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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논리에 좌우되는 방송

|contsmark0|제주도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비자림’ 숲의 훼손이 문제가 되고 있단다. 국내 유일의 난대림 숲인 ‘비자림’은 비자나무를 주 수종으로 이끼식물부터 야생난, 넝쿨 및 관목, 큰 키 나무에 이르기까지 남방계 생태의 식생이 균형을 이뤄 잘 보존돼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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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그런데 이 ‘비자림’이 비자나무 이외의 잡목을 베어내는 간벌작업으로 숲의 균형이 깨지고, 제 모습을 잃게 될지도 모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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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추측을 해보면 이렇지 않을까. 수령 3백년에서 6백년의 비자나무 2천 5백여 그루가 빽빽히 들어선 비자림을 보면 숲 곳곳에 넝쿨과의 나무들과 야생난들이 기생식물로서 비자나무에 붙어서 자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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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그런데 누군가가 인공 숲을 관리해주는 방법으로 간벌작업을 하면 비자나무가 더 잘 자랄 것으로 여기고 사람의 손을 대기로 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결정한 이 일은 검토과정 없이 그대로 작업인부들에게 전달돼 시행됐다. 인부들로서는 비자림 내에 있는 넝쿨식물이나 야생난, 작은 관목들이 큰 키 나무인 비자나무에게 해로운 기생식물로만 비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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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그리고 관목과 넝쿨들은 정리돼나갔다. 관목이 정리되면서 이끼, 야생난 등도 말라 스러져갔고, 그 때문에 습기가 많던 비자나무 숲의 환경이 바뀌어 비자나무의 어린 나무들 역시 바뀐 환경 속에서 힘을 잃게 됐고, 천연기념물인 비자나무 숲은 훼손의 위기를 맞이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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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숲은 이끼류로부터 큰 키 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을 보유하고 있어야 건강한 생명을 유지한다. 아마 인공적인 간벌작업을 하기로 결정한 그 사람은 천연기념물 ‘비자나무 숲’을 본 게 아니라 한 그루 한 그루의 비자나무만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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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우리사회 역시 숲처럼 다양성을 갖춰야 건강하고 탄력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사회의 다양성은 무엇보다 그 가치관이 다양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획일적인 가치가 판에 박힌 듯하다. 다만 ‘돈이 되는가’가 모든 합리, 합목적을 충족시키는 조건이 되어, 至高의 가치로 인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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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그것은 방송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에서 시청률은 방송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거의 유일한 잣대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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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헌데 상업방송에서만 시청율을 유일신처럼 떠받들어 평가의 잣대로 삼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마저도 똑같이 이 놀음에 빠져있다. 시청률이 높다는 것은 대중적으로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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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다시 말하면 ‘돈벌이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벌이가 되는 것이 반드시 사회에 유익한, 건강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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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방송은 상업방송이든 공영방송이든 그 존재이유가 단순히 경제논리에 따른 이윤추구를 위한 것일 수 없다. 공영은 당연히 사회의 公利를 최우선의 목표로 해야 할 것이고 상업방송 역시 돈벌이를 하되 그 수단이 방송문화상품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냥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화적인 조건과 가치를 함유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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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그러나 우리의 방송은 이미 시청률논리만 남아 더 이상의 다른 가치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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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이런 풍토 속에서 방송pd의 문화창조는 이미 물 건너 갔다. 마치 천연기념물 ‘비자림’에서 비자나무가 아니면 잘라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대중에 영합하고, 그 인기에 젖어 살찐 방송은 동맥경화로 점점 움직임이 둔화되고 그와 함께 사회 역시 점차 스러져가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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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봄철 프로그램 개편이 조만간 있을 것이다. 이번 개편에서도 각 방송사는 거창한 말 잔치와 함께 시청률이라는 金尺을 들고 수 많은 pd들의 가슴을 도려낼 것이다. 훼손의 위기를 맞은 ‘비자림’처럼 pd들은 그저 묵묵할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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