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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손석희 교체…정권 비판 인사·프로그램 ‘솎아내기’

KBS와 MBC의 가을개편이 연일 논란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 폐지에 이어 보수 진영에서 퇴출을 요구해 온 진행자까지 교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송의 ‘뉴라이트 편향’이 점입가경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KBS는 이번 가을 개편에서 시사 프로그램 〈생방송 시사360〉을 폐지하기로 한 데 이어 〈스타골든벨〉의 진행자 김제동 씨를 하차시키기로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보고 ‘쌍용차 사태’에 목소리를 내는 등 사회참여적인 모습을 보여 온 김 씨의 갑작스런 교체는 ‘정치적 외압’ 논란으로 번졌다.

이에 KBS는 “김 씨가 해당 프로그램을 오랫동안(약 4년여) 진행했기 때문에, 정기 개편을 맞아 교체하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을 개편 때 정관용, 윤도현 씨 교체에 이어 이번 김제동 씨의 하차도 정치적 입장이 다른 진행자 ‘솎아내기’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다. 

▲ 방송인 김제동씨(왼쪽)와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오른쪽)
KBS PD들도 이번 교체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데 동의한다. 예능국의 한 PD는 “‘오래했다’는 식으로 교체 이유를 포장하는데, 김제동 씨가 단순히 〈스타골든벨〉을 오래 진행해서 식상하다거나 프로그램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PD는 “몇 달 전 예능국 내부에는 ‘진행자들의 사회적 발언을 자제시키라’는 지침도 있었다”고 전했다.  

KBS PD협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 “김 씨의 하차 이유가 부당한 사회현상에 대해 소신 있게 발언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다 안다”며 “비판적 시사프로 폐지에 이어 정권에 밉보인 예능프로그램 MC 퇴출까지, 이병순 사장의 막장개편이 끝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12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번 가을 개편은 단연 ‘뜨거운 감자’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제동 씨 퇴출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외압 의혹을 집중 제기했고, 송훈석 무소속 의원은 “동시간대 광고판매 1위·시청률 2위인 〈시사360〉을 폐지하는 이유가 뭐냐”며 이병순 KBS 사장을 질타했다.

MBC도 진행자 교체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MBC는 그동안 ‘설’로만 떠돌던 〈100분 토론〉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교체를 사실상 확정했다. 손 교수는 다음달 19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7년 10개월여 만에 〈100분 토론〉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진행자를 내부 인사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MBC 안팎에선 “신뢰도와 영향력 1위의 진행자를 교체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하는 일”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보수단체와 보수매체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100분 토론〉 폐지 또는 진행자 교체 등을 요구한 바 있어 MBC 경영진이 안팎의 ‘흔들기’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 봄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교체와 더불어 MBC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 씨 교체설도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이번 MBC 가을개편의 ‘우향우’ 사태가 우려를 사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사측이 아무리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순수하게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와 경비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진행자 교체가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권력에 대한 굴종이요 눈치 보기라는 구성원들의 의심조차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MBC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 성토했다.

MBC노조는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 시도를 “현 경영진이 방문진 등 정권에 성의를 보이기 위한 쇼의 맥락”으로 규정하고, 사측과의 미래위원회 분과별 논의를 중단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김제동, 손석희 씨의 중도 하차는 아무리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점을 강변하더라도 정치적 공작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며 “이병순 KBS 사장은 정권의 신임을 얻음으로써 사장 연임의 제물로 김제동 씨를, 엄기영 MBC 사장은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며 보신을 유지하기 위한 제물로 손석희 씨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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