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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떨어진 족집게

|contsmark0|요즘은 주식시장이 워낙 침체기에 있어 덜하지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떼 돈을 번 사람들의 얘기는 작년까지만 해도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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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1천만원을 투자해서 순식간에 억을 벌었네, 우연히 사 둔 주식이 몇 십 배가 뛰었네, 집을 샀네, 차를 바꿨네 하는 등등의 무용담은 전설처럼 전해져서 수많은 평범한 ‘중생’들을 시세판이나 모니터 앞에서 일희일비를 거듭하는 중독자로 전락시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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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자본주의의 샘물’로 비유되는 주식시장에 건전한 투자를 해서 이윤을 거두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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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하지만 문제는 개인 투자가들이 정확하게 시장의 향방을 짚어 내기는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보다 오 만 배쯤 어려운 일이라는 데 있다. 부족한 정보와 빈곤한 분석력으로 몇 십 배의 투자이익을 올리는 성취는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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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오늘도 주변에서 들려 오는 전설을 믿고 주식투자의 세계에 입문해 일확천금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해 한 족집게 도사의 얘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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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키이쓰 벤자민(keith benjamin)은 인터넷 시대의 숨겨진 영웅이었다. 뱅크보스턴 로벗슨 스테판스(bancboston robertson stephens)라는 거대 투자은행 (investment bank)의 인터넷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그는 야후, 아마존, 스타미디어(starmedia), 씨넷(cnet)을 비롯해 aol, 이베이(ebay)등의 화려한 인터넷 스타 기업을 나스닥 시장에 데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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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인터넷 산업동향분석과 함께 개별 종목의 매수/매도 시기를 잡는데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그 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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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산업 분류 표준이 되어 버린 b2b, b2c와 같은 개념도 그의 작품이다. 조금만 과장을 하자면 가히 삼국지의 제갈공명에 견줄만한 지략과 분석력, 신기에 가까운 예지력을 갖춘 인물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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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그의 투자 분석 리포트는 미국의 모든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지침서가 됐다. 적어도 1년 전까지는. 지난 해 중반 그가 자리를 바꿔 직접 투자에 나섰다. 그만큼 적중률 높은 분석을 했으니 직접 투자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둘 것이라 모두들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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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하지만 결과는 신들린 ‘족집게’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 됐다. 그가 하이랜드 캐피털 파트너스(highland capital partners)라는 창업투자회사로 자리를 옮겨 실제 투자 업무의 책임을 맡게 되면서 인터넷 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 그에게는 불운한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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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하지만 외부의 환경만을 탓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장난감을 파는 이토이즈(etoys)라는 회사에 세 차례에 걸쳐 무려 7백억원이나 되는 돈을 투자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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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지난 해 하반기부터 그가 주도하여 이토이즈의 주가가 하락 곡선을 타기 시작한 시점에 더욱 더 많이 주식을 사들였던 것이다. 이른바 물타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투자 총액은 불과 50억 정도로 추락했다. 그리고 이토이즈는 4월 경에 회사 문을 닫을 예정이다. 투자 분석가에서 투자가로 변신한지 불과 1년 만에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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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키이쓰의 실패담을 사례로 든 것은 앞으로 투자분석가의 말을 믿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인터넷기업의 주식이 이제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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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다만, 심지어 키이쓰 같이 자고 일어나면 인터넷 산업 전체를 분석하고 인터넷기업의 성장 곡선을 그려내는데 몰두를 해 왔던 사람도 예측에 실패하는데 정보도 부족하고 논리적 근거도 갖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의 묻지마 투자는 무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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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2|물론 모든 사람이 투자를 같은 방식으로 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감이 맞을 때도 있고 때로는 자신이 가진 정보가 아주 뜨끈뜨끈한 정보이어서 주가에 바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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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5|그러나 지난 2,3년을 돌이켜 보면 그런 ‘감’과 ‘정보’가 과연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던 가를 아주 쉽게 깨달을 수가 있다. 주식시장이 혼조를 거듭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은 정말 답답할 것이다. 도무지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잠을 들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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