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미디어 세계의 아담스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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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텔레비전 페스티벌이 올해로 33번째를 맞이했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톱기어>의 제레미 클락슨을 비롯해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진행하는 안서니와 댁클란도 초청되어 자신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에딘버러 텔레비전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맥타가트 연설’일 것이다. 프로듀서이자 디렉터였던 제임스 맥타가트를 기념하는 이 연설의 올해 주인공은 바로 제임스 머독이었다.

루퍼트 머독의 아들이자 뉴스코퍼레이션 유럽 아시아의 최고경영자인 제임스 머독은 맥타가트 연설을 통해 영국을 미디어 세계의 ‘아담스 패밀리’ 같은 존재라고 규정했다.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를 거부하고 홀로 전혀 엉뚱한 ? 완전히 잘못된 - 길을 가고 있다는 의미다. 머독은 이 아담스 패밀리 속의 두 집단을 맹렬히 비난했는데 하나는 오프콤을 비롯한 영국의 미디어 규제기관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영국방송의 자존심 BBC였다.

머독에 의하면 현재 영국 정부는 ‘창조론’을 맹신하고 있다. 즉, 미디어 시장 스스로의 발전가능성을 무시하고 중앙의 통제를 통해 가장 좋은 미디어 산업모형을 창조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BBC 트러스트나 오프콤 같은 감시 감독 규제기관들은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투자와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한하면서 오히려 미디어 산업을 비효율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예를 들면, 영국 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한 채널이 독점 방송할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결국 프리미어리그는 SKY 스포츠와 ESPN 두 채널로 나뉘어 방송되고 있다. 머독의 입장에서는 이런 규제가 미디어 산업 발전에 불필요할 뿐 아니라 결국 소비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주게 되는 비효율적인 정책으로 보이는 것이다.

머독은 BBC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공공 서비스 방송의 의무를 강조하는 영국 정부와 규제기관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조화로운 성장을 기대했겠지만 현재 어느 방송사도 BBC와 견줄만한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BBC는 더욱더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머독은 BBC의 이기적인 행보에도 비난의 칼날을 세웠다. 공영방송사로서 타 방송사들이 커버하기 힘든 영역을 개척하기 보다는 이미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는 영역에 파고들어 타 방송사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BBC는 라디오2의 청취율이 점점 상업 라디오방송사에 밀리자 이를 회복하기 위해 거액의 출연료를 지불하면서 조나단 로스 같은 진행자를 고용하기도 했다. 머독은 이 같은 BBC의 행보를 지적하며 BBC는 미디어계의 ‘토지 횡령자’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 영국=배선경 통신원/ LSE(런던정경대) 문화사회학 석사

머독의 연설이 끝난 후 오프콤과 BBC 관계자들의 반론이 쏟아졌지만 가디언지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는 머독의 주요 관점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를 띄웠다. 영국의 미디어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는 점과 BBC의 독보적인 위치에 대해 우려한 것이다. 영국 미디어 산업은 다른 나라의 것과 동일선상에서 쉽게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독자적이고 다층적인 모습으로 변화되어 온 것 같다. 이제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머독이 지적한 위의 문제들이 영국 미디어 산업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켜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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