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질서 뒤집으려 매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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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3회 SIFFF 개막작 ‘우당탕 마을’ 슈테판 오비에·뱅상 파타 감독

관계의 전복에서 오는 쾌감. 여기 그런 만화가 있다. 말이 인간처럼 이야기를 하고, 사랑도 나눈다. 말에게 더부살이를 하는 인디언과 카우보이는 좌충우돌 실수투성이로 항상 말에게 폐를 끼친다. 이들이 지하세계를 모험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우당탕 마을〉은 제3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SIFFF)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벨기에의 유명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으로 현재 EBS에서도 방영되고 있다.

▲ 제3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개막작 <우당탕마을> 뱅상파타(왼쪽), 슈테판 오비에 감독 ⓒSIFFF
〈우당탕 마을〉은 플라스틱 인형을 일일이 움직여 만들었다. 2D의 질감들로 구성됐지만 3D 컴퓨터그래픽이 구현하지 못하는 입체세계를 재현한다. 여기에 깜찍한 부조리극이 환상의 대구를 이룬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CGV에서 만난 슈테판 오비에와 뱅상 파타 감독은 마침 근처 문구점에 들러 인형을 사서 들리는 길이었다. 슈테판 오비에 감독은 “서울은 공상과학에서 나오는 도시 같다”며 “여기(용산)를 돌아다녀보니, 선풍기, 신발, 부품만 따로 파는 게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라고 밝혔다. ‘애니메이션에 구현할 마을의 소재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듯했다.

〈우당탕 마을〉에 대해 뱅상 파타 감독은 “일반적인 마을이라 하면 인디언은 텐트, 카우보이는 집, 말은 마구간에 있어야겠지만 말을 집 주인으로 하면서 사람들을 옆방에 자는, 반대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면서 “이런 것 자체가 기존의 전형적인 질서를 뒤집는 효과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조리극을 잘 그리는 비결을 묻자 그는 “어떻게 하면 습관이라는 것을 깨뜨릴 수 있을까, 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통 애니메이션은 관객의 몰입을 배가시키기 위해 오케스트라 등의 웅장한 음악으로 감정을 고조시킨다. 반면 〈우당탕 마을〉은 꾸미지 않고, 정직하면서도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 슈테판 오비에 감독은 “이미지를 만들 때부터 어떤 소리를 써야할지 스토리보드에 정리한다”면서 “음악이 감정을 증폭시키는 것은 피상적인(superficial) 것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뱅상 파타 감독은 스톱 애니메이션에 대해 “다른 기술적인 장르보다 필요한 사물을 만들어서 즉석에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고, 바로 대처할 수 있다”면서 “큰 상업 애니메이션이 하루 작업량이 1초인데 반해 우리는 하루에 15초가량 제작해 2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 제작기간 3년, 제작 2년, 7개월 촬영, 7개월 믹싱 등 약 6년간의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 지상파 EBS에서도 방영되고,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팬이 많은 〈우당탕 마을〉. 두 감독은 브뤼셀 캄브르 시각예술 학교에서 만난 이후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만들면 재밌겠다고 시작한 것이 이렇게 전 세계 많은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다니, 흐뭇하고 놀랍다”며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처럼 이미지만 봐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게 관객들의 기호에 맞아들어간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통역 전용택 〈감자 심포니〉 감독 | 사진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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