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잡자” SBS 월화드라마 밤 9시대 편성
상태바
“시청률 잡자” SBS 월화드라마 밤 9시대 편성
‘선덕여왕’ 피하기? 새로운 시청층 개발?…10월 대대적 개편 단행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9.09.21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송사의 몸부림이 편성을 뒤흔들었다.

SBS는 다음달 5일 가을개편을 맞아 밤 10시대 방송되던 월화드라마를 한 시간 앞당기는 ‘파격 편성’을 단행한다. 통상 평일 밤 10시대에는 드라마를 방영한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 공식을 과감하게 깬 것.

SBS는 40%의 시청률을 넘어서며 저녁 7시대 드라마 돌풍을 일으킨 <아내의 유혹> 김순옥 작가의 새 드라마 <천사의 유혹>을 다음달 12일부터 월요일과 화요일 밤 9시대에 편성하기로 했다. 대신 밤 10시대에는 교양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SBS는 새로운 시청층 개발과 프로그램 장르 선택의 다양화를 파격 편성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SBS 측은 지난 15일 “자체 시청자 패널 조사 결과 밤 9시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요구가 매우 높고 이 시간대 주요 시청층과 <천사의 유혹> 시청 타깃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SBS 측은 또 밤 10시대 교양 프로그램을 신설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장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청층 역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SBS 새 월화드라마 <천사의 유혹> ⓒSBS

그러나 SBS가 월화드라마의 편성 시간대만 한 시간 앞당긴 것에 대해 현재 시청률 40%를 넘어서며 인기를 얻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시청률을 잡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선덕여왕>과 맞붙은 SBS 월화드라마 <자명고>는 조기종영 했고,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림> 역시 3~5%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SBS가 월화드라마 시간대를 조정한 것은 <선덕여왕>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의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SBS 측은 <선덕여왕>이 방송되는 밤 10시대를 제외한 시간대에서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타깃 시청층과 겹치는 시간대를 모색, 밤 9시대를 최종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편성기획팀 관계자는 “편성 시간대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 아닌가 하는 내부 고민도 있었지만 시청자 패널 조사를 해보니 밤 9시대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이 많았고 <천사의 유혹> 주 시청층과 9시대 시청층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천사의 유혹>이 상대적으로 뉴스를 많이 보지 않는 30~40대 주부들이 시청할 만한 드라마라는 판단이다.

그는 “전체 방송 상황으로 볼 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드라마를 각 방송사가 밤 10시대 중복 투자하는 것보다 (다른 시간대 편성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0시대 교양 프로그램을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시청층을 개발할 수 있다는 명분도 작용했다. 편성기획팀 관계자는 “밤 10시대 드라마를 보지 않는 새로운 시청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 SBS는 밤 10시대 배치할 프로그램을 두고 고심 중이다. <생활의 달인> 등 교양 프로그램과 파일럿 프로그램 <큐브>, <마음을 훔치는 게임쇼 300>, <토끼열전>, <부자엄마대사전> 등이 고려 대상이다.

‘광고 위주’ 편성 전략에 우려 목소리도  

SBS 내부에서는 이번 편성과 관련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경영 위기와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시각과 지나친 ‘광고 위주’ 편성 전략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다.

SBS 한 관계자는 “광고가 편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결국 프로그램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채널수가 더 많아지고 경쟁이 가속화될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SBS의 파격 편성은 KBS, MBC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9시대 메인 뉴스를 편성하고 있는 KBS, MBC가 SBS처럼 평일 밤 9시대 드라마를 편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창조 KBS 편성기획팀장은 “(SBS의 편성 변화는) 플러스마이너스가 있을 것”이라며 “일단 지켜보고 있고, 공식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대비하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 SBS <야심만만2> ⓒSBS
타 방송사와 장르 중복 피하기?

SBS는 이번 가을개편에서 대대적인 프로그램 정비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 시간대 변경을 포함해 타 방송사와의 장르 중복을 비껴난 편성 전략이 눈에 띈다.

SBS는 월요일 밤 11시대 방송되던 <야심만만2>를 폐지하고, 대신 화요일 밤 11시대 방송되던 <긴급출동 SOS 24>를 방송한다. 월요일 밤 11시대 MBC <놀러와>, KBS <미녀들의 수다> 등 토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형식으로 경쟁하는 대신 교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MBC <PD수첩>이 방송되는 화요일 밤 11시대에는 강호동이 진행하는 토크쇼 <강심장>을 붙였다.

이밖에도 <TV 로펌 솔로몬>, <대결! 스타 셰프>, <야심만만2>의 이번 가을개편을 맞아 폐지가 확정됐다. 가을개편 즈음 SBS 일일, 주말, 수목드라마도 모두 교체된다. 다음 달 7일 새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전파를 타고, 새 아침드라마 <망설이지마>도 다음 달 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새 일일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는 11월 2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