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smark0|밤 10시. kbs 2fm에 다이얼을 맞춘다. |contsmark1| |contsmark2| |contsmark3|시그널이 뜨고 라디오 진행자 목소리로서는 별로 어울리지 않은 박경림이 방방 뜨면서 던지는 오프닝 멘트. 살아있다. |contsmark4| |contsmark5| |contsmark6|라디오 mc의 목소리는 美聲이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박경림이 라디오 mc로 진입해 왔을 때 더러는 ‘성공할까?’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것은 기우였다. 판단하건데 박경림은 라디오 mc로서는 적당하지 않은 자신의 목소리에 광대기질을 마음껏 얹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contsmark7| |contsmark8| |contsmark9|짤막한 라디오 mc 論을 펴면서 박경림을 예로 든 것은 라디오 mc는 자신을 내던져 청취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광대이면서 생각할 줄 아는 진지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contsmark10| |contsmark11| |contsmark12|나는 곧잘 라디오 프로그램을 건축물과 비교한다. pd와 작가가 설계를 하고 기둥을 잡아 서까래를 올려놓고 나면, 마지막으로 mc가 채색을 한다. 그리고 點燈을 한다. |contsmark13| |contsmark14| |contsmark15|온 사방에 어둠이 깔리는 어스름 저녁, 새로 지어진 집에 환하게 불이 켜지는 순간을 상상해 보자. 황홀함이다. on-air에 불이 켜지면서 mc가 프로그램에 피를 돌게 하는 그 순간, 비로소 라디오는 생명력을 얻는다. |contsmark16| |contsmark17| |contsmark18|라디오를 살아 있는 生物에 곧잘 견주는 나는 라디오에 피가 돌게 하고, 윤택한 살빛을 입히는 작업을 하는 mc를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긴다. |contsmark19| |contsmark20| |contsmark21|보이지 않는 세상을 언어로 응시, 청취자에게 전달하는 몫을 해야하는 mc는 그래서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를 향해 쏟아내는 언어이기에 더욱 그렇다. 때문에 mc의 생명력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는가? 하는 것에 있다고 여긴다. |contsmark22| |contsmark23| |contsmark24|放送史에 남을 만한 명 mc들의 면면을 보면 ‘생각하는 광대’의 빛깔은 더욱 선명해진다. 스포츠 mc로 명성을 날렸던 임택근 씨의 경우, 경기 현장에 잠재해 있는 다양한 복선과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을 읽어낼 줄 알았다. |contsmark25| |contsmark26| |contsmark27|객관적으로 나타나는 경기기록과 전력 질주하는 선수들의 내면을 함께 포착, 청취자로 하여금 마치 현장에서 관전하는 것처럼 몰입케 하지 않았던가? mc의 입담은 그러기에 종합예술적이다. |contsmark28| |contsmark29| |contsmark30|명mc를 예로 든 김에 또 한 사람을 말하고 싶다. 박찬숙이다. 그는 탁월한 광대다.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사회를 탄력있게 조율한다. 그리고 청취자에게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正道의 길을 놓아주려고 애를 쓴다. |contsmark31| |contsmark32| |contsmark33|방송이 지닌 재미를 전달하는 광대 기질과 세상의 正道를 찾아주려는 생각함이 잘 어우러진 mc이기에 그만의 색깔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터. |contsmark34| |contsmark35| |contsmark36|청취자들은 mc의 입을 통해 세상을 호흡한다. 느낀다. 그리고 읽는다. 그러기에 mc는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은 광대 기질을 발휘, 청취자를 위해 몸을 던져야하는 것이다. |contsmark37| |contsmark38| |contsmark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