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 단체협약 공정방송조항 ‘삭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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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교체 이어 부서 통폐합 논란도…끝내 보수화 택하나

MBC 경영진이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가 요구해온 단체협약 상 공정방송 관련 조항의 삭제를 시도하고, ‘정권 눈치보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100분 토론〉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의 교체를 강행하는 등 ‘보신’을 위해 ‘보수화’를 선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이하 MBC노조)는 “경영진이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정권에 대한 눈치 보기와 굴종의 수단으로 미래위원회를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미래위원회 분과별 논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 엄기영 MBC 사장
MBC노조에 따르면 MBC 경영진은 ‘뉴 MBC 플랜’ 추진을 위한 미래위원회에서 단체협약의 국장 실무책임 조항 등 과거 방송민주화 투쟁을 통해 쟁취해 낸 공정방송 관련 조항의 대거 삭제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노조가 13일 미래위 논의 중단을 선언하며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MBC 경영진은 단체협약 제21조(방송의 독립성 유지)의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실장에게 있으며, 각 사의 경영진은 편성·보도·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실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국장 정책간담회 개최 조항도 삭제를 시도했다.

또 노조 전임자 수의 축소를 시도하는가 하면,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에서 공방협이 해당 국장의 보직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전체도 삭제했다. 이는 모두 방문진이 MBC 업무보고 과정을 통해 “노조가 경영진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개정을 요구한 사항이다.

친여·보수성향 인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현 8기 방문진은 단체협약상 국장 책임제와 보직자 중간평가의 의미가 담긴 공방협 운영규정 등에 대해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엄 사장은 지난달 9일, 9월 말까지 본부장 책임제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고, 기타 문제가 되는 단체협약 조항도 11월까지 개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MBC노조는 또 “이 뿐만이 아니다. 휴가제나 시간외수당, 성과급제 등 구성원들의 복지와 사기, 조직 문화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들을 모두 끌고 나와 미래위원회를 빌미로 조합에 부실 경영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무책임한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결국 경영진이 미래위원회로 얻고자 하는 것은 노사간 협의를 통한 더 나은 미래가 아니라, 자신들이 정권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교체에 이은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도 논란이다. MBC는 이번 가을 개편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격동50년〉, 〈이외수의 언중유쾌〉 등을 폐지하기로 한데 이어 〈100분 토론〉 진행자 손석희 교수의 교체도 사실상 확정지었다. 이에 대해 정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이번 가을 개편이 MBC 보수화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MBC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의 통폐합도 때아닌 논란을 겪었다. 김우룡 이사장은 지난 12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엄기영 사장이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의 통폐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방문진의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뉴스 후〉 등 시사프로그램 통폐합 요구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것으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됐다.

그러나 13일 MBC 복수의 관계자는 “12일 저녁 진행된 MBC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엄 사장에게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 통폐합 검토가 사실이냐고 물었으나, 아니라고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MBC 내부에서도 ‘부서 통폐합’ 관련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발언이 거짓일 경우 이는 국정감사 위증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사실일 경우 〈PD수첩〉 등 시사교양국의 프로그램을 손보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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