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MBC에 대한 ‘섭정’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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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MBC에 대한 ‘섭정’ 중단하라”
정상모 이사 기자회견 자청…“MBC, 민주화 이후 최대위기”
  • 김고은 기자
  • 승인 2009.10.07 16: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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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방송문화진흥회는 방송섭정진흥회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가 단체협약 개정,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MBC 개혁’을 비롯해 시사프로그램의 통폐합과 〈PD수첩〉 사건 재조사 등을 요구하며 MBC 경영진을 강하게 압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문진 내부에서 MBC에 대한 과도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MBC 해직기자 출신으로 한겨레신문과 MBC 논설위원 등을 지낸 정상모 이사는 7일 오후 2시 40분 방문진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BC가 방송 민주화 이후 자율경영, 책임경영과 편집·편성권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방문진은 MBC ‘섭정’을 중단하고 엄기영 사장의 ‘뉴 MBC 플랜’ 이행 상황 보고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이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참석해 방문진의 과도한 MBC 경영 간섭에 대해 김우룡 이사장 등과 언쟁을 벌이다 40분 만에 퇴장했다.

“방송 섭정은 MBC 사상 초유의 사태”

정 이사는 “8기 방문진이 시작된 이래 엄기영 MBC 사장과 경영진을 상대로 자진 사퇴, 경영진 교체, 책임자 처벌, 진상조사 요구, 프로그램 통폐합과 같은 요구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보도 프로그램 내용까지 질타를 하고 특정한 이념과 가치, 관점,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등 폭력적인 위협을 가했다”며 “급기야 엄기영 사장이 2주일에 한 번씩 방문진 이사회에 ‘뉴 MBC 플랜’ 이행 상황을 일일이 보고하게 되는 방문진의 MBC에 대한 ‘방송섭정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정상모 방문진 이사가 7일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PD저널
그러면서 그는 “지난 9월 23일, 엄기영 사장이 ‘뉴 MBC 플랜’의 이행 상황을 방문진 이사회에 보고했다”며 “이 날은 MBC에 대한 방문진의 섭정이 시작된 날”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이후 방송 섭정이 어떻게 이뤄졌나. 엄 사장의 보고를 듣고 그런 조치, 그런 개혁 가지고 되겠느냐며 단체협약을 이런 식으로 바꿔라, 이런 규정 만들어라, 이런 프로그램은 통폐합하라는 등 일일이 지시했다. 마치 80년대 보도지침처럼 지침을 내놓고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 이사는 “그동안 업무보고 과정에서 방문진의 여당 쪽 이사들이 특정한 이념과 가치, 관점,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몰아붙여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김 이사장의 자진 사퇴 압박은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본질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규정,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이념과 관점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MBC 경영진에 대한 자진 사퇴와 교체 운운하는 압박은 계속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듣기로는 MBC 내부에서 ‘김우룡 문화방송 사장, 엄기영 문화방송 이사’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오겠나”라며 “방문진의 MBC에 대한 ‘섭정’은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본질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단체협약 개정 요구는 국민의 알권리 훼손”

그는 이어 “방문진법 제5조 업무 조항을 보면 △연구 및 학술사업 △MBC 경영에 대한 관리 감독 △방송문화진흥자금 운영 △기타 공익사업 등 네 가지만 나와 있다. 경영 관리 감독이라 해서 일일이 간섭한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 기업에서도 자본과 경영의 분리는 상식인데, 하물며 방송언론기업에서 금지선을 넘어 경영에 대해 직접 간섭하고 지시한다면 과연 자율경영, 책임경영이 되겠으며 올바른 방송 언론이 나올 수 있겠나”라며 “이런 방송 섭정은 방문진법상 월권 내지는 위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사실 및 진실 보도를 위해 만들어낸 공정방송조항을 방문진의 여당 쪽 이사들이 훼손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협약상 공정방송조항은 방송 민주화 언론 민주화의 역사적 산물이며, 사실과 진실 보도 통해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제도적 장치이다. 그래서 MBC뿐만 아니라 KBS와 SBS 단체협약에도 공정방송조항이 들어가 있다. 공정방송협의회가 노사 동수로 구성된다고 해서 인사권 침해이고 ‘노영방송’이라 비난하는데, KBS에도 노사 동수의 공정방송위원회가 있고, SBS도 노사 동수의 공정방송협의회가 있다. 그렇다면 KBS와 SBS도 ‘노영방송’인지 묻고 싶다.”

그러면서 정 이사는 “방문진은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방송 섭정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엄기영 사장이 2주에 한번씩 ‘뉴 MBC 플랜’ 이행 사항을 보고하게 하는 것은 방송 섭정 행위로, 이 역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진도 사실과 진실 보도를 위해서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원하기 위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서 본연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사실·진실 보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써 존재하는 공정방송조항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런 취지의 발언과 요구는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과 시청자들을 향해서도 “지금 MBC는 일찍이 볼 수 없던 경영의 자율성과 독립성, 편집·편성권의 위기이고, 이것은 사실과 진실 보도의 위기이며, 국민의 알권리의 위기”라며 “MBC가 방문진의 방송 섭정에서 벗어나 사실과 진실 보도를 통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사명과 역할을 다 하고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차기환 이사 “정 이사, 야당에 논란거리 제공 위해 발언”

이날 정 이사의 기자회견에 대해 대변인 격인 ‘뉴라이트’ 출신의 차기환 이사는 “정 이사님 개인 생각일 뿐, 대부분의 이사들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정 이사의 문제제기 배경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국감이 있지 않나. 야당 의원들이 얘기할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이어 “방문진법과 방송법상 최대출자자인 방송사의 공적책임과 업무에 대해 평가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며 “MBC가 지난 1년 반 동안 〈PD수첩〉, 〈100분 토론〉 등으로 시청자 사과나 권고 등 여러 징계 조치를 받고도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고, 경영진도 이를 인정해 고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가 진행될 동안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그렇게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우룡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진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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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2009-10-07 23:03:10
방문진이 그런걸 규율하지 않으면 뭘하리!!! 탱자탱자 놀고 있을래???? 또라이 좌빨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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