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가 단체협약 개정과 시사프로그램 통폐합을 요구하고 특정 이념과 성향을 강요하는 등 MBC에 대한 ‘섭정’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도 방문진의 월권행위가 방송법상 ‘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MBC에 대한 과도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BC 논설위원을 지낸 정상모 이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방송문화진흥회가 방송‘섭정’진흥회로 둔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MBC가 방송 민주화 이후 자율경영, 책임경영과 편집·편성권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방문진은 MBC ‘섭정’을 중단하고 엄기영 사장의 ‘뉴 MBC 플랜’ 이행 상황 보고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이사는 “8기 방문진이 시작된 이래 엄기영 MBC 사장과 경영진을 상대로 자진 사퇴, 경영진 교체, 책임자 처벌, 진상조사 요구, 프로그램 통폐합과 같은 요구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보도 프로그램 내용까지 질타를 하고 특정한 이념과 가치, 관점,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등 폭력적인 위협을 가했다”며 “마치 80년대 보도지침처럼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죽하면 ‘김우룡 MBC 사장, 엄기영 이사’라는 말이 나오겠는가”라며 “방문진의 MBC에 대한 ‘섭정’은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본질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방문진은 수렴청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MBC 경영진을 향해서도 “방문진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항의 한마디 없이 저자세로 일관하니 ‘섭정’에 휘둘리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같은 복지부동의 행보가 MBC 구성원들에게 얼마만큼 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크다. MBC PD협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방문진은 MBC에 대한 월권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방송문화진흥의 정명을 찾기 바란다”고 촉구했고, 기자회도 12일 성명을 통해 “계속해서 경영과 프로그램에 압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우리는 김 이사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방문진이 방문진법상 명시된 업무 범위를 넘어 도가 지나친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는 방송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국감에서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방문진 이사들이 이사회에서 사장을 앞에 두고 구체적으로 프로그램 및 보도와 관련해 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과도하게 개입하고 간여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조영택 민주당 의원도 “방문진의 지나친 편성권 간여 문제는 앞으로 법정에서 다퉈야 될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실정법을 위반해 지나치게 간섭과 개입을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는데 대해 법원의 심판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