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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이 무서워?

|contsmark0|언젠가 일본에서 장인어른이 전화하셔서 뭐하고 지내냐고 물으시길래 한국에는 산께이, 요미우리보다 더 거지같은 신문이 있어서 이 친구들 “바카” 만드는 재미에 산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대뜸 “테러 당하지 않게 조심하라”고 하신다. 그럴 염려 없다고 아무리 안심을 시켜드려도 수십 년의 삶의 체험에서 나온 그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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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여기서 나는 가끔 망언과 교과서 문제로 드러나는 일본의 우익적 경향이라는 것이 일본 국민들이 가진 어떤 원초적인 공포감 위에서 유지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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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우리라고 다를까? 우리 어머니는 충청도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나셨다. 6.25때 서울서 학교 다니다 피난 내려와 고향에 오니 세상에 집의 머슴이 빨간 완장을 차고, 할아버지 방에 댓자로 누워 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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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빨갱이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은 분이 아닌데, 이런 어머니조차 빨갱이에 대해서는 “지독한 넘들”이라 욕하면서 우익에 대해선 아무 말도 못 하신다. 내가 한국의 극우파들을 씹는다고 하면 “제발 몸 조심하라”고 사정, 사정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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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공포. 그것은 사람들을 이성적으로 사유하지 못하게 만든다. 공포에 질린 사람에게 유일한 정의는 생존이고, 그 생존을 이해 그들은 무슨 일이든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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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가령 나치의 유태인 학살, 일본군의 남경학살,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 학살. 그것은 모두 공산주의 혹은 공산주의자에 대한 과장된 공포감이 공격적으로 표출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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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전후 50년사를 지배해온 우리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라는 공포감. 그것도 그런 종류의 것이리라. 하지만 위에서 본 장인 어른과 어머니의 예는 레드 콤플렉스의 본질이 어쩌면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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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한 마디로 말해서 내가 보기에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레드 컴플렉스는 빨갱이에 대한 공포감이 아니다. 그보다는 외려 빨갱이 잡는 소수의 극성스런 반공투사들에 대한 공포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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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말하자면 언제라도 빨갱이로 몰려 죽을 수도 있다는 그런 막연한 두려움.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강박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필요하지 않은 곳서조차 반공주의적 언행을 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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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즉 시도 때도 없이 “나는 빨갱이가 아니예요”라는 고백을 시끄럽게 하는 방식. 그것도 타인에게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하는 고백. 그것이 레드 콤플렉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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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황태연씨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누구도 황태연씨가 주사파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사과’라는 말이 가진 윤리학적 측면과 법적, 외교적, 정치적 측면을 교묘히 섞어놓고 황태연씨를 김정일의 변호사로 만들어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보수파들의 행태. 이들의 행태를 보면서 시민들은 공포감을 갖게 된다. 이 공포감은 모든 이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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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즉 이 마녀사냥에 이기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황태연이라는 마녀를 쫓는 사람들 역시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공포감은 분명 김정일에 대한 공포감은 아니다. 이렇게 공포정치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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