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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주의 책] ‘황홀한 글감옥’ 외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 / 시사IN북)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저자 조정래 씨가 작가 생활 사십 년을 ‘기념’하는 자전 에세이를 냈다.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씌어진 것이 특징이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젊은이 250여 명으로부터 평소 궁금했던 질문 500여 개를 받았고, 이들 질문 가운데 84개 질문을 추려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마치 저자와 대화를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 / 시사IN북)
이 책은 크게 문학론·작품론·인생론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질문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구성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작가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책을 보는 재미다.

만약 당신이 조정래 씨의 현대사 3부작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은 일종의 ‘비사’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야뇨증이 심하던 어린 시절, 엄격한 아버지와의 관계, ‘소년 빨치산’ 박현채 선생의 격려와 도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두 번의 도움’, 소설가 최일남씨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밝힌’ 박태준 회장의 기부 사실 등은 작가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비화이다.

또 그동안 현대사 3부작에서 독자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인간 조정래’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작가도 언급했듯이 이런 점에서 보면 ‘황홀한 글감옥’은 작가 조정래의 자전 소설도 읽어도 무방할 듯 싶다.

‘50년 금단의 선을 걸어서 넘다’ (2007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 호미)

이 책은 참여정부 시절의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집단 저술로 완성시킨 책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MB정부 이후 구설에 오르고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 ‘50년 금단의 선을 걸어서 넘다’ (2007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 호미)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집단 저술로 만든 책’이라는, 일찍이 없던 이런 독특한 성격의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렇다.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당국자들과 기자들이 훗날의 3차, 4차 정상회담을 위해 공동 기록을 남기자”는 취지에 공감했고, 정상회담 보도준칙을 마련하면서 그 조항에 ‘공식 기록물’을 남기기로 했다. 그러한 약속과 정신에 따라, 공동취재단과 청와대 근무자들은 이 책을 공동 집필했다.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구성된 ‘2007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기자 32명과 정상회담을 준비한 청와대 근무자 5명, 해서 모두 37명의 필자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완성한 책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필진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시각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출입 기자 32명의 취재기에 청와대 당국자 5명의 기고를 더하여 모두 25편에 이르는 글은, 맡은 역할과 시점, 처한 장소,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여 남북정상회담의 이모저모를 제각기 달리 기록하여 전하고 있다.

특히 2007년 정상회담 당시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온갖 언론을 연일 장식한 그 어떤 보도에서도 밝힌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점도 책의 재미를 더한다.

사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2007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정상회담이 있은 지 꼬박 만 2년 만에, 다소 늦게 책을 출간한 배경에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적잖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살아  있기 전에 책을 내지 못했다는 데에 대한 필자들의 부채 의식 - 이 책이 뒤늦게 빛을 보게 된 이유다. 

‘2007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은 책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 노무현 대통령 당신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로써 그 마음을 표현했다. 이 책의 인세 전액은 노무현 재단에 기부된다.

‘법과 사회와 인권’ (안경환 / 돌베개)

▲ ‘법과 사회와 인권’ (안경환 / 돌베개)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우리 사회 인권의 후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인권위원회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이 됐다. 그 와중에 안경환 인권위원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갑자기 중도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후 인권위는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제4대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저자가 <법과 사회와 인권>이라는 책을 낸 것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저자는 “인권은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이므로 21세기와 같은 개방 사회에서는 인권 보장을 위한 국제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효율성과 경제성 논리에 치우쳐 인권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대세인 지금,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주장이다.

이 책은 이러한 내용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를 유념해서 쓴 글이다. 전체 4장으로 나누어 건전한 사회인의 상식과 교양으로서의 법과 인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라우라 레스트레포의 <광기>는 콜롬비아의 비극적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랫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독립 후에는 미국이 후원하는 독재자들의 강압 통치를 연달아 겪어야 했던 나라. 민중의 편에 섰던 지도자는 연달아 암살당하고 어제의 이웃이 오늘의 적이 되어 내전을 치르는 나라. 불법 마약 거래와 돈세탁, 부정부패가 일상화되어 있는 나라.

주인공, 아구스티나와 그의 어머니 에우헤니아, 할아버지 포르툴리누스는 이런 미친 세상에서 말 그대로 미쳐버린 사람들이다. 권위적이고 폭압적인 아버지, 위선적 부르주아이자 미친 상태인 어머니 밑에서 전쟁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아구스티나는 문학 교수이자 가난한 마르크스주의자인 남편 아길라르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미친 상태는 점점 심해지기만 한다. 그리고 그녀 개인의 삶이 표출하는 불행이란 껍질을 벗겨내면 콜롬비아 역사의 비극적 사건들, 사회의 암울한 현실이라는 알맹이가 알알이 맺혀 있다.

작가는 아구스티나의 광기 어린 상황의 껍데기를 하나하나 벗겨가면서 무자비한 폭력과 집단의 광기가 개인의 삶을 얼마나 황폐화시키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얼마나 잔인한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고발하고 있다. 소설가이기 이전에 인권 운동가로 활약한 작가의 세계관이 깊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한국전쟁과 독재정권 등을 겪으며 아직도 ‘꼴통 우파와 좌파 빨갱이’라는 극렬한 집단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의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소설 문무 1,2,3’ (장태우 / 왕의서재)

▲ ‘소설 문무 1,2,3’ (장태우 / 왕의서재)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MBC 드라마 <선덕여왕>은 신라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신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선덕여왕과 김춘추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추세다. ‘소설 문무’ 시리즈 발간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소설 <문무>는 한일 고대사 미스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신라 제30대 왕 문무왕과 일본의 제42대 천황 문무천황, 이 두 사람은 과연 동일한 인물인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한국과 일본의 많은 학자들이 그 의문을 풀고자 노력해왔지만 해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만일, 두 사람이 동일한 인물이라면 문무왕은 왜 일본으로 건너가, 어떻게 일본의 천황이 됐을까? 또 두 사람이 동일한 인물이 아니라면 왜 한국과 일본의 적지 않은 학자들은 두 사람이 동일한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소설의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그건 읽는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10여 년 동안 한중일 3국의 사료를 비롯해 <일본서기> <속 일본서기>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나타난 문무왕에 대한 자료를 두루 섭렵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치밀한 고증이 뒷받침된 책이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책의 장점은 다른 데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강한 흡입력이 그것인데, 마치 한편의 재미있는 사극을 보는 것 같다.

‘한국사회운동론’ (백욱인 / 한울아카데미)

▲ ‘한국사회운동론’ (백욱인 / 한울아카데미)
이 책은 필자가 1980년대 후반에서 2008년까지 발표했던 도시사회운동론, 민중론, 시민운동론, 네트워크 사회운동론, 사이버 스페이스 대중운동론 등을 모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때문에 각 글을 읽을 때는 해당 시기 한국사회의 성격과 사회운동론이 어떻게 조응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1980년대가 민중운동이 주도하던 시기였다면 1990년대는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던 시기였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인터넷의 활용이 대중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네트워크는 사회운동의 형태와 방법도 변하게 만들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확인된 온라인 네트워크의 힘은 이후 한국사회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2008년 촛불시위에 이르기까지 지난 20여 년에 걸쳐 쓴 논문들을 한데 모은 이 책은 독자들에게 한국에서 사회운동론이 어떻게 전개되어왔으며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알려주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카기행’ (후지와라 신야,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아메리카기행’ (후지와라 신야,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현재 일본에서 수십 년간 ‘특급 작가’로 대접받고 있는 사진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후지와라 신야의 책이다. <아메리카기행>은 전작 <동양기행>(전2권)과 <황천의 개>에 이어, 동양에서의 여행을 마친 그가 홀연히 떠난 아메리카로의 200일에 걸친 ‘서양기행’의 기록이다.

후지와라 신야가 바라본 1980년대의 미국은 황량하고 특이하고 고독하다.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고독한 군중’, 그것이 바로 후지와라 신야가 바라본 ‘아메리카의 초상’이다. 그는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보통의 미국인처럼 모터홈(장거리용 캠핑카)에 몸을 싣고, 서부에서 동부를 가로지르며 그 황량함과 외로움, 인간존재의 여러 단상,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 구조물 사이를 봤다. 그리고 그것을 찍고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경제난에 허덕이는 오늘날의 ‘미국의 풍경’과 비교해 보면 묘한 느낌을 받는 책이다.

때문에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이 책을 옮긴 김욱 씨는 말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라기보다는 현대문명에 대한 고찰이다. 등장하는 지명과 인명과 사건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상표가 찍혀 있을 뿐, 실상은 오늘날의 한국이며, 우리들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 ‘허형만의 커피스쿨’ (허형만 / 팜파스)
‘허형만의 커피스쿨’ (허형만 / 팜파스)

커피인 허형만의 27년 커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이 책은 저자 허형만이 커피를 만나 알게 되면서 몸으로 직접 익히고 수없이 실패하면서 터득한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커피 관련 지식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커피에 관한 기초지식은 물론 커피 품종과 특징,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 커피의 신선한 보관법,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위한 추출 기술,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커피의 풍미를 살리는 부재료와 건강 이야기, 창업자를 위한 가이드까지 커피의 A부터 Z까지 허형만의 지식과 경험으로 가득하다. 커피를 즐기고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커피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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