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언론 유착 문제에 언론인 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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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세환 민주당 의원

지난 7월 여당의 언론법 날치기에 항의하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거리로 뛰쳐나간 두 명의 의원이 있다. 민주당 천정배·최문순 의원이다. 가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이들의 장외활동은 지난 10월 헌법재판소가 언론법 날치기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도 효력을 무효화해 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기각하면서 동투(冬鬪)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명이 가세했다. 같은 당의 장세환 의원이다. <PD저널>은 이들 ‘사퇴 3인방’으로부터 언론법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연속으로 듣는다. <편집자>

“장세환 의원이 사퇴한다네.”

지난 10월 29일 헌법재판소가 여당이 강행처리한 언론관계법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하고도 효력을 무효화 해달라는 야당의 청구를 기각한 직후 국회를 출입하는 한 선배가 메신저로 소식을 전해왔다. 헌재의 모호한 판결에 대한 항의라고 했다.

하지만 헌재가 절차의 위법성은 지적한 만큼 원내에서 재개정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때문에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장 의원을 만났을 때 그의 의원직 사퇴 결정과 관련한 질문을 먼저 꺼낼 수밖에 없었다.

▲ 장세환 민주당 의원 ⓒPD저널
- 헌재 판결 직후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언론악법 저지투쟁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못한데 대해 언론인 출신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위원으로서 심적 부담을 느껴왔다. 때문에 헌재 결정이 잘못나면 어떻게 하는 게 스스로의 양심에 꺼리지 않고 떳떳할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원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단식을 할 때 먹기 싫어서 안 먹는 게 아니듯 말이다.(웃음) 여당의 언론악법 날치기가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문제를 지적하고도 무효화 판결을 내리지 않은 헌재가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 의원직 사퇴라는 강한 저항으로 국민에게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 결정을 내리고 나니 홀가분하다. 결행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을 거다.”

- 그렇다면 왜 7월 22일 여당의 강행처리 직후 사퇴한 두 의원(천정배·최문순)과 행보를 같이 하지 않았나.

“그때도 부담감은 있었지만 사퇴를 할 시기는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헌재 결정이 그렇게 나오면서 좀 더 강한 저항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때문에 헌재 결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의원직을 던지면 (여당에 대한) 재논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그때 내가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두 분 의원도 국회로 돌아와야 할 분위기였다. 두 분들이 원치 않아도 말이다. 만약 그때 내가 의원직을 던지지 않고 두 분까지 다시 들어왔다면 헌재 사무처장과 법제처장이 국회에 나와서 언론법 재논의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을 거다. 사퇴 3인방의 활동이 언론에 나오고 헌재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일면서 부담을 느낀 것이다.”

- 혹시 장 의원의 사퇴로 두 의원이 국회로 돌아오고 싶어도 못 오게 된 건 아닌가.(웃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천정배·최문순 의원은 헌재가 무효결정을 확실히 했다면 모르지만 그게 아닌 상황에서 어정쩡하게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MB, 언론악법으로 독재체제 공고화”

- 헌재 사무처장과 법제처장이 국회에서의 언론법 재논의 필요성을 말했지만, 국회의장은 여야가 협상을 통해 결정할 문제라고 한다.

“법 개정 절차에 위법이 있었으니 국회의장이 당연히 재논의를 위한 중재에 나서야 한다.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는 것이다. 국회의장이 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국회의원의 입법권이 침해를 받게 된다. 부작위에 의한 권한침해인 것이다.”

- 정당성이 있다 해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회의장은 여당과의 협상을 말하고 있지만, 여당은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에 올인했다. 현실적으로 재논의가 가능한가.

“재논의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절차상 위법이 지적됐는데도 이를 듣지 않겠다면 그건 상식 밖의 태도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는 독재를 행하는 것이다. 지금은 MB독재 초기이지만 언론악법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고 나면 독재는 공고화될 수밖에 없다. 또 국회의장과 여당을 재논의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건 민주당의 몫이다.”

- 하지만 민주당 안에서 1년 이상 열심히 싸웠는데 수적 열세는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열패감도 일부 있는 것 같다.

“열패감에 대해선 모르겠지만 민주당이 열심히 싸웠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지난해 말에도 예산을 너무 쉽게 내줬고 지난 2월에도 언론법 처리와 관련해 굴욕적 합의를 했다. 지도부가 너무 안이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도 이미 당내에선 시니어 그룹까지도 단식, 삭발, 사퇴 등 강한 저항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그 방법을 쓰지 않았다.”

- ‘사퇴 3인방’ 의원들이 장외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막상 원외로 나오니 3명이 행동을 통일해서 하는 게 쉽진 않은 것 같다. 여러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을 했는데 일단 전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국민들에게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에서만 하면 사실 매일 언론에 보도될 수 없지 않나. 그러나 지역에 가면 사퇴 3인방이 직접 주민들에게 언론악법의 문제를 설명하면 지역 언론이 보다 더 관심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민주당 의원 전원 사퇴하면 언론법 바로 해결”

- 국회에 남아 있는 다른 의원들을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우리와 같이 사퇴한다면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니…안에서 잘 좀 싸워주면 좋겠는데 문방위를 제외하면 (언론법에 대해) 의지가 없는 게 아닌지 불안감이 있다.”

- 언론법은 녹록한 문제가 아니다. 반대 여론은 일관되게 나오고 있고 언론계 안팎의 저항도 많았지만 여권은 결국 밀어붙였다. 또 장 의원 말대로 민주당이 재논의 등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수가 보이나.

“…(침묵) 그러나 재논의가 아니라면 무슨 수가 있을 수 있나. 회의론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재논의가 최선이기 때문에 이를 도와달라고 국민들께 호소하는 일이 필요하다. 일단 국민에게 언론악법을 알리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반대 여론을 모아 여권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하는 것이다. 부담을 느껴야 태도 변화가 나오지 않겠나.”

▲ 장세환 민주당 의원 ⓒPD저널
- 여권이 부담을 느끼려면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 부분과 관련해 불만이 많다. 우선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것이다. 4대강은 대운하의 전제다. 세종시는 여야 합의를 무효화하면서 정부가 전형적인 독재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 지도부가 이들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이슈 파이팅을 못하고 있다. 여당에서 (이슈를) 던지면 대응하는데 급급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론악법은 아예 4대강, 세종시 등에 묻혀 버리고 있다.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언론 자체에서도 이상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권력과 국민이 갈등을 빚을 때 언론은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권력으로부터 약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조·중·동 등 수구 언론들은 권력의 편에 선다. 여야가 대립하면 무조건 야당을 질타한다. MB정부 들어 가장 잘못된 언론의 모습들이 수구언론으로부터 드러나고 있다. 안타까운 건 KBS, MBC 같은 방송들도 점점 그런 모습을 보이거나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언론 아닌 권주(權主)언론”

-엄혹한 시절을 언론인으로 살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언론현실은 어떤가.

“과거엔 군부독재라는 확실한 실체가 있었다. 그렇기에 군부독재에 저항해 국민과 함께 민주회복을 부르짖는 언론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확고한 민주체제를 이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2년 만에 서서히 독재가 민주체제를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언론이 스스로 정권과 유착하는 게 잘못인지 아닌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군부독재, 5공 시절엔 철권·공포정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란 일말의 변명이라도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자의에 따라 그리하고 있다.”

-후배 언론인에게 하고픈 말이 있는가.

“언론인 본연의 입장에서 언론의 사명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회의 목탁’이란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건 아닌데’라는 스스로의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자본과 정치권력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의식하지 못한 사이 독재 체제를 구축하는데 일조할 수도 있다. 언론법, 용산참사 등 권력과 국민이 대립할 때 언론은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그게 민주언론이다. 지금 대다수 언론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권력을 좇는 권주(權主)언론이다.”

▲ 장세환 민주당 의원 ⓒPD저널
1시간여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그가 왜 7월도 아닌 지금 이 시점에 사퇴를 했는지에 대해 100% 수긍하긴 어려웠다. 다만 헌재 판결이 나오기까지 그의 고민은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인터뷰 내내 에두른 말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현 정권은 ‘독재’이며 언론이 지금과 같다면 알게 모르게 현 정권의 ‘독재’ 체제 구축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의 언론법 반대 활동에 대해서도 “열심히 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지만 언론과 자당 내 권력 등 뚜렷한 적을 만들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게 정치인의 위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직설화법 안에는 언론인 출신 제1야당의 국회의원으로서의 느낀 그간의 고민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러나 언론법 문제의 해결은 그의 양심과 고민만으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지적에 장 의원은 국민의 ‘저항하는 힘’에 대한 신뢰를 힘주어 말하면서도 정권 스스로의 ‘멈춤’에 대한 기대 또한 내비쳤다.

“언론악법은 1%의 정치·경제·언론 권력이 99%의 시민 권력을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독재의 전형으로 히틀러 등이 썼던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세계의 역사가 증명하듯 국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아직 언론악법의 문제가 피부에 와 닿지 않기에 대규모 저항이 없을 뿐, 우리 국민에겐 놀랄 만큼의 저력이 있고 엄청난 저항으로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쟁취할 것이다. 다만 히틀러의 독재는 히틀러 개인뿐 아니라 국민과 조국의 추락도 불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와 같은 길을 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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