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포르노’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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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포르노’ 규제 논란
[글로벌] 독일=표광민 통신원
  • 독일=표광민 통신원
  • 승인 2009.10.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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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에 알려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많은 사람들이 치를 떨었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판결에 대해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물론 개별 범죄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증가시키는 사회적 요인을 제거하려는 노력 역시 중요할 것이다. 그런 요인 가운데 하나로 아동 포르노를 들 수 있다. 독일에서는 아동 포르노의 유통을 억제하기 위해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는 법안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지난 6월 ‘아동 포르노 접근 금지법’이 독일 의회에 상정되었다. 당시 이 법안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바라는 쪽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고, 동시에 반대쪽에서는 인터넷 검열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여당인 기독민주연합(CDU)과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주도로 이 법안은 부결되었다.
그런데 자유민주당(FDP)이 기독민주연합의 집권파트너로 지난 9월 총선에서 승리한 후, 인터넷 차단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유민주당은 기독민주연합과의 이 법안에 관한 동의를 연정 조건으로까지 내걸었다.

물론 정부의 검열이라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의식해 자유민주당의 막스 슈타들러(Max Stadler) 의원은 지난 5일 〈빌드〉(Bild)지와의 인터뷰에서 “검열이 아니라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묵은 논란거리이지만 무엇이 아동 포르노인가에 대한 기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독일에서는 1977년 〈우리 사랑을 즐기자〉(Spielen wir Liebe)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하며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이 영화는 12살 소녀 둘과 14살 소년 한 명의 성적인 만남에 관해 담고 있다. 영화사는 논란이 일자 영화를 재편집해 상영했다고 한다.

한편 사이트 차단 조치가 아동 포르노에 관한 잘못된 환상에 근거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우르슬라 본 데어 라이언(Ursula von der Leyen) 독일 가족부장관은 내각 회의에서 “인터넷 상에서의 아동 포르노 산업을 억제하기 위해 사이트 차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형법학자이자 변호사인 우도 페터(Udo Vetter)는 같은 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동 포르노 산업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아동 포르노를 사고 파는 경우는 극히 적으며 대부분은 공짜로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는 아동 포르노 산업이 실제로 존재하기도 했었다. 이것은 법망의 허점 때문이기도 했는데, 80년대 중반까지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서 아동 포르노의 제작은 불법이었으나 판매는 불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도 80년대부터 아동 포르노가 전면 금지되면서 아동 포르노 산업은 사그러 들었다. 그러나 새로 나타난 심각한 문제는 아동 포르노가 개인 차원 즉, 마을에서의 범죄나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이다.

독일의 경우 1993년부터 아동 포르노의 소유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매해 평균 4천여 명이 적발되고 있다. 페터 변호사에 따르면, 이들이 가진 동영상 가운데 단 2.7%만이 상업적으로 ‘제작된’ 아동 포르노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개별 범죄자들이 아동을 학대하는 영상이었다는 것이다.

▲ 독일=표광민 통신원/ 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박사과정

아동 포르노는 특정 집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들의 범죄행위로 동네 한 구석이나 집안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아동 포르노가 각종 다운로드 사이트나 P2P를 통해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은 아동 포르노를 다운받는 이들 역시 공범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아동 포르노를 우리 사회에서 추방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법보다는 개별 인터넷 이용자의 양심이 필요하다는 것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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