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부분, 정지민이 번역·감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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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2차 공판 7일 열려…정지민 “지적했는데 무시했다”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 제작진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에 관한 2차 공판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엔 검찰 측 주요 증인인 프리랜서 번역가 정지민이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검찰측과 〈PD수첩〉 제작진 변호인측은 8시간 동안 진행된 재판 내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고, 이례적으로 이뤄진 정지민과 이연희 보조작가의 대질 신문도 신경전 속에 진행됐다.

“빈슨 유족, 의료진 상대 소송에서 ‘vCJD’ 분명히 언급”

이날 공판에선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검찰과 정지민측 주장의 상당 부분이 허위로 드러났다. 주요 쟁점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이 vCJD(인간광우병) 진단을 받았는지 여부와 정지민 등이 제기한 오역과 왜곡 논란에 관한 것이었다.

▲ 'PD수첩' 조능희 전 CP와 담당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가 지난 6월18일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검찰 수사 발표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PD저널
중앙일보는 지난 6월 15일 검찰을 인용, 아레사 빈슨의 유족이 현지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vCJD(인간광우병)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이날 제시한 빈슨의 소송장에 따르면 “아레사 빈슨이 2008년 4월 4일 vCJD(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는 부분이 명백히 드러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PD수첩〉 제작진은 “검찰은 왜 거짓말을 했나”라며 “검찰이 또 관련 내용을 공소 자료에 낸다더니 뺐다”고 지적했다.

“‘오역’ 부분 정지민이 번역한 것” VS “지적했는데 반영 안돼”

또 정지민은 지난해 7월 23일 자신의 카페를 통해 “내가 번역·감수한 대로 자막 내용을 만들었다면 오역 따위는 있을 수 없다”며 “지금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감수 과정 때만 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증거로 제시한 〈PD수첩〉 초벌 번역본과 자막의뢰서 등에 따르면 정지민은 추후 논란이 된 자막들(suspect, could possibly have, if she contracted, animal cruelty)을 수정하거나 바로잡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 측은 “오역 논란이 된 부분은 정지민이 감수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이며, 심지어 〈PD수첩〉이 오역으로 인정한 ‘suspect’에 관한 부분은 정지민이 초벌번역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아레사가 vCJD에 걸렸다고 추정(suspect)한다는 부분을 정지민 자신이 최초 번역에서 ‘걸렸다’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정지민이 감수하기 전과 후의 자막의뢰서, 방송본까지 ‘suspect’는 ‘걸렸다’고 돼 있다”며 “즉, 감수 후에도 이 부분이 수정되지 않았으며, 이는 정지민이 감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온 정지민은 “분명히 지적했다”면서 “동물학대 동영상과 광우병을 연결시키는 문제도 왜곡이라고 지적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지민은 “확실히 지적했냐”는 변호인의 거듭된 질문에는 “지적했겠지”라며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서너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워낙 지적한 게 많아서 일일이 기억도 다 안 난다”는 식으로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문성관 판사가 “증인은 기억나는 걸 얘기해야 하고, 한 것 같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사측도 정지민을 거들어 “〈PD수첩〉 제작진이 정지민이 왜곡 방송의 공범인 양 몰아간다”고 주장했고, 이에 변호인측은 “정지민이야 말로 오역과 왜곡의 당사자”라고 맞섰다.

“자료 제출 요구 응하라” VS. “용산 수사기록 공개하라”

이날 재판 과정에선 웃지 못 할 상황이 종종 펼쳐지기도 했다. 빈슨 유족의 소장에서 드러난 “아레사가 vCJD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과 관련해 변호인측이 “아레사 빈슨이 MRI 검사 결과 vCJD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고 거듭 추궁하자 정지민은 “그렇게는 인정 못한다”는 말로 일관했다. 이에 방청석에선 실소가 터져 나왔다.

번역 및 감수 작업을 함께 했던 이연희 보조작가와 정지민의 대질 신문은 이렇다 할 소득 없이 10분여 만에 끝났다. 정지민은 이연희 보조작가가 노트북을 가려 자막 수정 과정을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연희 작가는 “황당하다”며 “우리가 감수를 받는 입장에서 화면을 가릴 이유도 없고, 가리지도 않았다”고 맞섰다. 이연희 작가가 거듭 사실을 바로 잡으려 하자 정지민은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검찰측도 신경질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김경수 검사는 “피고가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재판에서 필요한 것만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그럼 검찰은 왜 용산 참사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냐”고 맞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동석, 정지민에 “수고했다”…정지민 “괜찮았나요?” 물어

한편 이날 방청석엔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정책관이 참석, 8시간에 걸쳐 진행된 재판을 지켜봤다. 민동석 전 차관은 정지민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따라 나와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했고, 이에 정지민은 “괜찮았나”라며 웃음 띤 얼굴을 보였다.

3차 공판은 다음달 4일 오후 2시, 광우병 전문가들이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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