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초 매진작이 불러들인 600명의 취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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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초 매진작이 불러들인 600명의 취재진
[PIFF 특집 기자회견] 화제작 ‘나는 비와 함께 간다’
  • 부산=원성윤 기자
  • 승인 2009.10.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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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조쉬 하트넷, 키무라 타쿠야. 미국, 한국, 일본을 대표하는 삼국의 톱스타가 이뤄낸 기록은 38초의 매진이었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rain, 연출 트란 안 홍)는 이 같은 흥행 스코어를 반영하듯 9일 저녁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의 취재진 600여명이 몰려 근래 보기 드문 취재경쟁을 벌였다.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공식 기자회견(갈라 프레젠테이션)이 9일 오후 8시 30분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렸다. 매진의 환호와는 별개로 9일 기자시사와 일반 상영을 통해 공개된 이 영화는 철학적 주제와 난해한 이미지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가 엇갈리며 영화제의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거장과 한·미·일 톱스타의 만남으로 제작단계부터 큰 화제가 된 영화는, 비밀에 싸인 채 실종된 한 남자와 그를 각기 다른 이유로 찾아야만 하는 두 남자의 뜨거운 추격을 그리고 있는 액션 범죄 스릴러이다.

▲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공식 기자회견(갈라 프레젠테이션)은 9일 오후 8시 30분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렸다. ⓒPiff
트란 안 홍 감독은 “그동안 잘 알던 배우들과 영화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모르는 새로운 배우, 여러 국적을 가진 배우들과 함께 일을 해 흥미로웠다”며 “새로운 피를 수혈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고, 힘들기보단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캐스팅은 천천히 완성되는 것”이라 규정지은 트란 안 홍 감독은 “캐스팅할 때 자연스러운 휴머니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실 제작상의 어려움 때문에 촬영 분위기는 굉장히 어두웠다. 악몽과도 같았지만, 훌륭한 배우들 때문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실 3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연기를 펼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조쉬 하트넷은 〈진주만〉(2001), 〈럭키 넘버 슬레븐〉(2006) 등을 통해 활약했고, 이병헌과 키무라 타쿠야는 전작 영화 〈히어로〉(2007)를 통해 한·일 양국에 동시에 선보인 적이 있을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트란 안 홍의 부인이자 영화에 출연하기도 한 트란 누 엔케는 “저는 프랑스에 살고 있어 사실 같이 연기할 남자 배우들이 어떤 배우인지 잘 몰랐다”며 “이분들이 누군지 미리 알았다면 놀랐을 것이다. 때문에 영화를 위해서는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죽음과 종교에 대한 철학적 함의를 담고 있다. 이야기 배분이 주인공 1명에게 쏠리거나 모자라지 않게 인위적인 배분 없이 서사가 전개되는 점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무라 다쿠야는 “출연섭외가 빠듯하게 들어왔다”면서 “감독의 전작을 DVD로 직접 찾아보고 독특한 영상미에 반해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트란 안 홍 감독은 〈그린 파파야의 향기〉, 〈씨클로〉 등을 통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 감독이다. 키무라 타쿠야는 “영화라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것인데,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는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 기자회견장에 몰린 취재진들 ⓒPD저널
이어 그는 “기독교적인 이야기를 표현해야 돼서 출연을 한 때 망설이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출연했다”며 “출연을 결정한 뒤에 조쉬 하트넷, 이병헌이 메인 배우라는 것을 알았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더 빨리 (출연을) 결정했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키무라 타쿠야는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 그는 〈롱 베케이션〉(1996)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장애인과 편견없는 사랑을 보여준 〈뷰티풀라이프〉(2000), 고졸출신 검사의 도쿄지검 이야기 〈히어로〉(2001), 항공사 파일럿의 장애 극복기 〈굿럭〉(2003), 〈프라이드〉(2004) 등 전작 작품에서 주로 경쾌한 심성을 가진 주인공이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며 일구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주로 그려냈다.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시종일관 어둡게 그려진 그의 내면연기에 관심을 갖는 질문이 많았다. 한 기자는 “드라마 캐릭터 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다”며 “시타오의 눈이 무엇을 말하고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키무라 타쿠야는 “연기를 실제로 한 사람보다 시타오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다”고 겸손한 마음을 표한 뒤 “시타오는 고통과 외로운 마음의 상처를 몸속에 담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어떤 작품?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검거한 LA 경찰 클라인(조쉬 하트넷)은 사건의 여파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경찰을 그만두고 사립탐정 생활을 시작한다. 어느 날 중국인 재벌의 아들 시타오(키무라 타쿠야)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필리핀으로 떠난다. 행방을 추적하던 클라인은 시타오가 사람을 치유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과 홍콩 마피아 보스인 수동포(이병헌) 역시 그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고통에 대한 감정을 느끼는 인간의 감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잉태하고 있다. 연쇄살인범을 뒤쫓던 클라인이 그의 살인수법에 미학적인 탐닉을 하며 좇아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비교되는 시타오는 상대방의 신체적 고통을 자신의 육체로 고통으로 흡수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총상을 입은 수동포의 아내 릴리를 데리고 돌봐주며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미국, 한국, 일본의 초특급 스타 세 명이 펼치는 연기대결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음악을 담당한 구스타보 산타올랄라의 프로듀싱과 라디오 헤드의 피쳐링으로 더욱 빛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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