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을개편, 이병순 연임 위한 관제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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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360’ 폐지 등 논란 … 노조·PD협회 “정권 눈치보기식 개편 반대”

KBS가 다음달 실시하는 가을 개편에서 시사 프로그램 <생방송 시사360>을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다. KBS 구성원들은 “이번 가을개편은 이병순 사장 연임을 위한 2차 관제 개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09 가을 개편안’에 따르면 KBS는 2TV <생방송 시사360> 시간에 <생방송 세상은 지금(가제)>을 신설할 계획이다. KBS 내부에서는 “권력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폐지에 이은 ‘권력 비판적’ 프로그램 없애기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시사360>은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된 지난해 가을 개편 때 <시사투나잇>의 대체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 <생방송 시사360> ⓒKBS
KBS PD협회(회장 김덕재)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시사360> 폐지는 미흡하나마 권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지키려던 몇 안 되는 시사 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병순 사장은) 아마도 KBS를 확실하게 ‘바보상자’로 만들어 연임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싶은 듯하다”고 비판했다.

교양제작국의 한 PD는 “이번 개편으로 PD들이 제작하는 권력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라며 “마지막 하나 남은 시사 프로마저 없애 MB정권이 강조하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말한 ‘색깔 없는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PD협회는 22일 2차 성명을 내 “지난해 가을개편이 KBS를 접수하기 위한 1차 관제개편이었다면 이번 개편은 이병순 사장의 연임을 위한 제2차 관제개편일 뿐”이라며 “이미 지난 개편으로 신뢰도가 떨어졌는데, 이번 개편으로 또 다시 신뢰가 하락하면 과연 수신료는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인상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도 지난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가을 개편으로 <시사360>이 간판을 내리고, <30분 다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며 “PD저널리즘 약화 의도를 부인할 수 없고, 이러한 시사프로그램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PD들의 건전한 비판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KBS는 <시사360> 폐지를 포함한 가을개편안을 지난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보고했지만, 이사회들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신 KBS 이사회 대변인은 “다수의 이사들이 <시사360>이 폐지되면 언론의 비판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김영호 이사는 “<시사360> 폐지는 결국 KBS가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KBS를 연성화하고 무색무취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사360> 대신 신설되는 <생방송 세상은 지금(가제)>의 성격에 대해서도 PD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개편안에서 KBS는 “급변하는 세계정치·경제·사회 현장 정보를 제공하고, KBS 외신리소스 활용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BS PD들은 “경영악화로 제작비가 감축됐고 PD특파원도 줄어든 상황”이라며 “‘세상은 지금’이라는 프로그램 제목도 그렇고, 제작여건 상 MBC의 <W>같은 시사 프로그램보다 외신의 ‘풍물 뉴스’를 내보내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BS가 마련한 가을개편안은 <시사360> 폐지 뿐 아니라 2TV <아침뉴스타임> 시간 축소, 국가원로의 충언을 듣는 강의 프로그램 <일류의 조건> 신설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KBS 노조는 “비판 기능의 대명사인 뉴스를 2TV에서 크게 줄인 것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고, PD협회는 “국가원로라고 등장할 인사들의 면면이 사뭇 궁금해진다”며 “‘MB코드 맞추기’ 편성”이라고 반발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만 KBS가 다음달 19일 실시 예정인 가을 개편에 이러한 의견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서재석 KBS 편성국장은 “계속 협의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그 입장(개편안)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신 KBS 이사회 대변인은 “개편안은 이사회 의결사항이 아닌 보고사항이기 때문에 결정권한은 없다”면서 “(보고 결과) <시사360> 폐지는 기정사실화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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