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해법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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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 해법 찾을 수 있을까
[이희용의 주간미디어리뷰]
  • 이희용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
  • 승인 2009.10.09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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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용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
민영 미디어렙 설립 문제가 올 정기국회의 최대 미디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2일 통과시킨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데다 수신료 인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KBSㆍMBCㆍEBSㆍYTN 등의 사정이 여전히 복잡하지만, 어쩌면 상당수 방송사들이 내심으로 더 절실하게 생각하는 건 미디어렙이지요. 정파적 쟁점이 두드러지지 않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물 밑에서는 각 매체와 기관들의 사활을 건 쟁투가 전개되고 있는 겁니다.

민영 미디어렙을 신설하는 문제는 역대 정권의 지난한 숙제였습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지상파방송 광고를 독점대행하는 체제는 전두환 정권이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언론통폐합과 함께 시행한 5공의 유산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고, 자유로운 광고영업 활동을 방해해 위헌 소지도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지요.

그러나 KOBACO가 방송의 상업화와 방송광고료 급등을 막고 매체의 균형발전과 공익사업 진흥에 기여해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고 매체간의 이해가 복잡하게 엇갈려 미디어렙 신설 문제는 계속 변죽만 울리다 말아왔지요. 2000년 통합방송법 출범 후에는 정부가 입안한 관련 법률안이 차관회의 등을 거쳐 규제개혁위원회까지 올라갔으나 규개위가 규제를 더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가 신문 등의 반발에 떠밀려 오히려 정부안마저 유보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 2005년에는 문화관광부가 각계 인사들로 TF를 구성했다가 위원 교체 등의 파동 끝에 합의 도출에 실패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됐습니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를 통한 경쟁 활성화에 두고 있어 그렇게 예상되기도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 27일 방송법과 시행령의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지요. 헌재는 "KOBACO, 또는 KOBACO가 출자한 회사(현재까지는 없음) 이외에는 방송광고를 수탁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다만 당장 위헌 결정을 내리면 시장을 무질서한 상태에 빠뜨리게 되는 만큼 200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당마다 의원마다 부처마다 백가쟁명 

현재 국회에 제출된 미디어렙 관련 법안은 두 가지입니다. 5월 15일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KOBACO를 해체한 뒤 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를 신설해 KBS와 EBS 등 순수 공영방송의 광고판매를 대행하게 하고 MBC와 SBS의 광고판매 대행은 복수의 민영 미디어렙에 맡긴다는 것입니다. 또 민영 미디어렙의 1인 최대지분을 51%까지 허용하는 한편 KOBACO의 자산을 방송발전기금으로 전환해 종교방송과 지역방송 등 취약매체의 지원에 쓰도록 했지요.

▲ 지난해 9월 22일 '민영미디어렙 도입 반대' 시위에 참석한 종교방송과 지역방송 노조원들이 선전물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한나라당 당론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듯합니다. 이정현 의원 등은 민영 미디어렙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고 지역ㆍ종교방송의 의무할당제를 도입하는 별도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진성호 의원도 "궁극적으로는 1공영다민영이 옳지만 1공영다민영을 도입하면 신문사들의 광고가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지요.

9월 25일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 등이 발의한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1공영1민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역무 범위를 지상파방송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과 IPTV 사업자로 확대했습니다. 또 최대지분 한도를 30%로 제한했으며 공영미디어렙이 종교 및 지역방송의 광고판매를 대행하도록 했지요.

민주당 역시 1공영1민영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9월 29일 전병헌 의원실이 개최한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1공영다민영은 급격한 방송 상업화를 부를 뿐만 아니라 MBC의 민영화 의도와 연계돼 있다"며 신중한 추진을 주문하는 한편 "헌재의 결정에도 부합하고 미디어렙을 실질적인 방송사의 광고국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공민영 업무영역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양 총장은 지난 4월 14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영역 구분 철폐론을 주장했는데, 민주당 당론에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주무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고 실질적인 경쟁구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1공영다민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실무 책임자인 김재철 방송운영총괄과장도 여러 차례 이를 재확인했고 최시중 위원장도 국회에서 이 같은 소신을 거듭 밝혔지요. 특히 미디어렙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숫자를 조정할 수는 있어도 법에 이를 못박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영역 구분을 철폐하는 것이 입법기술상에 문제는 없으나 공영 미디어렙을 존치시켜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경쟁구도를 구분하자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견해를 내비쳤지요. 미디어렙의 업무영역을 지상파방송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유료방송으로 넓히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검토할 만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더군요. 이 논의는 보도나 종편까지 의무적으로 위탁하게 할지, 유료방송에 문호를 개방해 계약을 통해있습니다.

이밖에도 방송사 등의 출자 한도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 허가제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이냐, 광고료 인상 폭이나 시간대별 차등정도 등을 제도적으로 얼마나 제한할 것이냐 등의 쟁점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미디어렙 관련 법령 추진을 방통위에 넘겨준다고는 했지만 KOBACO를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데다 방송광고가 모든 매체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여전히 광고 진흥 등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문화부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공영1민영 원칙을 견지하는 듯했으나 최근 들어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으며 유인촌 장관도 9월 24일 국회 문방위에 출석해 "1공영1민영은 경쟁의 의미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지요.

언론사들도 이해관계 따라 이합집산  

미디어렙 논의에서 근본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철학과 논리는 "광고 효과가 높은 프로그램에 광고주들이 자율적으로 광고를 하도록 만들어야 프로그램 간에 경쟁이 촉진되고 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과 "안 그래도 지나친 시청률 경쟁이 많은 폐해를 낳고 있고 광고주들이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에 개입하려 하고 있는데 규제를 더 풀면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모든 논의는 이러한 근본적인 인식의 대립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체간의 이해관계에 더 깊이 매몰돼 있는 듯합니다. 특히 지상파방송의 광고가 완판되던 시절과 달리 광고재원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고 새로운 미디어는 계속 늘어나다보니 매체들마다 미디어렙 문제에 더 매달리고 있지요.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MBC
2000년 미디어렙 논의가 본격화된 이래 가장 큰 쟁점은 1공영1민영이냐, 1공영다민영이냐입니다. KBS, MBC, SBS를 빼놓으면 독자적으로 미디어렙 운영을 할 만한 광고재원을 가진 곳이 없어 결국 공영 미디어렙이 MBC까지 포괄하느냐, MBC에도 별도 민영 미디어렙을 허용하느냐가 관건이지요.

2000년 말에는 당시 문화관광부가 1공영1민영으로 법안을 마련하자 강력하게 반발했지요. 이 논쟁은 KOBACO와의 갈등으로도 이어져 그해 연말과 이듬해 연초 MBC가 KOBACO의 태생부터 문제 삼으며 독점의 폐해를 비판하는 뉴스를 연일 내보내자 KOBACO가 의도적으로 MBC 광고를 수주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MBC의 이러한 반발은 언론계에 격론을 불러일으켜 미디어렙 신설 논의를 표류하게 만들었지요. 당시 SBS 관계자들은 "MBC가 성급하게 숟가락을 같이 놓자고 나서다가 다 차려진 밥상을 뒤엎어버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기도 했지요.

MBC가 이처럼 반발한 것은 소유구조는 공영이지만 재원구조는 SBS와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SBS에만 민영 미디어렙을 허용하면 광고영업에서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인식에 토대를 두고 있지요. 그동안 미디어업계의 분위기에 따라 다소 기복은 있었지만 MBC 경영진의 인식은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10월 7일에도 MBC 경영진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독자 미디어렙 설립 계획을 밝혔다고 하네요. 다만 MBC 지역계열사는 여기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MBC 노조도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지요.

만일 MBC에도 민영 미디어렙을 허용하면 자연스럽게 MBC 민영화 논의가 급진전될 겁니다. '정명(正名)을 찾아야 한다'는 최시중 위원장이나 '공영은 공영답게, 민영은 민영답게'라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말이 더 힘을 얻겠지요. MBC는 해외에도 공영이면서도 광고를 주재원으로 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고 반박하지만, 이를 두고 '편리한 대로 공영과 민영을 왔다갔다 하는 박쥐같은 태도'라고 말하는 이도 꽤 있는 게 사실입니다.

SBS의 입장은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입니다. 특히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다음에는 어차피 해줄 것인데 굳이 우리가 나서서 눈총 받을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태도를 보여 왔지요. 미디어법 관련 논의가 한창일 때는 '불감청'에 방점이 찍혔다면 요즘에는 '고소원'에 무게가 더 실려 있는 듯합니다.

KBS는 떨떠름한 입장입니다. 방통위나 문화부나 여야당 모두 방송광고의 판매를 완전히 자유화할 생각은 없는 게 확실한 마당에 KBS는 어차피 정부가 출자한 공영 미디어렙에 묶일 수밖에 없어 가능한 한 규제 완화가 최소화되기를 바라고 있지요.

MBC보다 미디어렙 문제에 더 목을 매는 곳은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입니다. 지상파TV 3사도 제 코가 석 자인 처지에 신설 미디어렙이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을 알아서 배려해줄 턱이 없고, 설사 끼워팔기(연계판매)를 할 여력이 있다 해도 자사 계열 PP를 먼저 챙길 것이기 때문에 광고수입이 지금의 10~20% 수준으로까지 떨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지요.

이 때문에 PP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상파에만 광고역무를 한정하는 현 체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문사들이 종편에 진출하고 연계판매가 신문에까지 확대되면 미디어 산업 전반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도 있지요.

한선교 의원의 개정안에도 지역ㆍ종교방송의 지원책이 담겨 있고 방통위나 문화부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계의 요청에 따라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지역ㆍ종교방송은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들은 경쟁체제가 급격히 심화될 1공영다민영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한시적 기금 지원 등의 미봉책이 아니라 서울 지상파TV의 광고수주액의 일정 비율을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문사들은 당연히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들이 방송에 진출하면 처지가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예전처럼 일사불란하게 반대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고 각개약진을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만일 방송에 진출할 신문과 그렇지 않을 신문이 미리 나뉘어 있다면 전선이 더욱 명확해질 텐데 아직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곳이 많아 보이는군요.

사정이 절박하기로는 미디어렙 논의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KOBACO가 더할지 모릅니다. 이들은 1공영다민영이 되면 방송광고의 공익적인 기능이 다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속마음으로는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설 겁니다. 신설 미디어렙이 생기면 KOBACO 직원의 상당수가 옮겨가겠지만 지금도 지상파방송마다 광고 관련 부서와 인력이 있어 고용을 다 승계하지는 않으려 하겠지요.

정작 수장인 양휘부 사장은 한나라당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후보 대선 특보를 지낸 경력 때문인지 말을 아끼고 있는 듯합니다. KOBACO의 주무 부처인 문화부마저 애매한 태도를 보이니 KOBACO 직원들은 비빌 언덕이나 바람을 막아줄 벽도 없다고 여기고 있지요.

신문의 방송 진출 확대를 골자로 한 미디어 관련법 논쟁은 비록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낳았지만 찬반 구도가 단순해 결국에는 정파간 숫자의 우열로 판가름 나는 분위기였지요. 그러나 미디어렙 문제는 매체간의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어 조정과 타협이 어렵고 정파간 숫자 대결로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자칫하면 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해를 넘겨 입법 부재의 상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돼 지상파방송 광고를 KOBACO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판매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업자가 있겠지요.

EBS 사장 도대체 언제 뽑나 

몇 차례 언급했지만 구관서 EBS 사장의 임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방통위가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장을 재공모 해놓고도 3명의 후보를 추린 뒤 감감무소식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방통위가 내심 점찍은 교수 출신의 곽덕훈 후보가 1차 공모 때 외부 심사위원을 맡았던 사실이 논란을 빚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EBS 안팎에서는 "시험 채점을 했던 사람이 합격자가 없자 스스로 원서를 내고 응시해도 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고, 방통위가 EBS의 채널 성격을 사교육 보완에 국한하려 하고 있다는 의심과도 겹쳐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요. 그는 국내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학습, 즉 e러닝의 전문가로 교육부 산하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두 후보인 지상파방송 교양 PD 출신의 정모씨와 박모씨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썩 내켜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지난주에 임명을 했겠지요. 시간을 오래 끌다보니 의혹만 더 키우는 꼴입니다.

방통위는 10월 7일 국감이 치러진 데다 12일 EBS를 상대로 한 국감이 예정돼 있어 다음주 중반에나 결론을 낼 모양입니다. 재공모에서도 사장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3차 공모를 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구 사장 입장에서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EBS로서도 괴롭고 방통위는 스타일만 구기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미디어의 황제 머독 방한에 시선집중 

미디어의 황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7일 한국을 찾았습니다.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 다우존스가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세계미디어정상회의 참가차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길에 1박2일간 잠시 들른 것이고, 만난 사람도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과 이재용 전무, LG전자 남용 부회장 등 전자업계 인사들인데, 그가 워낙 국제 미디어계의 거물인데다 종편 채널 경쟁이 한창 뜨거운 시기다보니 주요 언론사들이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지요.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머독이 삼성 사람들과 만난다고 하니 혹시 중앙일보 관계자와 만나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고 하네요.

머독은 2000년 위성방송 사업자 공모 당시 스타TV를 내세워 데이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나 KT의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2003년에도 그의 경쟁 상대였던 스카이라이프에 지분 참여를 시도하다가 무산되기도 했지요.

그런 그가 한국의 미디어 구도 재편 국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할 정도지요. 경쟁그룹인 타임워너가 중앙과 손을 잡은 것도 경쟁심을 자극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머독과 만난 삼성과 LG 측도 입을 닫고 있지요.

조선과 동아의 우려는 베이징에서 실현될지도 모릅니다. 세계미디어정상회의에 국내 언론계 인사로는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했으니까요. 함께 초청된 이병순 KBS 사장은 12일 KBS 국감과 13일 KBS 이사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불참했다고 하네요. 남들은 초청을 받지 못해 배아파하고 초조해하는데 초청을 받아놓고도 안 간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8일부터 2박3일간 열릴 이 회의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당시 신화통신의 제안으로 뉴스코퍼레이션, AP, 로이터, BBC, 교도통신, 이타르타스 등 7개 언론사 대표들이 공동 발의해 성사된 것으로 전세계 70여 개국 135개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포털 대표들이 참석한다고 합니다. 9일 아침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개막 연설을 했지요.

국제언론인협회(IPI)나 세계신문협회(WAN) 등의 국제 언론인 기구의 행사가 해마다 개최되기는 하지만 전세계 굴지의 매체 대표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는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행사가 미디어에 관한 한 변방이었던 중국의 심장부에서, 그것도 공산당 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것도 의미심장하지요. 한국 미디어업계가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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