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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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은희 제3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프로그래머

영화제가 문화적 가치와 수익창출을 동반할 수 있는 일석이조 ‘상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영화제가 등장하고 있다. 올해로 3번째를 맞이한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Seoul International Family Film Festival, 이하 SIFFF)도 그 중 하나다. 김은희 SIFFF 프로그래머는 “영화제가 제시하는 ‘가족’이라는 화두가 소재 자체로서의 가족보다는 가족 관객층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유와 오락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개막작 <우당탕 마을> 스테판 오비에·뱅상 파타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덴마크 거장 닐스 말므로스가 제시하는 <아린마음> 같은 성장영화, <아이가 커졌어요>의 감독 랜달 클레이저(미국)가 말하는 3D 영화의 현재적 발전상황 같은 게 SIFFF의 정체성이다. 세계 각 영화제를 오가며 총24개국 117편의 작품들을 선별한 김은희 SIFF 프로그래머를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CGV에서 만났다.

▲ 김은희 제3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프로그래머 ⓒSIFFF
- 가족영화제가 주목하는 주제의식은.
“올해 주제는 ‘아름다운 변화’로 정했다. 세계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칸이나 베를린 영화제에 소개되는 작가주의 영화들 가운데 성장영화가 많았는데, 이런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국제경쟁부문을 선정한 것이 대체로 그렇다. 어른의 관점에서 본 아이들의 성장영화가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청년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묘사하면서 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지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 개막작으로 <우당탕 마을>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선정했다. 3D가 대세인 가운데 플라스틱 인형을 일일이 붙여만든 스톱 모션 애니메니션은 근래 보기 드문 제작방식이다. 
“칸 영화제에서 보고 개막작 선정을 결심했다. 카우보이와 말의 뒤집어진 설정 같은 게 동물과 인간이 즐겁게 공존하는 평화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2D의 매력을 다시 불러주고, 축제를 살려줄 수 있는 유머가 풍부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반면 폐막작은 불법체류자 청년을 다룬 <웰컴>을 선정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영화제를) 진지하게 마무리하려고 했다.”

- 특별전으로 덴마크 감독인 닐스 말브로스를 선정했다. 국내에 비교적 덜 알려진 감독이다.
“가족영화제를 통해 발견하게 된 감독이다. 대게 덴마크 감독이라고 하면 칼 드레이어나 라스 폰 트리에 정도만 알고 있었다. 대게의 성장영화가 청소년의 불행과 방황, 가난 등 정형화된 패턴이 있다. 반면 말므로스 감독은 이를 뛰어넘는다. <아린 마음>을 보면 청소년 시절에 아주 하찮다고 여겼던 것들, 아이들만이 문제 삼을 수 있는, 그래서 유치한 것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포착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일상적 대화에서 문학적 감수성과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부분이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9시에 열린 <아린마음>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닐스 말브로스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3년이라는 제작기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일종의 도박에 가까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14세 소녀였던 여주인공 아그네트(시몬느 탕)가 18세로 발육하면서 변화과정이 영화적으로 잘 표현이 됐다”고 덧붙였다. “3년이라는 긴 제작기간이 연기 몰입에 방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시몬느 탕은 “성장하면서 생각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답했다.

- 사회적 폭력과 소외를 치유하겠다는 올해 SIFFF의 ‘힐링 시네마’ 섹션은 독특히다. 문학에서 심리치유와 비슷한 건가.

“영화가 전적으로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어떻게 볼 것인가 하고 착각도 하는데, ‘힐링 시네마’는 영화적 체험을 통해 자기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시간이다. 영화 상영 후 영화평론가 겸 전문심리상담가인 심영섭 교수와 함께 영화를 통해 가족이 가질 수 있는 문제를 함께 이야기 한다.”

- 호주 가족영화 특별전을 기획한 이유는.
“인디언이 말살된 미국과는 달리 호주는 전통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 부족이 있고, 이게 충돌하고 흡수해가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브로큰 힐>이나 <사고 연발> 같은 작품을 보면 호주를 떠올릴 때 빠질 수 없는 환경이 등장하고, 이런 영향은 음악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아버지의 나라에서> 원주민 부족의 7살 짜리 한 소년의 눈을 통해 TV로 중계되는 미식축구 장면은 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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