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검증, 기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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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검증, 기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인터뷰] 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팀장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9.22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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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S 사장교체 과정에서 ‘사원행동’ 소속으로 활동하다 본사에서 부산총국, 다시 울산방송국으로 ‘보복인사’를 당한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탐사보도팀 시절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의 땅 투기 의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여론조사 유출 의혹 등을 고발했던 김 전 팀장은 “고위공직자 검증은 언론의 1차 사명”이라며 “기자들이 저널리즘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현 KBS 울산방송국 기자) ⓒPD저널
- 최근 방송 뉴스의 인사청문회 보도를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해 이명박 정부 초기내각 인사청문회 때까지만 해도 방송사끼리 경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인사청문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방송사들은 이를 토대로 보도 경쟁을 벌이면서 깊은 부분까지 취재했다.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수석이 위장전입, 농지법 위반 등의 문제가 있으면 현지에 가서 직접 확인하고 주변을 탐문 취재해 정치권보다 새로운 사실을 빨리 발굴했다. 이런 기사들이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에 오르곤 했는데, 최근에는 언론이 수동적으로 바뀐 것 같다. 정치권이 먼저 얘기를 꺼내고 언론이 이를 받아서 중계한다는 점이 1년 전과 비교해 질적으로 달라진 부분이다.”

- 한나라당이나 조중동 일부 언론은 도덕성보다 능력검증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급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다. 미국 등 선진국은 임명직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굉장히 까다롭고, 언론도 적극 참여한다. 업무능력이라는 건 사실 실무차원에서 뒷받침해주는 것이고, 고위 공직자라면 도덕성과 재산 형성과정의 투명성 등이 요구돼야 한다. 국민의 재산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도덕성이 걸러지지 않는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언론이 적극 나서야 한다. 언론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알 권리를 토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후보를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언론을 보면 정파적 입장 때문에 예전에는 (공직 후보에 대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은 후진적인 언론 풍토다.”

- 과거 탐사보도팀장 재직 시절 KBS는 공직자 검증 보도에서 큰 활약을 했다. 지금 그러한 역할이 부진한 이유는 뭘까?
“팀장으로 있을 때는 팀원이 10여명이었고,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는 전문 인력(리서처)도 많았다. 그런 토대에서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고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탐사보도팀 기자는 3분의 1로 줄었고, 전문 인력도 없어진 상태다. 실제로 이번 개각은 중폭 정도 규모에 불과하지만, 그 정도도 전체적으로 훑어볼 인력이 안 된다. 1차적으로 이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 또 핵심적인 이유는 정부 인사는 청와대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데,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껄끄러워하는 분위기가 (KBS 내부에)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탐사보도팀이 아니라도 정치팀이나 사회팀 또는 태스크 포스를 꾸려서라고 공직자 후보 검증을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취약하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다.”

- 이번 청문회 정국에서 탐사보도팀이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논문 이중게재 등을 앞서 보도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좀 축소되지 않았냐는 지적도 있다.
“내부 간섭이 예상되지만 개의치 않고 그런 보도를 할 수 있는 전통이 살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국무총리는 국정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정운찬 후보자의 경우 학자적 명망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학자적 양심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한데, (논문 이중게재 등을 밝혀낸 것은) 탐사보도팀이 개가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편집은 면밀히 분석해보지 않아 뭐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만약 주요 뉴스시간대에서 빠졌다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 언론이 고위공직자의 검증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기자들이 저널리즘을 회복하고 자신들의 역할을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정치권의 주장을 ‘받아쓰기’ 하다 보니 아젠다(의제) 형성 기능이 약하다. 이 부분은 제도의 역할이 아니다. 현업 기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지만, 누가 천 후보자를 천거했는지에 대한 후속보도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인사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인지 언론이 관심 갖고 취재했으면, 이후 개각 때 잡음을 줄일 수 있을 텐데 그 부분이 소홀했다. 정치권이 문제제기 해 임명이 철회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니 발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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