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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요일 오후 5시 20분, 이하 〈일밤〉)의 처지가 딱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일요일 저녁을 호령하는 버라이어티였는데, 이제는 3~4%대의 이른바 ‘애국가 시청률’로 ‘굴욕’을 겪으며 코너의 신설과 폐지를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를 구원투수로 내세운 〈일밤〉은 12월부터 대대적인 변신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일밤〉은 ‘오빠밴드’와 ‘노다지’를 폐지하고 지난 1일부터 4주 동안 ‘패러디 극장’과 ‘대한민국 스타랭킹’을 방송 중이다. 임시 편성으로 〈일밤〉의 ‘리뉴얼’을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물론 ‘땜질 편성’인 만큼 완성도를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겠으나, 〈일밤〉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안이한 발상과 허술한 구성은 실망감을 키우기 충분했다.

▲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패러디극장'에서 이경실이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한 장면. ⓒMBC
‘패러디 극장’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주축으로 〈아내의 유혹〉, 〈커피프린스 1호점〉 등 인기 드라마들을 이경실, 최은경 등 ‘줌마테이너’(아줌마+엔터테이너)들의 연기로 패러디해 선보이는 코너다. ‘내조의 여왕의 유산의 유혹’이라는 부제를 단 방송은 지난 1일과 8일 〈내조의 여왕〉과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 〈찬란한 유산〉 등의 패러디를 ‘종합선물세트’로 선보였다.

이경실이 ‘왕년의 퀸카’ 천지애로 분했고, 김구라는 지애의 백수 남편 온달수로, 홍경민은 민태봉으로 출연했다. ‘미스테이크’를 ‘마이 스테이크’로, ‘MUSIC’을 ‘무식’으로 읽는 지애의 ‘무식함’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 속 천지애(김남주)를 닮았고, 비행기에서 지애와 태봉의 가방이 바뀌는 설정이나 지애가 구준표(장호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는 장면들은 각각 〈찬란한 유산〉과 〈꽃보다 남자〉를 패러디했다. 또 남편의 외도에 이어 전셋집에서마저 쫓겨난 지애가 복수를 다짐하며 코 아래 점을 눈 밑에 옮겨 붙이는 장면은 〈아내의 유혹〉을, 김구라와 서영의 ‘사탕키스’ 장면은 KBS 드라마 〈아이리스〉 속 장면을 본뜬 것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인기 드라마의 주요 장면과 설정들을 연속적으로 패러디하는데도, 흥미롭기는커녕 지루하기만 하다. “패러디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의도지만, 패러디 특유의 풍자나, 원작을 살짝 비틀어 웃음을 유발하는 시도는 찾기 힘들고, 단순히 인기 드라마들의 줄거리를 잘라 붙였다는 인상이 강하다.

▲ '패러디극장'에서 논란이 되었던 김구라(왼쪽)와 서영의 '사탕키스'씬. 이 장면은 KBS 드라마 '아이리스'를 패러디한 것이다. ⓒMBC
이어지는 ‘대한민국 스타랭킹’ 또한 지루하기는 마찬가지다. 〈섹션TV 연예통신〉에서 선보였던 ‘스타 별별랭킹’의 확장판인 ‘대한민국 스타랭킹’은 연예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 순위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출연하는 기자들이나, 그들이 간간이 코멘트를 던지는 방식까지 〈섹션TV 연예통신〉과 흡사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대타 캐스팅으로 인생역전 한 스타’ 같이 이미 방송된 주제를 반복하는 것은 당황스럽다. 다른 주제들도 ‘연예인으로 대성할 것 같은 스타 2세’, ‘역대 MBC 드라마 최고의 악역 캐릭터’, ‘2009년 가장 용 된 스타’ 등으로 그다지 흥미를 끌진 못했다.

또한 템포가 느린 연출 탓에 전체적으로 방송이 건조하고, 스튜디오에서 MC들이 주고받는 대화도 무기력하다. 이성미는 캐나다 이민생활이나 자녀 교육과 관련해 다른 방송에서 이미 했던 얘기를 반복해 꺼내고, ‘슈퍼주니어’ 신동에게 “개그맨이에요?”라거나 ‘카라’ 니콜의 이름을 듣고는 “니코틴으로 들었다”는 식의 썰렁한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스튜디오에 앉아 자료화면을 보며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이니 제작비 절감 측면에선 톡톡히 효과를 보겠지만, 60분이란 시간을 ‘소모’한다는 인상이 짙다.

‘임시 편성’의 한계를 인정한다 쳐도, 지난 2주간의 〈일밤〉은 오랜 부진으로 지쳐 있는 상태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뭘 해도 안 되니, 무엇을 해야 할지 통 감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일밤〉은 김영희 PD에게 기대를 걸고 있을 터다. 하지만 KBS ‘1박2일’과 SBS ‘패밀리가 떴다’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일요일 저녁은 그리 만만한 싸움터가 아니다. 부디 〈일밤〉의 오랜 부진과 실망스럽기까지 한 4주간의 ‘실험’이 더 큰 도약을 위한 일시적인 움츠림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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