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백가쟁명…이견 좁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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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1공영 1민영 공감… ‘종편 미디어렙’, ‘공·민영 교차판매’ 등 변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판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연말까지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해야 하는 가운데 여야가 관련 법안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11월10일)까지 한나라당(2개)과 자유선진당(1개)에서 3개의 법안이 제출됐고 내주 민주당과 창조한국당도 자당의 입장을 정리한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5월 제출한 법안을 제외하면 모두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체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언론관계법만큼 지난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각론을 살피면 낙관은 어려워 보인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인한 지상파 방송의 광고독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같지만 이에 따른 우려 지점이 방송 공공성과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PP)에 진출하는 신문·대기업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만 미디어렙 지분 소유 배제= 당장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3일 발의한 미디어렙 법안은 지상파 방송 규제를 통한 종편특혜 법안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진 의원 안은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 3년 동안 민영 미디어렙의 주식·지분 소유를 금지했다. 반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과 일간신문·뉴스통신사 등에 대해선 10%까지 이를 허용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이달 17일께 공개할 예정인 법안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과 일간신문, 뉴스통신사, 공영 미디어렙 등의 민영 미디어렙 주식·지분 소유를 원천 금지한다는 구상이다. 지상파 방송과 관련해선 10%까지 허용하는 안과 원천 금지하는 안에 대한 고민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이 지난 9월 25일 제출한 법안은 지상파 방송에는 최대 30%까지, 대기업과 일간신문, 뉴스통신사에는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지분 참여를 10%까지만 허용하고 있으며,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이 내주께 제출할 법안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과 일간신문, 지상파 방송의 민영 미디어렙 지분참여 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다.

전병헌·이용경 의원 안이 지상파 방송과 대기업, 일간신문 등에 지분 참여 한도를 10%로 동일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은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실질적 지배를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진 의원 안은 대기업·일간신문·뉴스통신사 등에는 10%의 지분 참여를 허용하면서 지상파 방송에만 3년 금지 조항을 뒀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의 참여가 배제되는 3년 동안 종편을 설립한 신문이 우호적인 대기업 등과 지분을 합쳐 실질적으로 민영 미디어렙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아니냐. 종편에 뛰어드는 신문을 위한 특혜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종편 미디어렙’ 이견 =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종편·보도PP에 대해서도 전병헌·김창수·이용경 의원은 구체적 방안은 다르지만 모두 미디어렙을 통해 간접 판매토록 하고 있다. 특히 이용경 의원 법안은 종편 미디어렙 의무화를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진성호 의원 법안은 종편·보도PP의 광고를 2013년 이후 미디어렙을 통해 간접 판매토록 했다. 다시 말해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이 종편PP에 진출할 경우 법 시행 3년 동안은 신문과 종편을 묶어 방송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초기 투자자금과 운영자금이 각각 3000억~6000억원, 4000억~5000억원 정도가 예상되는 종편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인위적 지원책인 셈으로, 종편진출을 준비하는 신문들도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는 직접 영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경 의원은 신문과 달리 방송광고에 대해 미디어렙을 통한 간접 판매를 규정한 이유가 저널리즘의 보호에 있는 만큼 보도 영역을 포함하는 종편PP 등에게 직접 영업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도 “방송에서 광고주와의 유착을 차단하려면 종편 미디어렙 의무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정한근 방송진흥기획관은 지난 4일 이용경 의원이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미디어렙 관련 토론회에서 “유료방송 부분은 자율적으로 (광고) 영업을 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종편·보도PP와 관련해선 새로운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미뤘다.

■공·민영 교차판매 ‘변수’= 여야가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체제 도입에 공감을 하면서도 ‘지상파 독과점’과 ‘종편 특혜’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 외에도 방통위가 여전히 ‘1공영 다(多)민영’ 미디어렙 체제 도입을 고수하고 있는 부분도 향후 논의 과정의 험로를 전망케 한다.

방통위는 ‘1공영 1민영’ 체제 도입으로는 헌재가 지적했던 방송광고 독점 판매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공·민영 구분 없이 서로 교차경쟁을 하도록 규정한 이용경 의원 법안이 ‘중재안’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체제 도입 시 각각 공영·민영에서 독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민영 구분 없는 교차경쟁을 법안에 규정했기 때문이다. 전병헌 의원 역시 공·민영 교차 판매와 관련한 구상을 법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민영 교체 판매 허용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좀 더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인주 SBS 광고본부 차장은 “공·민영 교차 판매가 허용됐을 때 민영 미디어렙이 과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 코바코가 수십년 동안 축적해 온 영업 노하우와 시스템은 엄청난 것”이라며 관련 논의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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