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비중만으로 NHK-BBC 동일화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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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KBS와 NHK, BBC는 다르다(1)

여권이 방송구조 개편을 시도하면서 영국과 일본의 공영방송 BBC와 NHK를 모델로 KBS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선 NHK와 BBC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며 “여권이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판한다. <PD저널>은 여권이 현재 KBS와 BBC·NHK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 차이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꼽고 있는 ‘재원’과 보도프로그램 등을 대하는 ‘태도’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세계 공영방송의 ‘모델’로 꼽히는 BBC와 NHK는 여권에서 ‘한 묶음’으로 말할 만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우선 재원의 대부분이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다. 실례로 BBC의 경우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재원의 73.2%가, NHK는 2008년 기준 96.6%가 수신료로 채워졌다. 이와 같은 유사한 재원 구조는 NHK가 공영방송의 모태라 불리는 BBC를 모델로 출범한 데서 비롯한다.

BBC는 자체적으로 수신료를 산정, 독립위원회인 BBC트러스트(The BBC Trust)의 승인을 거쳐,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와 재무성 협상을 통해 인상폭을 결정한다. 최종 수신료는 BBC 예산에 포함돼 형식적이나마 의회의 승인을 통해 최종 책정된다.

NHK는 방송법에 따라 NHK를 수신할 수 있는 설비를 한 자와 계약을 맺고 수신료를 걷고 있지만, 그 금액은 의회와 내각의 승인을 통해 결정된다. 일본 의회에는 NHK 예산·결산에 대한 심의 권한과 NHK 회장을 선정하는 경영위원회 위원의 임명동의권이 있다.

BBC와 NHK 재원의 상당수가 수신료 수입이며 수신료 산정의 최종 권한이 의회에 있다는 측면에서 여권은 공영방송법(방송공사법) 제정을 서둘러 KBS 예산의 80% 가량을 수신료로 채우고 국회에 예·결산 승인 권한을 두는 데 대한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 세계적 공영방송의 모델인 만큼 따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NHK의 경우 예산·결산의 승인이 사실상 중의원·참의원의 만장일치가 있어야만 결정된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방한한 에비사와 가쓰지 당시 NHK 회장은 공영방송 관련 강연에서 “수신료 인상이 필요한 경우 여야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NHK 회장은 최소한 석 달 전부터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다녀야 하고, 온갖 정파의 이해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결국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력을 비판·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실례로 자민당이 지난 2001년 NHK의 예산 설명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를 제기, 방송 내용이 변경·축소된 사실이 지난 2005년 내부 고발자에 의해 드러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NHK는 수신료 거부 운동에 직면하는 등 논란을 겪기도 했다. NHK가 정치와는 관련성이 없는 역사·자연 다큐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BBC는 국왕의 칙허장에 의해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고 있다. 또 경영자-노조 등 BBC 내부 힘의 역학관계도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아젠다’를 설정하는데 있어 비교적 자유롭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 7일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특강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색깔 없는 KBS를 말하며 NHK와 BBC를 언급했는데, 실상을 보면 BBC가 아닌 정치색이 없는 NHK로의 지향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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