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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장벽을 허무는 목소리…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 개막

얼마 전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화려함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방송 영상이 담아내지 못한 혹은 담지 않으려는 이야기들을 엮은 시민 감독들의 낯설지만 소박한, 때로는 틈새를 찌르는 목소리들은 9년의 시간만큼 알차게 영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4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의 모습이다.

김성균 감독의 다큐멘터리 <기타(其他/Guitar)이야기>로 문을 연 이번 영상제에선 모두 29편의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주최 측은 이틀 동안 2시간 단위로 3~5편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또 매 세션마다 작품 상영 후 관객들이 감독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 24일 개막한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에서 ‘비걸과 기타맨’의 김충녕 감독이 작품 상영 후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D저널
첫 날, 첫 세션에 참여한 관객들 앞에 모습을 보인 이는 <몽골 ‘그곳에 희망을 심다’>의 채재강 감독과 <비걸과 기타맨>의 김충녕 감독.

현재 중학교 3학년으로 초등학교 시절 이미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는 채 감독은 2년 전 시민영상제도 작품을 출품한, 예사롭지 않은 경력의 소유자다.

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지구 온난화 등으로 전체 국토의 90%가 사막화하고 있는 몽골의 비양노리와 성긴 지역에서 이틀 동안 2000그루의 나무를 심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익숙지 않은 삽질과 물 긷기에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이국의 땅에서 유쾌하고 나무를 심는 이들의 모습과 함께, 몽골의 사막화가 몽골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차분히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장기이식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 <부…적합>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얻은 바 있는 김충녕 감독의 <비걸과 기타맨>은 팀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비걸(B-girl)과 통기타 거리공연을 하는 무명가수가 서로를 보듬으며 합동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성별도, 나이도, 취향도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 차이를 넘어 서로의 꿈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철거를 앞둔 허름한 건물의 장판 하나를 깐 옥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정치적 성향의 다름을 이유로 방송인의 마이크를 뺏는 현실과 비교할 때 전혀 허름하지 않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24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에 참여한 관객들이 시민감독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이들 감독처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으로 소통을 얘기하는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 하루의 열차 운행이 끝날 때까지 좌석 한 귀퉁이에 누운 듯 앉아있는 한 샐러리맨이 있지만 다음 날까지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담은 실험영화 <아무도 모른다>(감독 김형석)는 무관심의 서늘한 결과를 통해 관심과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얘기한다.

또 우리는 잊고 있었지만 연해주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연해주로 떠돌며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던 고려인 3, 4세 아주머니들의 10박 11일 고국방문기를 담은 <반갑고 기쁘고 좋소 스바씨바(감사합니다)>는 유쾌함 속에서 아린 감정을 부른다.

관심과 무관심, 따스함과 서늘함 등 여러 방법으로 조금은 낯설게 그러나 틈새를 찌르는 시민 감독들의 영상 언어는 그렇게 관객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김충녕 감독은 “영화는 관객에게 보이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만 한해 1000편 이상의 작품 중 100여편만이 그 기회를 누릴 수 있다”면서 “어렵게 만난 시민영상제의 관객들이 어떤 하나 만이라도 마음속에 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민영상제에서는 19편의 작품이 상영됐고 25일 정오부터 10편의 경잭작과 2편의 초청작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7시 전체 대상과 각 부문별 작품상, 인기상 등을 선정하는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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