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정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EIDF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 스탤리올스 코올 감독

▲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 스탤리올스 코올 감독 ⓒEBS
주인공 존 퍼킨스는 ‘경제 저격수’이다. ‘경제 저격수’란 이른바 미국 제국 건설을 위해 세계 각국의 경제시장에서 ‘작전’을 펼치던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2차 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은  중동과 남미 등의 후진국에 대규모의 기반시설 공사를 제안했다. ‘경제저격수’는 후진국의 공사 타당성이나 경제성 조사를 하는 기업으로 위장해 해당 국가에 침투했다. 필요한 자금은 세계은행과 IMF를 통해 조달했고, 미국의 직접적인 손을 빌리지 않았다.

대규모 공사는 해당 국가에 엄청난 빚을 지게 했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나라에게 ‘경제저격수’들은 미국에게 석유 등을 값싸게 공급하거나 사유화하라는 압박을 펼쳤다. 이론상으로는 세계은행에서 돈을 빌려 댐을 짓고 좋은 정책을 도입해서 경제성장도 이루고 융자도 갚는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은 지난 30년간 글로벌 제국을 세웠다. 이들의 제안을 거부했던 에콰도르 대통령 하이메 롤도스, 파나마의 오마르 토리호스는 자칼에 의해 암살됐다.

2009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EIDF)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스텔리오스 코울 감독의 〈나는 경제저격수였다〉(Apology of an economic hit man)는 스스로 ‘경제저격수였다’였다고 밝힌 존 퍼킨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코울 감독은 21일 오후 서울 도곡동 EBS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가 단순히 미국을 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강대국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회적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났으며 어떤 메커니즘으로 진행되는지를 파헤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코울 감독은 그리스에서 태어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특파원으로 폭넓게 활동하며 경험한 것들을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그가 연출한, 그리스 국영방송에서 방송된 시리즈〈Reportage Without Frontiers〉는, 1998년 이후 네 차례나 유익한 방송으로 선정된 바 있다.

▲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Apology of an Economic Hit Man, 스테리오스 코울 감독·그리스·2008) ⓒEBS
코울 감독은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국가를 다녔는데, 전쟁과 같은 우울한 소식을 많이 전하면서 의문점을 가졌다”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특파원 시절 가졌던 의문들을 해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파원에서 다큐멘터리스트로 변신하게 된 이유를 밝힌 셈이다.

영화에서는 존 퍼킨스가 사죄의 뜻으로 자신이 경제저격수로 활동했던 에콰도르를 찾아간다. 퍼킨스는 로마의 원형극장을 연상시키는 곳에 홀로 서게 되는데 에콰도르 국민들은 그를 향해 온갖 비난을 퍼붓는다. 원형극장 밖에서는 에콰도르 국민들이 그에게 돌을 던지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석유가 넘치던 남부럽지 않던 자원국이었던 에콰도르. 하지만 지금은 인구의 85퍼센트가 빈곤층을 형성하고, 세계 최고의 범죄율·세계 최대의 채무국으로 주저앉았다. 그렇게 만든 것이 이른바 ‘경제저격수’들이었고, 에콰도르 국민들의 돌팔매질은 그런 ‘경제저격수’들을 향한 공분(公憤)이었다.

코울 감독은 “다큐 안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넣기 위해 내가 존 퍼킨스에게 직접 제안, 에콰도르에 가게 됐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하나의 카타르시스적인 요소였고 영화의 클라이막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장면을 찍을 때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변해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뻔했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코울 감독은 “좋은 이야기와 좋게 풀어내는 것이 합쳐졌을 때 좋은 다큐멘터리가 나온다”며 “픽션과 논픽션 다큐멘터리 모두 앞서 말한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는 오는 24일 밤 10시 35분 EBS를 통해 90분간 방송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