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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박정남 독립PD

▲ 경향신문 9월 22일자 1면.

직업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급여 월 200~250만원, 근로시간 170~200시간 17대 총선 투표, 18대 총선 비투표, 지지정당 무당파, 신장 168.5~173.5cm, 체중 70.4~73.4kg, 교육수준 대학재학 이상, 혼인 여부 기혼.

어느 시사 주간지에서 조사한 대한민국 30대의 평균인에 대한 결과다. 나와 비교를 하니 급여는 약간 많은 수준이고 근로시간은 약 100시간 정도 내가 많다. 총선을 비롯한 모든 투표는 다 했고 지지정당도 있으니 평균보다는 더 정치적이다. 신장은 평균보다 약간 더 크고 체중은 한참 더 많이 나간다. 아마도 그동안 마신 술의 영향이리라… 교육 수준은 평균 그리고 아직은 미혼.

나는 대한민국 평균인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아마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 스트레스를 받는 강도 같은 항목이 있었으면 대한민국 평균과는 훨씬 더 멀어졌을 것 같다. 이 조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대한민국의 평균인이 생각하는 상식은 뭘까 궁금하다.

평균인의 상식에 1000만원은 어떤 돈일까? 평균과는 많이 다른 사람이 청문회에서 이렇게 변명을 했다.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며 용돈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 컥! 용돈이란다. 평균인의 관점에서 보면 넉 달에서 다섯 달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만질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소액을 용돈으로 받았단다.

그냥 드는 생각이 서울대 총장을 하면 궁핍하게 사나? 하긴 1000만원을 소액의 용돈으로 보는 사람이면 아마 서울대 총장의 월급은 뭐 그냥 껌 값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양반 머리 좋기로 소문난 사람들이 모인 대학의 총장까지 하셨는데 머리가 대한민국 평균보다도 못한 것 같다. 어떻게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데 통장의 잔고는 계속 느는 것을 모른다. 자기한테 자문료로 일 년에 1억 가까운 돈을 준 회사가 어디 있는 회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들의 국적이 어딘지도 모른다. 또 자기가 쓴 논문이 어떻게 게재가 됐는지도 모른다. 그럼 딴 사람이 쓴 건가? 정말 부럽다. 그냥 모르고만 있으면 돈도 생기고 명예도 생기고 꽤 고소득의 새 직장도 생긴다.

이 사람이 새 직장에 취직을 하면서 친 서민정책 그리고 국민통합에 힘을 쓰겠다고 했다. 평균인의 상식으로 생각할 때 1000만원을 소액의 용돈으로 쓰는 사람이 친 서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다 모르는 치매환자가 국민통합을 할 수 있을까? 아마 강부자 동네의 평균과는 친서민 할거고 고소영 내각과는 통합을 잘 할 거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총리라는 직업은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13년을 PD로 살면서 나는 정규직을 단 일 년, 그것도 월급 80만원을 받고 해봤다. 아마 대한민국의 20대와 30대의 고용형태의 평균을 조사하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최근에 친하게 지내는 비정규직 PD 5명이 한꺼번에 실업자가 됐다. 그들은 대한민국 평균에 가까운 사람들이고 또 한 가정의 가장들이다.

▲ 박정남 독립PD
나 또한 실업자가 될 위기다. 정말 열심히 일을 했지만 제작비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에서 아웃이 된 것이다. 당장 일을 찾지 않으면 다음 달에는 수입이 없어진다. 이 상황이 단지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만 벌어지는 상황일까? 우리도 그냥 모른다고만 하면 돈도 생기고 일자리도 생기고 그랬으면 좋겠다. 연말에 인륜지대사를 치르려고 날짜까지 잡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더러운’ 용돈 1000만원 같은 건 안 받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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