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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서 드러난 여권 MB맨들의 언론관

20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18대 국회의 두 번째 국정감사가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여당이 일방 처리한 언론법 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고, 공영방송의 비판적 진행자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이었던 만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국감은 시작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파행을 거듭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 국감은 진행상황 자체뿐 아니라,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는 갖가지 언론장악 논란에 대한 정부·여당의 ‘반박’ 또는 ‘해명’에 언론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니나 다를까. 이른바 ‘MB맨’들의 언론관이 투영된 것으로 보이는 질의와 답변은 국감이 끝난 지금도 언론계를 넘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비판은 안 돼” 언론관=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언론(언론인)들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언론관이다. 예술계 대표 MB맨으로 꼽히는 유인촌 장관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 23일 문화체육관광부 확인감사에서 유인촌 장관은 한국 언론자유 지수의 추락을 지적한 국경없는 기자회(RSF)에 대한 공식항의 의사를 밝혔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PD저널
지난 20일 RSF는 ‘2009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조사대상 국가 175개국 가운데 69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47위, 2007년 39위, 2006년 21위였던 것과 비교할 때 30단계 이상 하락한 결과다. RSF는 한국 언론환경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더 이상 언론보도를 문제 삼아 언론인을 체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언론 주무부처 책임자로서의 반성을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유 장관은 “언론자유 지수 산출을 위한 RSF의 설문항목은 40여개 수준으로 그것만으로 언론 상황 전체를 판단하기 어렵고, 언론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 조치도 포함하지 않았다”면서 “RSF에 항의하기 위한 반박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이사장 선임 △비판 언론인 해직 및 고소고발 △비판 진행자 프로그램 퇴출 △언론법 날치기 개정 등 정권의 언론장악 논란 현실을 지적하며 “만약 항의를 했다간 (언론자유 지수 추락에 이어) 다시 한 번 망신을 당하게 될 것”(전병헌 민주당 의원) 등의 비판과 경고를 전했다.

■“빼버려” 언론관= 이른바 ‘빼버려’ 언론관도 논란이다. 스스로 ‘슈퍼MB맨’이라고 칭하는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2일 방송통신심의위 국정감사에서 막말방송의 실태를 지적하면서 막말연예인으로 김구라씨를 지목, 이병순 KBS 사장에게 “이런 분은 좀 뺍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직접적인 퇴출 요구다. 또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사장의 개입을 촉구했다.

▲ 방송인 김구라씨 ⓒMBC
방송·언론정책을 다루는 상임위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국감에서 방송프로그램의 막말이나 막장 드라마 등을 지적하면서 정부 당국의 정책적인 시정 노력 등을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집권당 의원이 특정인을 지목, ‘빼라 넣어라’를 말하며 사장의 개입까지 요구하는 것은 방송법에 보장된 편성권 침해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 신경민 앵커와 가수 윤도현씨에 이어 얼마 전 김제동, 손석희씨 등 ‘비판적 진행자’로 꼽혀온 이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연달아 프로그램에서 하차, MB특보 출신 인사들을 방송사 사장으로 앉힌 정권이 공영방송에 외압을 행사 혹은 눈치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진 의원의 발언은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현재 진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국민들은 방송에 나와 막말을 하는 김구라씨보다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정책을 펴고 싸움을 하는 국회의원 때문에 더 눈살을 찌푸린다”(송윤선), “현정부에 부정적인 발언을 하면 어느 순간 사라지는 우리의 방송인들”(황다영) 등 비판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진 의원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기 위해선 주민번호와 휴대전화 인증을 거치는 회원가입을 해야 하지만 누리꾼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진 의원은 지난 23일 문화부 국감에서 재차 막말방송 제재와 시정을 강조하면서 “김구라씨를 프로그램에서 빼라고 한 게 아니라 막말 방송을 하는 연예인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내 편’ 언론관= 한국언론재단이 대행하는 정부광고가 현 정권에 우호적인 일부 신문에 편중되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지난해 낙하산 논란 속 선임된 언론재단 이사진이 MB특보 출신을 포함한 친정부 성향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정부광고 집행에 있어 ‘편 가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언론재단 국감에서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시행실적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2007년 전체 광고액 중 12.4%를 따낸 데 이어 지난해 15%, 올 7월말 현재 15.6%를 받았다. <동아일보>는 10.5%에서 14.2%, 17.5%로 가장 크게 늘었다. <중앙일보>도 15.4%, 14.3%, 15%로 일관되게 정부 광고를 수주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9.3%, 8.1%, 6.9%로, <한겨레>는 11.3%, 9.7%, 8.5%로 줄었다.

일련의 현상에 대해선 여야 의원들 모두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정권 교체 후 비판적 매체라고 해서 광고를 통제하는 후진적 정책을 펴선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을 여권에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전병헌 민주당 의원도 “비판 언론을 광고로 탄압하려고 MB특보 출신을 포함한 친정부 인사들을 언론재단 이사진으로 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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