’이 이명박 정권을 위한 선물이었다면, 이번 가을 개편은 이병순 사장 자신의 연임을 위한 ‘2차 관제개편’”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른 교양제작국 PD는 “색깔없는 방송, 연성화된 방송을 통해 정권에 잘 보인다고 KBS가 과연 수신료를 인상할 수 있을까”라며 허탈함을 나타냈다.

김영호 KBS 이사(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시사360>을 폐지하는 것은 결국 KBS가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KBS를 연성화하고 무색무취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설되는 ‘세상은 지금’, 외신 풍물뉴스 전하는데 그칠 것” 우려

신설 예정인 <생방송 세상은 지금(가제)>의 성격에 대해서도 PD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개편안에 따르면 KBS는 “급변하는 세계정치·경제·사회 현장 정보를 제공하고, KBS 외신리소스 활용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KBS PD들은 “경영악화로 제작비가 감축됐고 PD특파원도 줄어든 상황”이라며 “‘세상은 지금’이라는 프로그램 제목도 그렇고, 제작여건 상 MBC의 <W>같은 시사 프로그램보다 외신의 ‘풍물 뉴스’를 내보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가을 개편에는 여행 프로그램인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폐지도 포함돼 이러한 주장은 힘이 실리고 있다. KBS의 한 PD는 “<세상은 지금>과 내용이 중복될 것 같으니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폐지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아침 뉴스타임’ 시간단축 … ‘정권비판’ 2TV 뉴스 축소?”

이와 함께 KBS는 이번 가을개편을 통해 2TV <아침 뉴스타임> 내에 ‘오늘 게시판’(오전 8시 40분~9시)을 신설할 계획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오늘 게시판’은 당일의 문화·경제·복지행사 등의 정보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성원 KBS 공정방송실장은 “단순 정보전달 코너를 신설하면서 뉴스시간이 40분으로 줄어들게 됐다”면서 “(<시사360> 폐지와 함께) 상대적으로 정권비판에 적극적이었던 2TV 뉴스를 축소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KBS는 이번 가을 개편에 <걸어서 세계속으로>, <30분 다큐>, <주말 대하드라마>, <대결 노래가 좋다>, <코미디 희희낙락> 등을 폐지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