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8~16일, PIFF)는 일본·중국의 도쿄·상하이영화제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총70개국 355편으로 역대 최다 편수를 기록했고, 최초 상영인 월드 프리미어와 자국 외 최초 상영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도 144편이나 출품됐다. 예산 역시 99억5000만 원 수준으로 지난해 보다 10억 원 가량 늘어났다.
단시간에 기틀을 잡은 데는 아시아 영화 발굴에 힘쓴 덕이다. 아시아 경쟁부문 ‘뉴 커런츠’(New currents)를 비롯해 올해로 4회를 맞는 아시안필름마켓(AFA)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해외 페스티벌 관계자들은 부산에 오면 아시아의 주요영화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한국 작품을 중심으로 화제작도 많았다. 이병헌, 조쉬 하트넷, 키무라 타쿠야 등 한·미·일 대표 톱스타의 화제작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38초만에 매진하는 진기록을 낳았다. 〈질투는 나의 힘〉 이후 7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박찬옥 감독의 신작 〈파주〉는 공식 상영 4회로도 모자라 부산 스크리닝 (기자시사) 1회를 추가하는 등 평단과 관객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부산영화제에 대한 ‘좌파’ 공세도 드셌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좌파 영화제라는 부당한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 누가 봐도 좌파가 아닌 내가 이 과도기를 버텨주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폐막작으로 거론됐던 〈작은 연못〉이 탈락한 것은 ‘좌파’ 공세를 의식한 듯한 결정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적 거목들의 한국방문 역시 부산이 신경 쓴 부분이다. 1980년대 프랑스 누벨 이마주의 선두주자 장 자크 베넥스, 그리스가 배출한 세계적 정치영화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이탈리아 공포 영화의 대가인 다리오 아르젠토 등의 부산 방문은 영화계의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