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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주의 책] ‘내가 사랑하는 시’ 외

‘인생기출문제집 : 대한민국 이십대는 답하라’ (안철수 외 / 북하우스)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인생이 다양하듯, 다양한 인생에 대한 정답 역시 제각각입니다. 특정한 답은 없습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무수한 질문을 던지는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지 못할 때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 같습니다. 답은 없는데 질문은 무수히 많습니다.

▲ ‘인생기출문제집 : 대한민국 이십대는 답하라’ (안철수 외 / 북하우스)
정답이 없는 인생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됩니다. 비슷한 어려움과 고민을 겪더라도 해결책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을 ‘관찰’하는 것은 어떤 면에선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고민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요즘 세상이 점점 개인화·파편화 되고 있다는 얘길 많이 합니다. 그것이 바람직하냐 그렇지 않냐 하는 가치판단은 잠시 접어두지요. 다만 분명한 건, 이런 상황에서 삶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젊은 시절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은 많은데 그 고민을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는 ‘인생선배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생기출문제집〉(안철수 외 / 북하우스)은 우리 사회의 멘토급 선배들이 20대 후배들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자신들이 한 번쯤 고민한 문제들을 전수해주기 위해 스물한 명의 선배들이 이 책의 필자로 모였습니다. 학자, 예술가, 언론인, 연예인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이지만, 이 책에선 자신의 20대 시절로 잠시 돌아가 당시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88개의 질문을 던집니다. 일상적인 주제에서부터 무엇이 진정한 행복과 성공인지, 이 막막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는 거시적인 화두까지 모두 등장합니다.

주목을 끄는 건 책의 형식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필자들은 질문만 제시합니다. 답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 만들도록 했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정답 없는 문제집이라고나 할까요. 그렇습니다. 이 책에는 질문은 있고,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말이죠. 아마 ‘멘토급’ 선배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가 찾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슈퍼 글로벌 리더가 세상을 움직인다’ (이미숙 / 김영사)

‘세계를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000’. 외신 등을 통해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그런 뉴스입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대체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은 어떤 것일까, 하는 점입니다.

▲ ‘슈퍼 글로벌 리더가 세상을 움직인다’ (이미숙 / 김영사)
〈슈퍼 글로벌 리더가 세상을 움직인다〉(이미숙 / 김영사)는 21세기 리더들이라 말하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저자가 경제학계의 석학으로, 저널리스트로, 역사학자로, 시민운동가로,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 리더 22명과 나눈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필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세계적 리더를 소개하는 책은 번역서가 많았고, 국내 필자가 쓴 책이라 해도 외국자료를 인용한 책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볼 때 무언가 2% 아쉬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슈퍼 글로벌 리더를 저자가 직접 만나고 인터뷰했다는 점에서 기존 책과는 양상을 달리합니다. 특히 좌우파에서부터 보수·진보를 망라하는 세계적 리더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문화일보 워싱턴특파원이면서 정치부 기자이기도 한 필자는 이 책에 소개된 22명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에서 워싱턴, 시카고, 시드니, 싱가포르 등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그만큼 저자의 애정이 강하게 녹아 있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인터뷰에 생동감이 살아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글로벌 리더들의 발언은 세상의 흐름을 뒤흔들 만큼 영향력과 파급력이 큽니다. 각국 정부와 세계 언론이 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 세계적 리더들을 국내 저널리스트가 인터뷰를 해서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묘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큰 것 같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 (최영미 / 해냄)

영상미학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금, 시와 시인은 대중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니 멀어졌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시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지난 80년대 더 뜨거웠던 게 아닐까요. 신문에서도 시와 시인에 지면을 할애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 ‘내가 사랑하는 시’ (최영미 / 해냄)
이런 흐름을 감안했기 때문일까요. 시인이 다른 시인의 시를 얘기하는 방식의 ‘시집’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방식이 처음은 아니죠. 하지만 시가 대중의 관심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특히 젊은 세대들이 시를 거의 읽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새롭게 시도해 볼만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최영미 / 해냄)는〈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세계적 시 55편을 모은 책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는 최영미 시인을 키운 시들을 소개하면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고, 그 시에 대한 최영미 시인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습니다. 영어권 작품의 경우 작가가 직접 번역을 했다고 합니다. 해당 시인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추가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주간동아〉에 1년간 연재하며 소개한 시들과, 연재를 마친 후 추가한 작품들을 모아 펴냈습니다. “여러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여러 시를 읽을 수는 있다” - 최영미 시인의 말인데요, 시가 어떻게 한 사람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에 무관심한 분들, 이번 주에는 오랜 만에 시집을 한번 골라보는 게 어떨까요.

‘손자병법 교양강의’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

독서의 달인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고전입니다. 이들 달인들은 고전의 재미를 한번 느껴본 사람이라면,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 우리는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학습용’으로 접한 것 말고는 고전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습니다. 고전은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 ‘손자병법 교양강의’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
하지만 저는 이런 점 외에, 우리가 고전을 학습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고전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 보다는 질리게 만든 ‘어떤 분위기’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고전에서 재미를 느끼고 교훈을 얻는 것보다, 무조건 외워서 문제 하나라도 더 맞춰야 한다는 그런 분위기들이 우리에게서 고전을 멀어지게 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손자병법 교양강의〉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는 그런 점에서 어릴 때 읽은 〈손자병법〉을 내가 과연 제대로 읽었던 걸까 -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사실 ‘손자병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손자병법’을 과연 제대로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이 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읽은 ‘손자병법’ 서적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대 중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고대 중국인이 사용했던 언어가 크게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현대인이 당시의 맥락을 짚어가며 이해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인도 이럴 정도인데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요. 제대로 맥락을 짚기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한국에서 ‘손자병법’ 관련서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고 합니다. 원문 해석과 간단한 해설을 붙인 주해서가 첫 번째이고, 정비석의 ‘손자병법’을 비롯한 역사 소설이 두 번째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가벼운 경제경영서 및 처세서입니다. 그런데 〈손자병법 교양강의〉는 이 세 가지 분류에 어디에도 포함이 안되는 것 같네요.

그건 이 책을 옮긴이의 경력을 보면 대략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번역은 임홍빈 씨가 맡았는데 그는 현역 군인이자 군사역사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입니다. 아마 국내에 출판된 ‘손자병법’ 서적 가운데 현역 군인이 대중을 위해 풀이한 책으로는 〈손자병법 교양강의〉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임홍빈 씨는 고전 중국어와 현대 중국어에 모두 능통하면서 군사 분야의 전문지식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고전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해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눈으로 희망을 쓰다’ (이규연 박승일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

김명민과 하지원이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이라는 병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체중을 20KG이나 감량했던 김명민 씨의 호연이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었죠. 하지만 김명민 씨의 호연만큼 루게릭 환자들의 애환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 영화였습니다. 온 몸이 마비돼 가는 그 심정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참 잔인한 병이다 -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눈으로 희망을 쓰다’ (이규연 박승일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
최근 출간된 〈눈으로 희망을 쓰다〉 (이규연 박승일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를 주목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혹시 박승일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지요. 지난 2002년 ‘국내 최연소 농구 코치’로 발탁돼 미국 유학을 마치고 화려하게 귀국,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박승일 씨는 지금 루게릭과 싸우고 있습니다. 인생의 절정에서 그는 예상치 못했던 병을 만났고,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과 지금 싸우고 있습니다.

이 책은 오랫동안 박승일 씨를 취재한 탐사분야 저널리스트 이규연 씨가 썼습니다. 박승일 선수와 4년간 주고받은 50여 통의 이메일과, 그를 지켜본 가족과 주변인 20여 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했습니다. 책에는 희망적인 이야기보다는 병마와 싸워나가는 처절한 일상의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고통을 못 이겨 혀를 깨무는 아들을 바라봐야 했던 어머니의 고백에서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김명민 씨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눈으로 희망을 쓰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살아간다는 것의 소중함과 일상의 자잘한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우수련’ (안민수 / 헤르메스미디어)

연기에도 이론이 필요할까요. 연기에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이론보다는 ‘끼’와 재능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배우수련〉의 저자 안민수 씨는 연기는 ‘끼’가 아니라 과학과 기술이라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체계적 연기 훈련법 역시 필요하다고 말하네요.

▲ ‘배우수련’ (안민수 / 헤르메스미디어)
저자에 대한 소개가 우선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자 안민수 씨는 1970년대, 드라마센터 동랑 레퍼토리 극단에서 연출가로 활동하며 실험적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1977년에는 자신이 연출한 〈하멸태자〉를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미국과 유럽에 순회 공연해서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인 경력보다 개인적으로 더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최고의 찬사와 함께 개성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는 최민식, 박신양, 채시라, 김혜수, 유준상 등과 같은 배우들의 연기스승이 바로 안민수라는 점입니다. 역시 훌륭한 배우는 끼와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훌륭한 스승이 없이는 탄생하기가 매우 어려운 듯 합니다.

사실 이 책은 그렇게 재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의 연기 교실에서 실험했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라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배우지망생이나 전문배우들을 위한 체계적인 국내 연기훈련서가 없었던 점에 비춰본다면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우리 형식에 맞는 훈련 방법을 체계로 갖춘 최초의 연기훈련서라는 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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