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협회 “이병순 사장, 개편 손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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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가을 개편에 <생방송 시사360>을 폐지하는 안을 마련한 가운데, KBS PD협회(회장 김덕재)는 17일 성명을 통해 “이병순 사장은 개편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KBS PD협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시사360> 폐지는 미흡하나마 권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지키려던 몇 안 되는 시사 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병순 사장은) 아마도 KBS를 확실하게 ‘바보상자’로 만들어 연임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싶은 듯하다”고 비판했다.

PD 협회는 “임기가 두 달도 안남은 이 사장은 지금 KBS의 개편을 주도할 처지가 아니다”라며 “더 이상 공영방송 KBS를 거세하지 말라.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조용히 심판을 기다리며 자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KBS PD협회 성명 전문이다.

스페인의 화가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라는 작품이다. 사투르누스(영어로 Saturn : 사탄)는 그리스 신화에서 “크로노스”로 불리 우며 제우스와 그 형제들의 아버지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신들의 王”의 자리에 오른 그는 “자식들 때문에 왕위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예언에 겁을 집어먹고 자기 자식들을 모두 잡아먹었다고 한다. 오직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핏물이 줄줄 흐르는 자식의 팔뚝을 한입 베 물은 광기 어린 야만의 표정은 지난 1년 간 KBS의 도처에서 오버랩 되어왔다.

금주 내로 이사회에 보고될 개편案에는 “시사 360”의 폐지가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미흡하나마 권력에 비판적인 스탠스를 지켜보려 애쓰던 몇 안 돼는 시사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아마도 KBS를 확실하게 “바보상자”로 만들어 연임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싶은 듯하다.

이병순 사장 취임 후의 지난 1년은 한마디로 “자식 잡아먹기”의 향연이었다. 권력과 기득권에 비판적이었던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을 전격 폐지하더니, 불법적 이사회에 반기를 들었던 직원들에 대해 초유의 무더기 중징계를 감행했다. 서류문구와 어설픈 재무지식으로 간부들을 괴롭히더니, 밑도 끝도 없는 “결재 안 해주기”로 직원들을 좀비로 만들어 갔다. 회사 자산 팔아넘기고, 출장 안보내고, 제작비 깎아 흑자 전표 하나 달랑 만들어 휘날리더니, 급기야 비정규직 사우들을 회사 울타리 밖으로 쫓아냈다.

이병순 사장이 사투르누스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안전장치”뒤에 숨을 줄 안다는 것이다. 일찍이 취임 초 국회에서 보여주었듯이, 모든 책임을 간부들에게 떠넘기고 뒤로 숨어왔었다. 사장에게 뒷덜미를 잡혀 후배들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어가던 본부장들은 직원들에게 “불신임”이라는 사형 선고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KBS의 사투르누스는 이들의 노고에 일괄사표 종용으로 화답했고, 급기야 부사장 둘은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문명사회에서 사장과 직원의 관계를 父子之間에 비유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초의 KBS출신이라는 딱지로 사장자리에 올랐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리라.

임기가 두 달도 안남은 당신은 지금 KBS의 개편을 주도할 처지가 아니다. 눈이 있다면 보고 귀가 있다면 들어보라. 지난 1년간 당신에게 사지를 다 물어뜯긴 임직원들의 처참한 몰골과 신음소리를. 더 이상 공영방송 KBS를 거세하지 말라.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잠시라도 야만에서 벗어나 입가에 묻은 자식들의 피를 닦아내고 조용히 심판을 기다리며 자숙해야 할 때다.

2009년 9월 17일
KBS프로듀서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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