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방송] KBS '다큐멘터리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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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다큐멘터리 3일>/ 10일 오후 9시 40분

도전불패 (挑戰不敗)
-전국기능경기대회 72시간

열정을 다투다

지난 9월 22일, ‘2009 제44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열린 광주에 총 55개의 직종에 참가한 2097명의 선수들이 모였다. 요리, 헤어디자인, 용접, 로봇 등의 다양한 경기가 펼쳐진 현장.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과연 메달뿐이었을까.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가득했던 전국기능경기대회의 72시간을 살펴본다.

● ‘금메달에 인생을 걸었다’ 용접 경기 3파전

• 태백공고의 기대주 정완모(19)

- 작년의 아쉬운 실패를 딛고 재출전한 완모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이번 대회 농기계수리 종목에 출전한 친형과 자신을 따뜻하게 꼭 안아주는 선생님이다. 부모님의 이혼 후 할머니 밑에서 살다가 3년 전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 실습실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완모의 꿈은 금메달을 따고 돈을 많이 벌어서 힘든 용접 일의 원동력이 되는 가족과 다시 함께 사는 일이다.

• 강력한 우승후보 최보기(19)

- 쌍둥이 형의 인문계 진학을 위해 기능장이 되기로 한 보기. 그러나 그는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져 보호시설에서 자란 보기는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현재는 보호시설 선생님의 소개로 만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보기에게 이번 대회는 출전의 의미 그 이상이다. 꼭 메달을 따서 국가대표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 용접의 꽃남 김동준(19)

- 눈에 띄는 외모의 동준이는 일반 학교 진학을 할 수 있는 형편이지만 중공업 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목표로 용접을 하고 있다. 힘든 일을 하는 아들을 볼 수가 없어 오지 못한 자리에는 부모님 같은 동준의 선생님 부부가 동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용접’이란 글씨를 적은 작업복을 입고 길거리를 다니기도 한다는 동준이는 용접 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 한계에 도전하는 당찬 여학생 3인방

• 목공의 홍일점 이한나(20)

- 목공 경기장. 모두가 남자뿐인 선수들 속에 홀로 여자인 선수가 바로 한나. 남자들도 하기 힘든 목공 일을 하는 한나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그 대답은 간단했다. 적성에 맞고, 하고 싶기 때문. 그렇기에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여 계속 하고 있다고 한다. 한창 외모에 신경 쓸 나이에 하지 못하는 것도 많지만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한나에게는 더 아름다운 꿈이 빛나고 있다.

• 제과제빵 최연소 참가자 박혜선(15)

- 촬영 이틀째 저녁, 설탕공예가 끝난 경기장에서 눈물 바람이 된 여학생을 보았다. 하루 종일 공을 들인 작품이 그만 무너지고 만 것이다. 엄마 품에 안겨 울고 있는 학생은 앳된 얼굴의 이 대회 최연소 참가자 혜선이. 금세 눈물을 닦고 웃음을 보인다. 좀 더 경험을 쌓아 2년 뒤에 꼭 다시 출전하겠다고 말하는 혜선이의 씩씩한 모습은 2011년의 제과제빵 수상자 명단을 조금 예상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 교복 입은 한복 선수 김새롬(16)

- 우리의 전통 옷인 한복 경기장,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 사이에 교복을 입은 선수가 있다. 교복이 편하고 또 학생이라는 표시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새롬이는 그냥 보기에도 귀엽기만한 학생 같다. 그러나 한복이 예쁘고 그 전통적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기에 출전했지만 새롬이는 마음만은 이미 당당한 ‘기능인’이다. 그런데 3일간의 경기가 끝난 직후 다른 아주머니 선수 품에서 울음을 터뜨린 새롬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 ‘평생 배움’ 한 길을 택한 사람들

• 헤어디자인 최고령 선수 정찬이(69) 씨

- 대회 출전은 처음이지만 정찬이 씨는 73년부터 제자들을 대회에 내보냈다고 한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세월과 함께 바뀌는 스타일을 스스로도 공부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도 도움이 돼 좋다고 하는 그의 열정. 그것은 젊은이들과 나이로도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 양복 최다 출전자 전연규(54) 씨

- 올해로 양복 부문에 11번째 도전한 전연규 씨는 이제 심사위원들과도 친한 사이가 되었다. 38년째 사용하고 있는 가위처럼 그의 꿋꿋한 정신은 매번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배우기 위해서 욕심을 내며 도전하는 그의 집념으로부터 느껴진다. 그런 그가 과연 이번 대회에서는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 ‘차가운 시선’ 보이지 않는, 씁쓸하고도 가장 큰 장애물

- ‘기능=힘든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기능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점이다. 공부를 못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일 거라는 편견은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능인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보이지 않는 큰 장애물이 되어버린다. 경제의 기본은 제조업이고, 제조업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우수한 기능인인 것이다. 사회가 만든 장애물 때문에 그래서 더 힘들고 외로운 길을 가는 기능인들에게 그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보내는 박수와 응원이 무엇보다 기능 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그들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 도전불패(挑戰不敗)

-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말하는 목표이다. 그 전에 그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일이 힘들어서 울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기능인으로서 살아가는 것, 세계로 나아가는 것, 꿈을 이뤄가는 그 과정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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