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시로 말 바꾸며 거짓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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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수시로 말 바꾸며 거짓증언?
[미디어클리핑] 전병헌 의원 “‘코디마’는 낙하산 집합소”
  • 원성윤 기자
  • 승인 2009.10.0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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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행정관이 통신 3사 임원을 청와대로 불러 거액의 민간협회 기금 출연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수시로 말을 바꾸면서 파장을 줄이는 데 급급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는 7일 오전 박노익 행정관이 기금 출연을 독려한 사실을 시인했으나 이날 오후엔 청와대에서 회의만 주재했을 뿐 기금 출연을 독려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회원사들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약속했던 기금 모금이 예정대로 잘 진행되지 않자, 방송통신위에서부터 이 업무를 해오던 박 행정관이 독려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행정관의 기금 독려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오후엔 말을 뒤집었다. 청와대 방송정보통신비서관실 책임자인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오후 브리핑에서 “IPTV 활성화 업무를 담당하는 박 행정관이 지난 7월31일 청와대 연풍문(면회실)에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관계자와 회원사, 방송통신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회의를 연 자리에서 협회 관계자가 기금의 조기 조성을 건의했고, 회원사들이 추후에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협회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한겨레 10월 8일 1면
그는 “그 뒤 기금에 관해서 구체적인 합의나 진전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이어 “박 행정관이 기금 모금을 담당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박 행정관에 대해) 조처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 행정관은 회의를 주재했을 뿐이고, 그 자리에서 금액 얘기나 독려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행정관은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금 조성은) 작년부터 이야기해 온 것이다. 방통위에 근무할 때도 논의는 계속했다. 새해에 들어와서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까 내가 매듭을 지었어야 하니까 만난 것이다”라며 청와대 만남이 사실상 ‘압박성’ 주문을 하는 자리였음을 내비쳤다.

이처럼 청와대 내에서 수시로 말이 엇갈림에 따라 청와대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 해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수백억원대의 민간기금 모금 독려 의혹을 사는 모임을 청와대 안에서 여는데 행정관 외에 윗선에서 몰랐다는 설명도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또 박노익 행정관이 기금 독려에 나서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 경위 조사도 박 행정관 개인의 진술에만 의존했다.

청와대의 설명은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의 발언과도 어긋난다. 김 회장은 전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까 (통신사들에) 절대 전화도 안 한다. 한 번도 요청한 적 없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이날 “청와대 모임에서 디지털협회 관계자가 지난해 10월 합의된 기금의 조기 조성 등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 사안은 지난 시절 청와대가 연루된 숱한 권력형 비리의 냄새를 풍긴다”며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정권 실세와 청와대 사이의 은밀한 ‘커넥션’마저 읽힌다”고 지적했다.

최시중 “모르고 있다…부적절했다면…적절치 않다”
문방위 국감 ‘청와대, 통신3사 출연 요구’ 성토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 3사에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코디마)에 거액의 기금 출연을 요구한 것을 두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7일 “적절하지 않았다”며 “진상을 조사해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기금 조성 정황) 내용을 모르고 있다”며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KT·SK·LG를 상대로 한 박노익 청와대 방송정보통신비서관실 행정관(전 방통위 융합통신과장)의 250억원 기금 출연 요구와 방통위와의 연관성을 집중 추궁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민간 임의단체에 기업들이 돈 내는 데 난색을 표하니까 청와대가 나서서 압박했다. 지금이 전두환·노태우 시대냐”며 “방통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명하고 코디마 기관장에도 책임 있는 조처를 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조영택 의원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이 자발적으로 업계 사람들을 불러 거액을 요구했다면 비서실 고위층의 양해 또는 묵인이 없었을 리 없다”며 “박 행정관이 5월까지 방통위 직원이었는데 (기금 요구는) 위원장 의중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 한겨레 10월 8일 3면
여당 의원도 질타에 가세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어떻게) 권위적 압력이 청와대 면회실에서 이뤄질 수 있느냐”며 “분명 부당한 압력”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최 위원장은 자신의 개입 여부를 철저히 부인했다. 그는 “협회 초기에 기본적인 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협의할 때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그 후 예산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박 행정관에게) 지시한 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내용을 몰라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던 최 위원장도 문제점을 시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이 “기업을 압박하는 권력형 비리”라며 추궁하자, 최 위원장은 “(박 행정관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최 위원장은 “(코디마 기금 조성은) 위원회가 할 일이 아니고 협회가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여 ‘방통위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임도 강조했다. 이정현 의원은 “방통위가 나서서는 안 될 일을 행정관이 했다고 위원장이 말하는 순간 (잘잘못에 대한) 판결이 난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언론장악 이슈’도 재차 불거졌다. 최 위원장은 정연주 KBS 사장의 배임 혐의 기소 및 신태섭 전 이사 강제해임을 위법으로 본 법원 판결에 대해선 “대법원 확정판결 결과를 보고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YTN 대주주 한전케이디엔(KDN)의 전도봉 사장은 새 사장 선임계획을 묻는 질문에 “사장 선임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코디마’는 낙하산 집합소”
 
〈한겨레〉는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 3사로부터 250억원의 기금 출연을 요구하며 적극 지원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코디마)에 ‘엠비(MB)맨’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7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코디마엔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많다”며 “‘낙하산 집합소’의 성격을 띤다”고 밝혔다.

KBS 이사 출신으로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코디마 회장은 지난해 정연주 KBS 사장 강제해임 이후 사장 0순위로 꼽힌 인물로, 방송 진출을 추진중인 신문사들이 사업 성공을 위해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현 정권의 언론·방송계 실세다.

코디마 사무총장은 이문태 전 KBS 예능국장이 맡고 있다. 이 총장은 2006년 11월 창립한 불교뉴라이트연합 발기인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불교 및 장애인 대상의 선거 유세 활동에 참여했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수행비서로 일했던 이아무개씨도 현재 코디마에서 차장급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 의원은 “신욱순 코디마 IPTV 정책국장 또한 이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중소기업 관련 정책을 담당했다. 회원사 파견 출신 임직원들을 제외하면 전문성과 관계없는 사람들이 다수다”라며 인적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시중 “이달 중 종편 TF 설립”

〈중앙일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구성한다고 보도했다. 본격 선정 작업에 착수하는 것은 개정 방송법이 시행에 들어가는 11월 이후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업무보고를 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신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한 TF를 가동할 계획”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미디어 관련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의 결과도 봐가며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사업자로) 설왕설래하는 기업은 모두 7∼8개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몇 개를 허가할지 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사업자 선정) 결정이 엄청나게 큰 언론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여서 (자격) 기준과 심사위원 (구성) 기준에 있어서 이유를 달 수 없을 만큼 객관성이 확보돼야 하고 관련 절차도 공시돼야 한다”는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의 지적에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방송광고를 독점 판매하는 현행 체제는 위헌이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올해 말까지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회사)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 이날 국감에선 이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 모두 “MBC·SBS 등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시장을 독점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제2, 제3의 미디어렙이 출현하면 무료 지상파TV뿐 아니라 유료 케이블TV와 IPTV, 신문·잡지 광고까지 연계한 패키지 판매가 가능해져 지역 신문과 마이너 신문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지상파 방송에 미디어렙을 몇 개로 허가하느냐에 따라 지방방송이나 종교방송은 결정적 타격을 입어 2~3년 내에 파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방송광고 판매를 위해 모든 방송사가 시청률 경쟁에만 매달리면 프로그램이 선정적·폭력적·상업적이 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이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지역·종교 방송과 같은 취약 매체 문제를 결코 도외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한 개의 민영 미디어렙만 도입하자”는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의 제안에 “헌재의 판결 정신에 맞지 않고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는 초반부터 방통위 부위원장 선임 문제로 충돌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야당 추천의 이경자 위원이 부위원장에 선임된 것에 대해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위원 추천 단계에선 여야 구분이 있지만, 정책 추진도 여야로 나눠서 하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부위원장은 원래 여야가 반반씩 하기로 협의가 된 것인데 왜 트집을 잡느냐”고 반박했다.

“방송광고 자율경쟁 땐 지상파 집중” 與野 한목소리

〈동아일보〉는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도입하면 지상파로 광고가 쏠릴 수 있기 때문에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미디어렙을 도입해 방송광고를 자율경쟁에 맡기면 지상파에 광고가 몰리고 종교, 지방 방송의 광고는 줄어들어 언론 집중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지상파가 시청률 40%가 넘는 드라마를 두고 자사 케이블채널에까지 광고를 하도록 유도한다면 방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고,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다수의 미디어렙이 어떤 규제도 없이 시장 경쟁을 한다면 모든 방송사가 시청률 경쟁에만 매달려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방송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미디어렙 도입 방향에 대해 “1공영 1민영은 (자율경쟁 도입을 결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답해 사실상 완전경쟁체제를 뜻하는 1공영 다민영의 도입을 시사했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렙 도입 후 지역, 종교 방송의 지원책에 대해 “이들 방송이 현재 연계 광고로 얻는 매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10월 8일 4면
최 위원장은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진 의원의 질문에는 “(방통위에서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는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한 바는 없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다음 달까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대상으로 케이블방송 서비스 이용약관에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요금할인 대상을 통일하고 할인 폭을 30%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사무총장직 신설을 둘러싸고도 여야 설전이 벌어졌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방통위는 규제를 하는 합의적 기능도 있고 진흥을 하는 독임제 성격도 있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다른 정부 기관과 협의하려면 차관급 사무총장을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정책 추진에 필요하다면 차관급이 아니라 1급 사무처장을 신설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맞섰다.

MBC “미디어렙 자회사 설립하겠다”

〈중앙일보〉는 MBC가 7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자회사로 독자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회사)을 설립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현행 방송광고공사(KOBACO) 외에 민영 미디어렙 제도가 도입되는 것과 관련해서다. 국회 미디어법 통과 당시 공영-민영방송 여부 논란에 휩싸였던 MBC가 사실상 민영 미디어렙 설립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방문진에 따르면 MBC는 이사회 보고에서 “각 방송사가 독자 광고회사를 설립하고, 지분도 51% 이상으로 소유권을 보장받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또 “지상파 방송 광고뿐만 아니라 케이블방송 등의 광고도 끼워 팔 수 있도록 하는 크로스미디어 판매(교차 판매)도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보고에서 김종국 MBC 기획조정실장은 “공영을 할 경우 SBS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염려하고 있다”며 “(민영 미디어렙에 반대하는) 지역MBC와도 이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공영 미디어렙을 선택해도 민영 미디어렙과 차별적인 규제를 받아선 안 되며, 방송사의 자율적인 광고영업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중앙은 “MBC안대로 독자 미디어렙이 설립되면 자회사인 미디어렙을 통해 직접 지상파뿐 아니라 MBC드라마넷·ESPN 등 5개 케이블채널의 광고 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광고 의존도가 높아져 민영화 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문진, MBC 섭정행위 멈춰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들이 방문진의 ‘월권’에 항의하며 ‘사의’ 등 집단행동을 시사해 파장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방문진 야당 추천의 정상모 이사는 7일 임시이사회 도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방문진이 엄기영 사장으로부터 2주마다 뉴 MBC플랜에 대한 이행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그런 조치로 되겠느냐’ ‘단체협약을 바꿔라’ ‘프로그램을 통·폐합하라’고 일일이 지시하는 등 마치 1980년대의 보도지침처럼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간섭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이어 “신임 방문진 임기가 시작된 이래 사장 사퇴와 경영진 교체와 함께 특정한 이념과 관점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더니 초유의 방송섭정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방문진은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섭정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방문진이 지난달 엄 사장을 조건부 재신임한 후 MBC 내부에서조차 ‘현 정권의 MBC 길들이기’에 경영진이 ‘순치’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야당 추천 이사가 방문진의 행보에 공개 반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 이사는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 “당장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방문진의 대응을 보고 어떻게 할지 입장을 같이하는 이사들과 함께 고민을 하겠다”며 야당 추천 이사들의 집단사의 등 고강도 대응을 시사했다.

방문진 차기환 공보이사는 이에 대해 “방문진은 방송법상 최대 출자자로서 방송의 공적 책임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면서 “2주 간격으로 사장의 보고를 받는 것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PD수첩·번역작가 ‘5시간 법정 공방’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해 제작진과 오역 의혹을 제기한 번역자 정지민씨 사이에 5시간동안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경향신문〉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정씨는 “보조작가에게 번역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으나 고치지 않았고 편집과정에서 왜곡됐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정씨는 “아레사 빈슨의 MRI결과를 CJD(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라고 번역했는데 제작진이 임의로 vCJD(인간광우병)라고 자막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이를 반박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는 인터뷰에서 ‘a variant of CJD(~의 일종)’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인간 광우병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하는데 정씨가 앞부분을 빼고 ‘CJD’라고 번역했다”며 “이것이 오히려 오역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씨는 “번역한 자료들과 문맥을 보면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그 번역이 맞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변호인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미국 병원을 상대로 낸 소장을 증거로 제시하며 “빈슨의 어머니는 딸이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었다고 썼다”며 “〈PD수첩〉이 오역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씨의 “‘suspect’는 ‘추측한다’로 해석해야 하는데 제작진이 ‘병에 걸렸다’라고 왜곡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suspect’를 병에 걸린 것으로 처음 번역한 사람이 바로 정씨”라고 주장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경향신문〉은 기대를 모았던 SBS의 새로운 토크 버라이어티 〈강심장〉에 혹평을 내렸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2명의 톱스타 강호동, 이승기를 공동 MC로 내세우고 24명의 스타들이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화려함으로 〈강심장〉은 이날 시청률 17.3%(TNS미디어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KBS 〈상상플러스〉, MBC 수첩〉 등을 제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이다.

하지만 경향은 “기대감이 컸던 탓에 90분가량 이어진 프로그램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실망을 넘어서 민망감을 갖게 하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방송분량의 절반 가까이가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승리의 토크, 개인기 혹은 다른 출연자들이 전달하는 빅뱅 멤버들의 이야기였다. 한 입담 한다는 출연자들이 ‘토크 배틀’을 벌여 최고의 ‘입담’을 뽑는다는 취지에서는 한참 벗어난, 특정 아이돌 특집 방송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백지영, 한성주, 견미리, 장윤정, 김영호, 한민관, 유세윤, 낸시랭 등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 화면에 간간이 잡혔지만 말 한마디 들을 수 없는 상태로 방송이 끝나면서 프로그램 게시판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으로 순식간에 도배됐다”고 지적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초기 관심은 끌었을지 모르지만 당초 표방했던 형식이나 내용과는 달리 긴장감, 만족감, 균형감,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는 토크쇼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출연자의 적절한 배분 등 앞으로의 과제는 보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고 사는 우리 얘기 ‘남녀탐구생활’

요즘 직장인들 셋이 모이면 꼭 하는 얘기가 있다. “‘남녀탐구생활’ 봤어?” 조카가 미처 끝내지 못한 방학 숙제 얘기가 아니다. 케이블 텔레비전 tvN 〈재미있는 티브이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 꼭지 얘기다. 〈한겨레〉는 “남녀 각각의 특징을 상황별로 정리한 ‘남녀탐구생활’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결혼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시작한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시청자들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은 〈10 아시아〉 기자는 “〈롤러코스터〉는 케이블 티브이 채널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이고 별다른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재미있다고 소문났다. 예능은 케이블뿐 아니라 공중파에서도 성공하기 힘든 장르인데 〈롤러코스터〉는 빠른 시간에 해냈다”고 평가했다.

백은하 〈10 아시아〉 편집장은 “지상파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제작된다. 연애나 남녀관계의 세밀한 부분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케이블 채널이었고 엠넷 〈러브파이터〉, 〈아찔한 소개팅〉이나 올리브 〈연애불변의 법칙〉 같은 프로그램이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0월 8일 Z07면
‘남녀탐구생활’은 무리한 코미디를 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선을 넘지 않고 잘 지킨다는 것이다. 최 기자는 “이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성우의 내레이션”이라고 평가했다. 이 프로그램은 ‘여자는… 해요’라는 건조한 말투로 얘기를 한다. 중간중간 ‘이런 젠장’, ‘이건 별로네요’ 이런 말도 들어간다. 이런 게 하나의 ‘남녀탐구생활체’로 인식되고 있다.

백은하 편집장은 “예능에 맞는 성우의 목소리 톤은 발랄하고 과장된 목소리, 코믹한 목소리”라면서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대한늬우스’나 ‘격동 50년’ 등 진지한 목소리의 성우가 끼어드는 순간이 있다. 그게 웃음을 유발하는데 그런 방식의 극단에 이른 것이 ‘남녀탐구생활’”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결〉에 대해 최 기자는 “실제 커플인 김용준과 황정음 커플을 투입한 뒤 〈일밤〉에서 독립편성되면서 시즌 2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우결〉은 1기 커플의 인기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편집장은 “처음에 〈우결〉은 ‘결혼탐구생활’ 같은 형식이었다. 남녀가 만나서 연애가 아닌 결혼이라는 상황에 들어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였다. 그런데 리얼리티를 강조하면서도 무리하게 드라마를 만들고 캐릭터를 잡아가면서 실질적으로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결혼생활의 리얼한 상황을 막아왔다”고 지적했다. 이벤트 위주의 단발성 상황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진정성도 재미도 없는 프로그램이 됐다는 것이다.

최 기자는 “〈우결〉은 초반에 정체성을 잘 쌓아가다가 방향을 바꾸고, 또 방향을 바꾸더니 지금은 리얼리티를 강조한 건지, 아니면 시트콤을 찍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지금의 〈우결 시즌 2〉는 김용준-황정음 커플이 귀여워서 본다는 것 이상의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 편집장은 “박재정과 유이 커플은 자수성가한 남자와 좋은 집안에서 잘 자란 여린 여자의 결합 같다. 너무나 드라마를 만들려는 결합인데, 그 자체에 있어서 우선 불편함이 있다”면서 “그들을 연결하는 공통점이라고는 〈선덕여왕〉의 ‘사다함의 매화’ 커플이라는 것밖에 없는데, 그런 식의 공통점만 갖고 급조한 커플이라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MBC 라디오 ‘격동 50년’ 21년만에 굿바이!

▲ 동아일보 10월 8일 B11면
“어떤 소중한 가치도 가꾸고 돌보지 않으면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허둥지둥 쫓기듯 살아가는 삶이라도 가끔은 안부를 물어볼 일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하시냐고….”

7일 서울 여의도 MBC 7층의 라디오 스튜디오(사진). MBC 표준FM(95.9MHz) 라디오 드라마 〈격동 50년〉의 해설을 맡은 성우 원호섭 씨가 마지막 대본을 읽자 녹음실에 있던 성우들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며 서로 껴안고 악수를 나눴다. 이로써 1988년 4월 1일 처음 전파를 타 21년간 방송한 ‘격동 50년’의 마지막 녹음이 끝났다. 마지막 방송은 이달 17일.

〈동아일보〉는 4·19혁명, 5·16군사정변, 10월 유신,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 등 한국 정치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거의 모두 조명한 MBC 라디오 드라마 〈격동 50년〉을 취재했다. 연출을 맡은 오성수 PD는 “라디오 드라마에 대한 청취자의 관심이 줄었고, DJ 한 명이 진행하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드라마는 회당 15명 내외의 성우가 필요해 제작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긴 세월 동고동락해 온 성우들은 프로그램 폐지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박정희,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 역의 이상훈 씨는 “잘 자라던 스물한 살짜리 아이를 멀리 떠나보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고 온 흰 티셔츠에 함께 연기한 성우들의 사인을 받았다. 장동건이 대통령으로 출연하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외교안보수석 역할을 맡기도 한 이 씨는 “장동건 씨에게 대통령 목소리를 들려주면 그가 ‘어쩌면 그리 똑같냐’며 놀라곤 했다”고 말했다.

〈격동 50년〉의 주인공 연기는 베테랑 성우들이 맡았다. 1965년 MBC 성우로 입사한 황일청 씨는 첫 회부터 이 방송과 함께했다. 그는 “성우들에게는 TV 외화 더빙이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지만, 라디오 드라마는 ‘내 것’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을 연기한 이철용 씨는 1996년부터 이 방송에 참여했다. 그는 “내가 연기하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온 몸이 싸해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안종국 씨는 1964년 동아방송 2기 출신. 그는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폐국된 동아방송의 〈정계야화〉에 이기붕 전 부통령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작가 이석영 씨는 “1980년대만 해도 라디오 드라마가 오전 오후 저녁 시간대에 모두 방송될 정도로 인기였는데 TV가 생기고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격동 50년〉은 MBC에 남은 마지막 라디오 드라마였다.

케이블TV·위성방송도 저소득층 요금할인 추진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요금 인하에 이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서비스에 대해서도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에 대한 요금할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 “유료방송 서비스 이용약관에 요금할인 대상과 할인율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해 요금할인 혜택을 누리는 실질 대상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모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케이블방송 서비스 이용약관에 기초생활 수급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요금할인 대상을 명문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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