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손익계산…미디어렙 ‘백가쟁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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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독자 미디어렙 선택에 언론계 주목…종편 미디어렙 논란 더할까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 문제가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지난 7일 국감에서 사실상 ‘1공영 다(多)민영’ 체제의 미디어렙 도입을 강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언론 공공성’을 이유로 ‘1공영 1민영’ 체제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렙 논란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방송사들은 물론 신문, 특히 종합편성 채널(PP)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유력 일간지들까지 해당 논의에 가세할 태세로 각각의 이해관계 또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MBC가 지난 7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에 독자 미디어렙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계열사인 지역 MBC의 반발은 물론,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민영화 시도에 반대하며 연대해온 방송·언론계 내부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MBC의 이번 선택이 공영 중심의 방송체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MBC
■‘1공영 다민영’ 여당 내에서도 비판= ‘1공영 다민영’ 체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지난 5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 상정된 방송법 개정안에 그대로 담겨 있다는 평가다.

법안은 KBS와 EBS의 방송광고판매대행을 위해 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를 설립토록 하고 있다. 공영 미디어렙으로 하여금 KBS와 EBS의 광고만을 대행토록 한 것이다. MBC와 SBS의 광고판매 대행은 복수의 민영 미디어렙에 맡기되 1인 최대지분을 51%까지 허용, 사실상 MBC와 SBS로 하여금 지분의 51%를 소유한 자회사로서의 미디어렙을 가질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안이 여당의 당론으로 결정될 지는 미지수다. ‘1공영 다민영’ 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당 안에서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 7일 방통위 국감에서 나경원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방송광고판매대행을 독점하는데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위탁 강제제도와 독립적인 미디어렙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했다”며 “1공영 1민영 체제가 이 같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1개의 방송사에 미디어렙을 1개씩 주는 것은 사실상 영업국을 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방송 3사로 하여금 왜 영업국 체제가 아닌 렙을 통해 광고를 팔게 했는지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방송 ‘공공성’ 등을 살피는 쪽으로 처음부터 다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진성호 의원도 “종국적으론 1사 1렙이 맞지만 이 경우 신문·잡지 등 취약매체는 바로 고사하고 말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1공영 1민영’ 체제를 우선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MBC의 선택, 민영화 논란 불 붙일까= 그러나 방통위는 미디어렙 허가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숫자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법에 ‘1공영 1민영’ 체제를 규정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이달 24일 국감 종료 이후 미디어렙 관련 의견을 국회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이처럼 민영 미디어렙 신설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에서도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MBC 경영진이 지난 7일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에서 MBC가 대주주인 미디어렙 자회사 설립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MBC는 KBS와 달리 광고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만큼 공영미디어렙에 편입될 경우 광고 영업 경쟁에서 SBS와 비교할 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이 같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선 MBC가 민영 미디어렙을 선택할 경우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이 말하는 ‘정명(正名)찾기’, 다시 말해 민영화의 신호탄을 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자회사 미디어렙을 설립하겠다는 MBC의 방안은 MBC 민영화를 염두에 뒀다고 보이는 한선교 의원의 1사 1렙 안과 똑같은 것”이라며 “MBC의 선택은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선택하면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KBS와 EBS뿐 아니라 MBC의 광고도 공영 미디어렙이 한국광고공사로 하여금 판매토록 규정한 것 또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민주당도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도입하되, 공·민영 미디어렙 모두가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 전체의 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민주당 문방위의 한 관계자는 “영업비용 등의 증가를 고려하면 MBC가 자회사 미디어렙을 설립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광고증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여당 안에서도 1사 1렙 체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MBC가 왜 이 같은 입장을 냈는지 의문이다. MBC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한선교 의원의 안이 당론으로 결정된 게 아니다. 국감 이후 구체적인 논의가 더 있을 것”이라면서 자회사 미디어렙 지분 조정, 일몰제 규정 도입 등에 대한 검토 가능성을 귀띔했다.

■종편 미디어렙, 아직은 수면 아래 있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종편PP를 위해 미디어렙을 마련하는 문제가 논란의 한 축을 차지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이 신문·IPTV 등에 대한 연계판매를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면 아래에서의 손익계산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편 사업자 선정 일정이 내년 초로 미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단 종편진출을 선언한 신문 등은 분위기를 살피는 모양새다. 하지만 내달 미디어렙 관련 논의가 본격화 하면 이들 역시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종편 사업자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매체들의 경우 관련 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향후 지상파 방송 등과의 경쟁을 위해선 종편 미디어렙이 신설, 신문 등 기존매체와의 연계 판매가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탈락할 경우 반대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은 신중한 모양새다.

안정상 민주당 방송통신 전문위원은 “종편 미디어렙 설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종편 미디어렙을 신설할 경우) 보도PP에 대한 타격은 물론, 종편PP가 케이블을 통한 전국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역방송의 생존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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