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노래읽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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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노래읽기 10
정태춘의 "애고 도솔천하"
  • 승인 2001.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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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간다 간다 나는 간다 선말 고개 넘어 간다
|contsmark1|자갈길에 비틀대며 간다
|contsmark2|도두리벌 뿌리치고 먼 데 찾아 나는 간다
|contsmark3|정든 고향 다시 또 보랴
|contsmark4|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contsmark5|누가 이깟 행차에 흥난다고 봇짐 든든히 쌌겠는가
|contsmark6|시름짐만 한 보따리
|contsmark7|간다 간다 나는 간다 길을 막는 새벽 안개
|contsmark8|동구 아래 두고 떠나간다
|contsmark9|선말산의 소나무들 나팔소리에 깨기 전에
|contsmark10|아리랑 고개만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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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간다 간다 나는 간다
|contsmark14|도랑물에 풀잎처럼
|contsmark15|인생 행로 홀로 떠돌아 간다
|contsmark16|졸린 눈은 부벼 뜨고 지친 걸음 재촉하니
|contsmark17|도솔천은 그 어드메냐
|contsmark18|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contsmark19|누가 등 떠미는 언덕 너머 소매 끄는 비탈 아래
|contsmark20|시름짐만 또 한 보따리
|contsmark21|간다 간다 나는 간다 풍우설운 등에 지고
|contsmark22|산천대로 소로 저자길로
|contsmark23|만난 사람 헤어지고 헤진 사람 또 만나고
|contsmark24|애고 도솔천아
|contsmark25|기차를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contsmark26|누가 노을 비끼는 강변에서 잠든 몸을 깨우나니
|contsmark27|시름짐은 어딜 가고
|contsmark28|간다 간다 나는 간다 빈 허리에 뒷짐 지고
|contsmark29|선말 고개 넘어서며 오월산의 뻐꾸기야
|contsmark30|애고 도솔천아
|contsmark31|도두리벌 바라보며 보리원의 들바람아
|contsmark32|애고 도솔천아
|contsmark33|- 정태춘 작사 작곡 “애고 도솔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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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2|정태춘도 일종의 운동가야. 뭐 굳이 이름 붙이자면 노래운동가라고나 할까. 노래로 세상의 굳은 살 욕심살 빼 보고 싶었던 거지. 그 치사했던 가요검열 없어진 거. 그 사람이 죽자고 뛰어서 따낸 열매라는 거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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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7|노래 세상엔 떠돌이 상인들만 죽치고 있는 것 같지. 돈독이 잔뜩 오른 얼굴로 이쁘장한 얼굴에 저자거리 헤매는 허영심 가득한 애들 꼬셔서 춤 배워주고 노래에 입맞추는 거 가르치고 뭐 그런. 근데 꼭 그런 것만은 아냐. 뜻밖에 의인들도 많다는 거지.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구? 잘 생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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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2|진짜 산타클로스 본 적 있어? 명함 돌리는 수상한 산타클로스들은 다 가짜라구. 노래 세상의 의인들도 비슷해. 그 사람들 낮엔 한갓지게 숲이건 골짜기건 숨어 지내다가 세상에 밤이 찾아오면 보따리 짊어지고 어슬렁어슬렁 내려온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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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7|유신 말기쯤인가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신인가수상 탄 사람 누군지 아나. 바로 정·태·춘이지. 그때 ‘시인의 마을인가’ 하고 촛불이라는 노래로 인기 폭발이었지. 두 노래의 공통점 찾기. 둘 다 세상에 밤이 찾아온다는 데 대해 긴장감을 조성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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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2|앞노래에선 고행의 방랑자처럼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듣겠다고 했고 뒷노래에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겠다고 했지. 그렇고 그런 연가일 수도 있지만 좀 감이 다르더라구. 결국은 그 자가 일을 내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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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7|예사로운 가객이 아니었던 거야. 새벽마다 추우나 더우나 뛰는 사람을 본 적 있지. 지겹지도 않으냐고 물었더니 자긴 하루라도 운동 안 하면 몸에 이상이 온다는 거야. 뭔가 느낌이 오더라. 그 사람이 죽어라고 아니 살아보려고 뛰는 그 운동이나 유관순 누나가 목숨 바쳐 했던 3·1운동이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몸에 불지르며 했던 노동운동이나 다 비슷한 것 같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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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2|어쨌든 뭔가 좋아지게 하려고 땀흘리고 때론 피 흘리는 거잖아. 정태춘도 일종의 운동가야. 뭐 굳이 이름 붙이자면 노래운동가라고나 할까. 노래로 세상의 굳은 살 욕심살 빼 보고 싶었던 거지. 그 치사했던 가요검열 없어진 거. 그 사람이 죽자고 뛰어서 따낸 열매라는 거 알잖아. 솔직히 그 사람 검열에 대해선 열받을 만하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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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7|시인의 마을에서 처음에 창문을 열고 내다보라고 한 거 뭔지 알지. 우린 그때 저 높은 곳에 푸른 하늘 구름이라고 들었잖아. 원래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이었다는 거야. 지금은 되찾았지만 참 그 독재자의 하수들 펄럭이는 깃발이 꽤나 무서웠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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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2|애고 도솔천아는 짐작했겠지만 상여 지고 나갈 때 부르는 노래야. 죽는 얘기 하는 거 싫다구? 그래도 해야 돼.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죽느냐도 신경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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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7|최근에 유명한 소설가 시인 화가 차례로 돌아가셨잖아. 그 평가가 사뭇 다르더라구. 황순원은 꼿꼿한 지사의 향기 어쩌구 하더니 서정주는 독재자를 사모한 예술가 어쩌구 하더라구. 차라리 운보처럼 그냥 먼저 죽은 아내에 대해 순애보나 그리는 게 나았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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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2|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대잖아. 나 죽은 후에 세계 역사가 어떻게 되건 무슨 상관이냐구? 영혼이 있다면 도솔천 주변에서 구박 당할 것 같지 않아? 부자로는 못 살아도 비굴하게 얼굴 바꿔 가며 합창하지는 말자구. 노래 부를 마음이 아니라구? 그러면 의인들 노래 부를 때 방해나 하지 말자구. 그들 노래에 조용히 장단이나 맞추자는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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