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박정희…‘중앙’의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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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박정희…‘중앙’의 박정희
[미디어클리핑] 조선·동아·한겨레는 ‘안중근 의거 100돌’ 집중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10.26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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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월 26일 4면
동아일보 10월 26일 3면
중앙일보 10월 26일 8면
한겨레 10월 26일 12면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2개의 사건이 10월 26일 일어났다. 100년 전 이날 오전 9시 30분 안중근 의사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에서 7발의 총성을 울리며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또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현재의 한국 사회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30년 전 이날 측근의 총탄에 맞아 서거했다.

경향 “왜 아직도 박정희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왜 아직도 한국 사회는 ‘박정희’라는 이름 석 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매해 50만명 가까운 방문객들이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고 있으며 사회 위기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된다. 당장 4대강 사업 논란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

<경향신문>은 4면 <“잘 살아보세” 대중의 욕구와 결합한 경제신화> 기사에서 일련의 현상을 ‘박정희주의’라고 명명한 후 이에 대한 진보 지식인들의 의견을 물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박정희주의’를 “박정희 시대의 구조적, 의식적 유산이 현재적 형태로 변형돼 재생산되는 것”과 “박정희식 리더십, 즉 강한 국가에 대한 향수”로 규정했다. 박정희식 리더십의 기업적 표현이 현대건설이었고, 현 정부의 4대강 정비 강행도 그런 리더십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2009년 한국의 보수파는 ‘박정희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10월 26일 4면
그렇다면 박정희주의는 왜 엄존하는 것일까. 우석훈 연세대 강사는 “박정희의 유신 경제는 그 자체의 모순으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장엄한 죽음으로 신화를 완성했다”며 “박정희 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채 그저 ‘경제’라는 단어의 대명사가 됐다”고 했다. 한국경제가 위기에 부딪힐 때마다 박정희가 부활할 운명이라는 설명이다.

경향은 “진보 진영 내에서는 양극화 등으로 삶이 어려워지면서 대중들이 더욱 진보적으로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철규 교수도 “박정희 모델은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사례이기 때문에 삶이 어려워질수록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의 서민 삶 위기의 바탕에 신자유주의가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을수록 박정희는 대안으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정희의 개발과 산업화 정책이 대중들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 힘을 받았듯 현 정부의 신개발주의 역시 사람들의 욕망에 기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경향은 지적했다. 뉴타운, 4대강, 새만금 등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가 큰 것에서 이런 지점이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조희연 교수는 “진보·개혁 세력이 개발의 소외감을 박정희식 개발주의를 넘어서는 에토스로 바꾸는 정책을 구현했어야 하는데 민주정부는 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박정희주의를 뛰어넘기 위해선 ‘국가’에 기대지 않으면서 ‘성장’(또는 ‘발전’)에도 현혹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희주의의 극복은 전적으로 박정희 부정에서 오는 게 아니라, 박정희가 대중의 현실적 욕망에 부응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온다(유철규 교수)는 것이다.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는 “삶이 뿌리없이 흔들리고 표류하니 외부의 강력한 권위에 기대게 되는 것”이라며 “각자가 자기 삶의 기반을 다지고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 박정희 향수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 “박정희, 냉혹한 혁명가이자 서민에 따뜻한 막걸리형 인간”

<중앙일보>는 4면 <권력 관리엔 냉혹, 서민에겐 따뜻> 기사에서 “박정희의 몸속에는 이란성 쌍둥이가 들어있다. 하나는 총을 좋아한 냉혹한 혁명가다. 다른 하나는 서민의 가난 탈출을 꿈꾸고 서민과 어울렸던 막걸리형 인간이다”라고 전했다.

▲ 중앙일보 10월 26일 8면

중앙은 먼저 박 전 대통령이 5·16으로 경제개발에 성공했지만 장기집권으로 민주화 후퇴를 불렀다고 지적한 후 박정희의 서민적인 면모를 조명했다.

중앙은 “가난과 서민은 (박정희) 혁명의식의 출발점이었고 가난 구제는 독재를 위한 중요한 명분이었다. 북한은 호시탐탐 남침을 노리고, 야당지도자(김대중)는 향토예비군을 없애자고 하고, 자원은 없고, 교육은 부족한 그런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려면 독재가 불가피하다고 그는 믿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정희는 말년에 궁정동 안가에서 양주 시바스 리갈을 마시기도 했지만 그가 오랜 세월 사랑한 술은 막걸리였다. 박정희는 거의 모든 물품에 국산을 애용했다. 외제는 만년필·넥타이·전기면도기 3개뿐이었다. 박 대통령의 시신을 본 국군서울지구병원 의사는 넥타이핀 도금이 벗겨지고 혁대가 해져 있어 처음엔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고 적었다.

중앙은 또 68년 마산의 한일합섬 공장에 들른 박 전 대통령이 한 여공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소원을 물었더니 “공부를 못한 게 한”이라는 답을 듣고 곧바로 야간학교를 개설토록 지시, 수많은 여공이 졸업장을 땄다는 일화를 전하면서 “박정희 개인은 서민과 노동자를 아꼈지만 개발독재 체제 하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인권은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조선·동아·한겨레, 안중근 의거 100주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는 안중근 의거 100주년에 집중했다.

동아는 3면에 <하얼빈에 울린 총성, 2000만 조선인 가슴에 더 큰 울림으로>, <안의사 친필추정 고소장 발견>, <100년 앞을 내다본 동양평화론>, <서울-하얼빈서 오늘 ‘영웅’ 기린다> 등 4개의 기사를 배치, 안중근 의사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서거 100주년을 맞아 한중일에서 동양평화론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을 전했다.

조선은 홈페이지에 ‘안중근 기념 사이트(http://hero1909.chosun.com)을 개설, 지난 4월부터 모은 유묵·어록·저서 등 안 의사 관련 사료와 동영상을 게재했다고 2면 알림 기사를 통해 밝혔다.

<한겨레>는 1면, 8~9면에서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주목, “최근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진보 학계의 ‘동아시아 담론’이나 북핵 6자회담 국면에서 마련된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상과 결합시켜 그 의미를 현재화하려는 시도들이 있다”며 이를 자세히 소개했다.

▲ 동아일보 10월 26일 3면
헌재, 미디어법 29일 선고 적극 검토

경향은 11면에서 “‘날치기 투표’ 논란을 빚었던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 선고가 오는 29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헌재, 미디어법 29일 선고할 듯> 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개정 방송법, 신문법, IPTV법 등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29일(정기선고일) 선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쟁점은 지난 7월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표결이 의사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자 곧바로 재투표해 가결시킨 것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또 미디어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통과 때 대리투표 여부와 그 표결의 효력 여부도 관심사다.

한편, 경향 7면 <의원직 사퇴 3인 ‘29일은 운명의 날’> 기사에서 여당의 미디어법 날치기와 관련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천정배·최문순 의원은 헌재가 기각할 경우 국회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줄기세포 조작 황우석, 3년 만에 1심 선고

▲ 한겨레 10월 26일 12면
2006년 6월 첫 공판 뒤 3년 4개월여 동안 43차례 공판을 거쳐온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 26일 1심 법원의 판단을 받는다.

<한겨레> 12면 <황우석 26일 1심 선고> 기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배기열)는 이날 오후 2시 대법정에서 황 전 교수와 김선종 전 미즈메디 연구원 등 연구팀 6명의 선고공판을 연다.

검찰은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한 연구자의 올바르지 못한 연구 태도와 과욕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이 학계의 연구 부정을 일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황 전 교수에게 징역4년을 구형했다.

황 전 교수 등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에서 연구비 20억원을 타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 등으로 2006년 5월 기소됐다. 공판에서는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 성과와 이에 근거한 <사이언스> 제출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연구지원비를 받았는지가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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